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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조선일보반대 옥천마라톤대회' 안내 포스터.
 '2010 조선일보반대 옥천마라톤대회' 안내 포스터.
ⓒ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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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는 '<조선일보> 반대 옥천마라톤대회'(이하 조반마) 캐치프레이즈다. 조반마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이하 조춘마)에 대항해 매년 열리는 마라톤 행사다.

조반마는 오는 17일 오전 9시부터 충북 옥천군 장령산자연휴양림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오는 15일부터 옥천읍에서 개막될 옥천언론문화제와 함께 열리게 돼 의미를 더하게 한다.  

조반마와 조춘마는 같은 마라톤 행사지만 성격과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르다. 오는 24일 춘천에서 열리게 될 조춘마가 엘리트 선수들의 기록향상과 등용문, 마라톤 애호가들의 건강증진 등 마라톤 경기 자체를 중시하고 있다면, 일주일 먼저 열리는 조만바는 기록 향상 등용문이 아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역언론문화제 등 각종 문화행사와 '<조선일보> 바로보기',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널리 홍보하고 실천하기 위한 행사라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상극'관계 마라톤

'2010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홈페이지
 '2010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홈페이지
ⓒ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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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참가자도 조춘마에 비해 조반마 규모가 아직은 훨씬 적다. 협찬과 지원도 다르다. 대기업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협찬과 지원을 받는 조춘마와는 달리 조반마는 언론·시민단체와 중소 지역신문 등이 후원하고 주관한다. 조춘마의 반작용으로 출반한 조반마는 비슷한 시기에 치러지면서도 상극관계의 행사다.

'<조선일보>가 친일행위로 점철된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그릇된 펜대로 역사를 왜곡하고 심지어 마라톤대회를 통해 공익성을 강조하는 데 반대해 태동'한 조반마는 정론직필과 참언론을 만들고 싶어 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이어온 풀뿌리 언론운동 성격이 짙다.

그 중심에 지역 주간신문이 있어 시선을 끈다. 1989년 주민들이 직접 신문사의 주인이 되는 군민주 회사로 출발한 <옥천신문>이 조반마 행사를 주관하며 적극 돕고 있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과 공동으로 주관하고, 여러 언론·시민단체들이 함께 주최하는 행사지만 지역 주간신문사가 거대 일간신문사와 맞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 만하다.

지역언론문화제 등 언론개혁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풀뿌리 지역언론의 성지로 불리는 옥천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 반대 및 언론개혁운동에 지역 방송사나 일간지들도 감히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 주간신문사가 각종 행사안내 팸플릿과 행사장 곳곳에 주관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열심히 행사를 지원하며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국내 지역신문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회사의 지분을 일정 부분 이상 소유할 수 없는 형태로 설립된 <옥천신문>은 '주민이 주인'이라는 인식이 늘 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창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편집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모범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제정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우수 지역신문으로 선정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주간신문, <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 주관하게 된 까닭? 

<옥천신문> 홈페이지.
 <옥천신문> 홈페이지.
ⓒ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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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공공성에 기초한 <옥천신문>의 이 같은 소유 및 경영, 편집형태는 전국을 배포 대상으로 하는 거대 신문사들이 대기업과 특정 개인에 의해 소유돼 '재벌언론' 또는 '언론재벌'이란 소릴 들으며 보도와 관련해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창간 초부터 줄곧 풀뿌리 대안언론의 한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문사 경영을 책임지는 <옥천신문> 이사회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조합 대표, 중소 자영업자, 법조인, 개인 등이 이사(10명)로 참여하고 있으며 신문제작을 책임지는 편집국 인력은 10명이 채 안 된다. 공개모집을 통해 채용된 취재기자 4명과 편집기자 2명, 편집국장 1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편집국장은 편집국 구성원들이 비밀투표로 선출하며 선출된 국장의 임기는 2년이다.

몇 안 되는 편집국 인력이지만 지역주민의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을 소개하는 기사부터 자치단체 행정을 비판·감시하는 기사까지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들을 매주 16면에서 20면까지 발행하고 있는 데는 올곧은 창간정신과 더불어 주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2 지방선거기간 동안에는 '좋은 정책이 좋은 옥천', '풀뿌리 우수정책을 찾아서'란 기획기사를 통해 후보자들로부터 구체적인 정책을 도출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6·2 지방선거보도모니터단이 뽑은 '좋은 기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반마 행사를 앞두고 기획과 지원, 협조 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옥천신문> 백정현 편집국장을 어렵게 설득해 두 차례의 긴 이메일과 4-5차례의 전화인터뷰를 실시했다. 지역내 취재권역 구석구석을 2년 동안 자전거로 누비면서 탐방기 '자전거타고 옥천에서 보물찾기'를 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음은 백 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조선일보> 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 결성하면서 '조반마' 본격 시동"

백정현 <옥천신문> 편집국장.
 백정현 <옥천신문> 편집국장.
ⓒ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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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마는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의 행사이며, 옥천에서 펼쳐지는 이유가 궁금하다.
"조반마는 깨어 있는 시민들과 참언론을 표방하며 실천해 온 언론인들에 의해 태동한 자발적인 행사다. <조선일보> 마라톤대회의 반작용에서 출발한 행사지만 정론직필과 참언론을 지향하고 실천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언론개혁 마라톤대회'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역사의 고비마다 왜곡을 일삼아온 거대 신문사가 공익성을 강조하며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 맞서 이를 반대한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조반마'는 원래 춘천으로부터 이어져 왔다. '옥천언론문화제'가 지난 2000년 정지용 선생 흉상 앞에서 <조선일보>로부터의 독립선언과 '<조선일보> 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을 결성하면서 옥천에서도 '조반마'가 본격화 됐다. 옥천이 '<조선일보> 바로보기'의 출발지이자, '풀뿌리 언론운동'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된 추동이다."   

- 거대 신문사가 주최하는 마라톤대회를 반대하는 행사에 지역 주간신문이 주관하고 있는데 대해 혹시 <조선일보>측의 직·간접적인 압력이나 탄압은 없는지?
"아직은 없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발행되는 보수신문들이 좀처럼 읽혀지지 않는 지역적인 특성도 있다. 무엇보다 <옥천신문>의 주인인 주민들의 정서부터가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큰 힘이다."
    
'제8회 옥천언론문화제' 안내 포스터.
 '제8회 옥천언론문화제' 안내 포스터.
ⓒ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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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조반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며, 사전에 열리는 언론문화제는 어떤 이벤트가 준비돼 있는가?
"이번 행사는 15일부터 열리는 제8회 옥천언론문화제와 함께 17일 본 마라톤대회가 치러진다. 마라톤에 앞서 열리게 될 옥천언론문화제는 특별한 행사들이 많이 준비돼 있다.

15일 오후 고재열 <시사IN> 기자의 '모든 주민은 미디어다'란 특강에 이어 16일 오후에는 마을 이장으로 출발해 군수와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하고 현재 경남도지사로 활동 중인 김두관씨가 '내가 꿈꾸는 지방자치와 지역언론'이란 주제로 약 2시간 동안 주민들과 만나게 된다.

그는 지역 주간신문인 <남해신문> 창간 후 7년 이상 발행인과 편집인으로 활동했던 지역 언론계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우리와 인연이 깊다.

이밖에 언론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와 논설쓰기, 만평그리기 대회 등이 준비돼 있다. 본 마라톤대회는 장령산자연휴양림 일대에서 숲길걷기, 건강달리기, 단축마라톤, 하프마라톤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창간이념 21년째 실현하고 있는 것은 지역공동체 힘... 주민과 독자가 주인" 

- 최근 '신문 종말론'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신문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신문의 위기는 훨씬 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데, 현장에서 특히 편집국 책임자 입장에서 어떻게 보는가? 
"지역사회의 현실은 '신문 종말론'과는 반대로 '신문 역할론'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있다. 옥천을 비롯해 여전히 대한민국 방방곡곡에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지역들이 많다. 공동체가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속에 그 자체로 완전한 주민들의 삶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그 지역 삶을 반영하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신문 종말론'은 지역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있지 못한 '시장형 신문'들에 국한될 것이며 공동체에 기반한 신문들은 자신들의 지역공동체로부터 앞으로도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 받으리라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다. <옥천신문>처럼 이윤보다 지역사회나 독자와의 관계, 구체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지역언론의 역할과 책임 등이 실제에서 더 중요한 운영원리로 작용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도 알아주기 바란다."

백정현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와글와글 소통을 지역에서 꿈꾸고 있다.
 백정현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와글와글 소통을 지역에서 꿈꾸고 있다.
ⓒ 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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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신문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민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건강한 지역신문들도 현장에서 직면하는 최대의 난관과 적은 바로 주민들의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이며 이는 지역 공동체 신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 주민들의 무관심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지역 공동체 신문의 생존전략은 주민들 스스로 지역공동체 문제를 다루는 공론장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만드는 전략, 그 공론장의 물리적 실체인 지역 공동체 신문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전략이어야 한다. <옥천신문>이 언론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단 하나, 바로 '무관심을 극복해 낸' 평가라고 생각한다."

- <옥천신문> 경영구조는 특이하다고 들었다. 창간 당시 한 사람이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는데, 지금도 유효한가?
"<옥천신문>은 군민주주 신문으로 창간된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정관으로 개인 또는 특정 법인이 발행된 총 주식의 15%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고 실제로 창간 이후 현재까지 21년 동안 신문에 투자된 자본 역시 주체별로 1000만원 수준을 넘지 않는 정도다. <옥천신문>을 소유하겠다고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을 들고 덤벼드는 사람도 없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옥천이라는 지역공동체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 그 제도가 편집과 경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요한 것은 주민과 독자가 주인이라는 창간이념을 21년째 실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앞서 말한 대로 옥천이라는 지역공동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주민이 주인인 회사에서 기사를 쓰는 일은 당연히 기자들에게 무한한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자에게는 개개인의 자아를 확장하고 실현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고, 회사 경영에는 지역사회에 책임 있는 경영을 하라는 사실상의 제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옥천신문> 트위터 통해 와글와글 소통하는 공론장 만드는 게 숙원"

- <옥천신문>의 현재 유가 발행부수는 얼마나 되며, 과거에 비해 달라졌는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역 저소득층의 매체 접근권 보장을 위해 시행하는 '구독료 지원사업' 몫을 제외한 실제 유가 발행부수는 3600부 수준이다. 물론 매년 구독부수는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처음부터 줄곧 받아 왔다. 어떤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생각하는가?
"편집권 독립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온 것으로 알고 있다."

- 주민 참여를 더욱 높이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소셜 네트워크 영역의 발달이 지역공동체성 확대에 활력을 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을 개통한 옥천주민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옥천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는 현재 <옥천신문> 편집국 성원들이 가장 흥미를 갖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옥천신문> 트위터(아이디 : okinews21)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앞으로 1년 안으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옥천신문>이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이상은 옥천의 문제를 옥천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와글와글 토론하는 공론장이며, 이 공론장을 <옥천신문>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책임 있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 편집국장 임기는 2년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임기가 얼마나 남았으며,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
"1년 6개월 남았다. '소통형 소셜 네트워크'를 지역사회가 구축하도록 <옥천신문>이 기여하겠다. 옥천에서 스마트폰 개통하는 주민은 <옥천신문> 트위터를 안내받고, <옥천신문> 트위터와 팔로우하면서 자연스럽게 옥천의 공론장으로 입장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아직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런데 가능할 것도 같다."


태그:#조반마, #옥천신문, #조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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