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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활환자에게 필요한 자료의 빈약을 느껴 2006년에 개설해 운영중인 재활카페의 메인화면으로 2010년 4월초 사고로 K형이 의식이 없을때 유수병원의 간호사 출신인 그의 부인이 인터넷을 통해 사례를 찾다가 카페를 발견하게 되고 미만성 축삭손상이란 같은 부상과 긴 무의식 기간을 거친 필자의 사례를 발견하고는 크게 기뻐하며 본인에게 연락을 해왔다.
▲ 2006년 개설해 운영중인 재활카페의 메인화면 재활환자에게 필요한 자료의 빈약을 느껴 2006년에 개설해 운영중인 재활카페의 메인화면으로 2010년 4월초 사고로 K형이 의식이 없을때 유수병원의 간호사 출신인 그의 부인이 인터넷을 통해 사례를 찾다가 카페를 발견하게 되고 미만성 축삭손상이란 같은 부상과 긴 무의식 기간을 거친 필자의 사례를 발견하고는 크게 기뻐하며 본인에게 연락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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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에서 한 줄기 희미한 빛이 스며들어 마치 새벽의 여명처럼 서서히 밝아지는 의식의 흐름 속에서 근 4개월여 만에 의식을 찾은 K형!

전 비슷한 경험을 하고 2005년 5월 사고 후 지금껏 재활에 몰두하고 있는 서치식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제가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한 K형에게 편지를 드리게 된 연유를 먼저 설명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저는 2005년 5월 18일 K형과 비슷한 사고를 겪고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한 미만성 축삭손상과 2, 6, 7번 경추손상을 입고 80여 일 만에 의식을 회복하여 지금 K형의 처지와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으며 지금도 재활 중인2급 뇌병변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사고 초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지독한 상황에 절망하고 자포자기했던 제가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거치면서 이른바 '영혼의 재활'을 하며 재활의욕을 불태우게 됐습니다.

입원 생활 중에도 노트북을 가져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을 뒤지며 재활에 관한 자료를 찾게 되었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재활의학 전공자가 아닌 우리 같은 환자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기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효율적인 재활을 위해서는 먼저 본인 스스로가 재활에 대한 개념을 잡고 그 토대 위에서 자신의 병명과 상태를 알고 재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6년여 재활을 하며 그저 막연히 꿈처럼 재활의 최종목표로 세웠던 하프마라톤 완주가 현실로 다가서기 시작한 지금에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환자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나 같은 곤경에 처한 다른 재활우와 앞으로 재활의 힘든 길에 들어설 그 누군가를 위해 자료들을 모으고 생산하자는 결심을 하게 돼 2006년 포털에 재활카페를 개설합니다. 그러는 게 나를 그 모양으로 그 상황에 처하게 하신 내 하나님의 소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재활에 몰두하며 다른 재활우에 대한 제 관심은 점차 넓어져, 제가 살고 있는 전주에서 재활우들의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M.T.도 다녀오고 합동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제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K형이 사고 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국내유수 대학병원의 간호사 출신이신 K형의 부인도 역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제가 개설한 카페를 발견하고 제게 연락하시게 되어 제가 K형에 관해 알게 되었다는 것을 설명 드리기 위함입니다. 4월 초에 사고를 당하셨다 하고 제게 연락이 닿은 게 6월초였으니 그때는 K형이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메일만으로 전 K형의 소생을 확신하며 부인을 격려해 드렸습니다.

부인의 확고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K형은 사고 후 근 4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았습니다. 더욱이 K형이 의식을 찾을 무렵 둘째가 태어났다 하니 K형의 소생을 기원하며 그간 노심초사한 부인의 기쁨이 얼마나 크셨을까요? K형과 비슷한 사고로 유사한 경험을 하고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도반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재활목표를 하프마라톤 완주로 설정해놓고 6년째 재활하며 일상생활 중에도 틈새시간에 계단을 이용해 재활에 몰두하는 모습
▲ 공무원 시험준비 중 틈새시간 도서관 계단을 이용한 재활운동 모습 재활목표를 하프마라톤 완주로 설정해놓고 6년째 재활하며 일상생활 중에도 틈새시간에 계단을 이용해 재활에 몰두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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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치열하게 재활해 이제 재활이라는 긴 터널을 거의 빠져 나왔다고 확신하는 제 입장에서 K형에게 그저 축하만 드릴 수는 결코 없습니다. 이제 앞으로 K형이 직면할 장애와 세상의 차가운 시선,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재활의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지 온 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저로선 그 감당하기 어려운 인고의 시간들을 생생하게 알기 때문이지요.

재활을 중도에 포기하며 장애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저는 그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사고 초기 저를 담당했던 레지던트가 보호자였던 아내에게 했다는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대처하셔야 합니다'란 말을 전 지금껏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그 말을 전해 들으며 처음 든 생각은 '그 친구 의사답지 않게 표현이 참 문학적이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 지난한 세월 단순하고 반복적인 재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늘 되뇌던 말이었습니다.

6년의 재활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현실화 시키려는 제가 K형의 험난한 재활에 함께 하겠습니다. 이제 갓 의식을 회복한 K형! 지금은 다른 것 일체 생각을 마시고 의식을 깨우는 데 주력하십시오. 제 경험으로 보건대 의식이 없었던 기간이 길수록 명료한 의식을 회복하는 기간도 더 길어지더군요. 아침에 밥을 뭐하고 먹었는지, 오늘이 며칠이고 여기가 어디인지 하는 단순한 것들을 자꾸 기억하려 애쓰고 회진하는 의료진과 담당 의료진들의 이름부터 기억하려는 노력들이 의식을 명료하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6년여 지난한 세월을 재활하면서 숱하게 좌절하며 모색했던 수많은 경험들이 제게는 있습니다. 재활 초기 재활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확신을 가지면서 완전한 재활을 위해선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땅의 재활우의 '대표선수'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며 엄중하게 자신을 구속했습니다. 그때부터 재활은 나 혼자만의 재활이 아니고 이 땅의 140만 재활우 전체의 재활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치열함이 뇌병변 2급영구장애를 가진 제가 하프마라톤을 현실로 가꾸는 오늘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짙은 안개 속 같은 느낌이 들 K형! 지금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난 것에 대해 깊게 감사하며 그 기쁨을 만끽하십시오. 긴 시간의 터널을 뚫고 생환한 것만으로도 그 기쁨을 마음껏 만끽할 자격이 당신에게는 충분합니다. 그 신산의 고통을 뚫고 다시 재회한 가족과 재회의 기쁨을 누리시고 더욱이 새롭게 태어난 둘째를 맞이한 희열을 충분히 나누십시오. 그러면서 그 가족의 가장으로 다시 우뚝서야 할 당신을 상상하시길 기도합니다. 이는 K형보다 먼저 그 길을 걷고 있는 입장에서 드리는 간절한 기원입니다.

 2010년 9월부터 달리기가 가능해져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매일 뛰며 가열차게 재활중이다
▲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매일 20바퀴씩 뛰며 하프마라톤을 준비중다. 2010년 9월부터 달리기가 가능해져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매일 뛰며 가열차게 재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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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재활 끝에 매일 인근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20바퀴씩 뛰며 하프마라톤 완주라는 꿈을 가꾸고 있는 제가 그간의 재활 경험들을 정리해 K형에게 굽이굽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땅의 척박한 재활환경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140만 재활우들에게 제가 먼저 희망으로 자리하고 그 뒤를 K형이 따르게 될 겁니다. 그저 완벽한 재활을 굳게 믿고 인내만 가지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6년간의 제 외로운 투쟁의 산물들을 K형에게 최초로 전해드리게 됨을 저는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K형! 그래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생환은 내게도 큰 기쁨입니다. K형의 힘든 앞으로의 재활에 늘 함께 하고자 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말씀으로 K형에게 드리는 첫 편지를 맺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외롭고 힘든 재활의 길을 먼저 걸은 사람으로서 이제 의식을 회복하고 재활의 길에 들어서는 K형에게 보내는 공개편지(1)로 앞으로도 재활의 단계마다 계속 공개편지를 보내 재활의욕을 북돋고자 하며 오마이뉴스 게재 후 다음의 View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외상성 뇌손상, #미만성 축삭손상, #마라톤, #장애극복,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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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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