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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두환 대통령 시대 방송통폐합에서 KBS에 통합된 동양방송(TBC)의 아나운서였던 J. AHN(본명 안정희)의 세 번째 사진전 'COLOR & CUBA'가 강남구 신사동의 '윤당아트홀갤러리'에서 10월 4일까지 열린다.

제이 안의 이번 전시는 지난 겨울 3주에 걸쳐서 쿠바의 수도 아바나와 트리니다드를 다니며 촬영한 작품들이다. 제이 안은 도시의 색을 찍는 사진가다. 도시는 문명의 숲이다. 자연의 숲이 그러하듯이 도시 또한 숲의 질서를 갖고 있다.

원시인들이 들었던 창과 활 대신 제이 안은 카메라를 들고 문명의 숲에서 사냥을 즐긴다. 제이 안의 사냥 목표는 도시의 색이다. 도시의 색은 도시를 읽는 매력적인 코드다. 그래서 그녀는 세계의 도시를 찾아 아름다운 도시의 색을 찾아 나선다.

제이안은 이 사진을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이라했다. 노랑, 파랑, 초록이 함께 있고 세 명의 사람들이 프레임속에서 만나면서 서로의 삶이 느껴져 오는 작품이다. 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5시간 이상을 이곳에서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그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결국 이 사진을 만들어 냈다. 제이안의 사진은 색이 주제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부제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보듯 주제와 부제를 서로 떨어트리고는 해석할 수 없다. 이러한 것이 제이안적인 프레임인 모양이다.
 제이안은 이 사진을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이라했다. 노랑, 파랑, 초록이 함께 있고 세 명의 사람들이 프레임속에서 만나면서 서로의 삶이 느껴져 오는 작품이다. 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5시간 이상을 이곳에서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그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결국 이 사진을 만들어 냈다. 제이안의 사진은 색이 주제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부제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보듯 주제와 부제를 서로 떨어트리고는 해석할 수 없다. 이러한 것이 제이안적인 프레임인 모양이다.
ⓒ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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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창 내리는 토요일 오후 윤당아트홀갤러리에 붉은색 옷을 입은 제이 안이 있었다. 전시장 안의 그녀는 전시되고 있는 작품마냥 컬러스러웠고 아름다웠다.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녀는 쾌히 승락했다.

"나 혼자 떠난 사진여행이었습니다. 1년 동안 기획하며 조사한 자료와 카메라 2대, 그리고 노트북을 들고 태평양을 건너갔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태양과 짙푸른 카리브해, 열정과 특유의 음악과 낭만이 넘치는 나라 쿠바, 그녀가 도착한 쿠바는 파스텔 톤의 수채화 같은 나라라 했다. 오래 전 부터 꿈꿔왔던 쿠바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꿈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꿈의 시작이라 했다.

"쿠바에 있던 3주는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수도 아바나는 시간이 멈춘 듯 고색창연했고, 트리니다드는 파스텔톤의 수채화 같았습니다."

"이전에 촬영해 왔던 서울, 뉴욕, 파리의 도시와는 다른 도시였습니다. 강렬하고 원색적인 색깔로 원초적인 감각을 부추기는 그런 도시였지요. 오랜 세월 동안 덧칠해진 벽 색깔이 흉내낼 수 없는 쿠바만의 오묘한 색을 보여주었답니다. 온종일 골목길을 헤매고 다녀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찾아낸 색들은 그녀의 표현대로 오묘하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들이지만 흔히 접하기 힘든 색들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관람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우연이랄까? 미술품 파는 가게에 서로 닮은 이 사람이 근처에 있었단다. 결국은 기다림 끝에 이사람이 그 옆에 앉았고 제이안은 셔터를 눌렀단다.
 우연이랄까? 미술품 파는 가게에 서로 닮은 이 사람이 근처에 있었단다. 결국은 기다림 끝에 이사람이 그 옆에 앉았고 제이안은 셔터를 눌렀단다.
ⓒ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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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그녀가 사진을 통하여 관심을 보여주는 또 다른 면은 현실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삶의 포즈였다. 그녀는 가난해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시시하고 변변찮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진한 인간미를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마치 몇 십년 전 우리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올드 아바나의 골목길의 쿠바 사람들은 가난해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들이었어요. 아름다운 색깔들로 칠해져 있는 골목길에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자동차, 새를 파는 청년, 컬러풀하게 장식한 예쁜 케이크를 들고 마냥 행복해 하는 소녀, 그 골목길에서 욕심내지 않고 그날 그날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쿠바인들의 즐거운 삶을 보았답니다."

"골목길 카페에서 마신 민트향의 모히토 같은 쿠바 사람들의 향기를 잊을 수 없어요. 그들의 따뜻하고 순수한 모습이 눈에 어린답니다."

쿠바에 가기 전에는 막연하게 그곳을 동경했지만 다녀온 지금은 두고 온 고향처럼 그 곳이 사람들이 그리워진단다. 또한 제이 안은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프레임의 상호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과 시간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 존재와 존재 사이, 빛과 빛 사이, 색과 색사이, 이성과 감각 사이, 수많은 상호성의 관계들을 한데 모아 잘 조율하여 정제된 프레임속에 모든 것을 담아내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즉흥적으로 의미 없이 찍지 않는다. 그녀의 사진은 스튜디오에서 찍는 사진이 아니다. 연출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도시의 뒷골목길에서, 한번의 안면식도 없는 이방인들과 만난다. 오랫동안 발품을하며 촬영장소를 찾아내고 그 자리에서 원하는 프레임을 구상한다. 그리고는 무작정 기다린다. 그가 원하는 장면이 구성 될 때까지 기다린다. 마치 프랑스 작가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의 미학마냥 수많은 기다림 속에서 하나의 프레임을 완성 짓는다.

"하나의 촬영장소를 결정하면 몇 시간이고 그냥 기다리기도 했어요. 이미 머리 속에 그려진 장면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곤 했지요. 그러다 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익숙해지고  장소도 익숙해지고 서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프레임 속에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요. 그때 셔터를 누르게 된답니다."

그래서 제이 안의 사진은 아름답게 느껴지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한 번의 셔터로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는 그녀의 사진은 탁월하다.

기자와 함께 포즈를 취한 제이안
 기자와 함께 포즈를 취한 제이안
ⓒ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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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안은 동양방송(TBC) 아나운서 시절 방송국의 고학찬PD(현 윤당아트홀 관장)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TBC가 KBS에 통합되자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어찌보면 역사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녀가 자리잡은 뉴욕은 도시 전체가 예술의 숲으로 쌓여 있어 보였고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많은 예술가들이 공존하는 도시였다. 뉴욕한미방송의 아나운서로 지내면서 뉴욕의 문화 속에 빠져 살았고 그녀에게 숨겨져 있는 예술적 감각을 찾아 다녔다. 그리곤 많은 예술인들과 만났다. 그렇게 역사 속에서 밀려난 뉴욕생활은 그녀에게 또 다른 숨겨진 감각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부터 사진은 습관과도 같았던 그녀였지만 본격적으로 사진을 한 것은 한국으로 들어온 1996년부터라고 한다. 흑백으로 시작한 그녀는 어느 때부터인가 도시속의 컬러를 찾기 시작했고 그 작업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제이 안의 작품이 갖는 또하나의 소중한 의미는 그의 작품 속에 숨쉬고 있는 예술성 외에 그녀가 보여주는 기록성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도시의 컬러는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그렇게 제이 안은 세계의 도시를 우리 앞에 예술적으로 기록성으로 던져 놓는다. 제이 안스러움으로 제이 안답게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다.

앞으로 제이 안은 어느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 그가 찾는 또 다른 세계의 컬러는 어떠할까? 제이 안의 다음 구성은 이태리란다. 세계 예술의 중심지 이태리의 도시에서 찾아내는 제이 안적이고, 제이 안스러운 도시의 컬러가 우리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때가 기대되며 기다려진다.

J. Ahn  (안정희)

숙명여자대학교 졸업
동양방송(TBC)아나운서
New York 한미방송 아나운서
한국여성사진가협회(KOWPA)이사
월간 사진예술 객원기자

개인전
INTER-CITY Seoul New York (2007. 인사아트센터)
City Colors  (2009.인사아트센터)
윤당아트갤러리초대전 (2010. 윤당아트갤러리)
COLOR & CUBA (2010. 윤당아트갤러리)

단체전
순간, 시간 그리고 시대 (2008년. 갤러리 라메르)
희망을 이야기 하다 (2008년. 갤러리 라메르)
비전 2008전 (2008년. 토포하우스)
창작사진전 (2006년. 세종문화회관 별관)

사진집
CITY COLORS (2009. 사진예술사)

쿠바여자의 눈이 강렬하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스티브맥커리의 아프칸소녀가 연상되는 사진이다.
 쿠바여자의 눈이 강렬하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스티브맥커리의 아프칸소녀가 연상되는 사진이다.
ⓒ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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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상단에 있는 아이가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이란다. 아이들이 저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않아 가슴 아팠다고 결국은 그 아이를 프래임속에 넣어 함께 했단다.
 우측 상단에 있는 아이가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이란다. 아이들이 저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않아 가슴 아팠다고 결국은 그 아이를 프래임속에 넣어 함께 했단다.
ⓒ 이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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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이안, #쿠바, #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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