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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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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의 나라살림 화두는 '친서민'이다. 28일 정부가 내놓은 2011년 예산(안)의 이름도 '서민희망'이다. 이를 위해 어린아이를 둔 가정과 전문계 고등학교, 그리고 다문화 가족 등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어났다. 물론 올 예산에도 있던 것들이지만, 내년에 이들 분야에 지원을 대폭 늘린 것이 눈에 띈다.

물론 정부가 나서 서민복지 예산을 늘리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전체 예산 규모 등을 볼 때 '서민희망' 예산이라고 말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내놓은 3대 핵심 서민예산에 책정된 금액은 3조7000억 원. 내년 정부가 쓰는 전체 씀씀이 309조6000억 원의 단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실생활에 밀접한 대학등록금 등 각종 교육관련 비용 지원이나 의료 등 복지 분야, 일자리 창출 위한 고용 지원 등은 사실상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정부의 친서민 예산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밝힌 예산(안)은 말 그대로 '안'이다. 다음달 1일 이번 예산안은 국회로 넘어간다.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내년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해로, 각종 선거가 없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그만큼 여당이나 야당 모두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서민 예산'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살림살이 309조6000억 원...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정부가 28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내년 나라살림 규모는 모두 309조6000억 원이다. 이는 올해보다 16조8000억 원(5.7%) 늘어난 금액이다. 이 가운데 예산은 올해보다 5.2% 늘어난 215조9000억 원, 기금은 7.0% 증가한 93조7000억 원이다.

309조6000억 원이 정부가 내년에 쓸 돈이라면, 정부로 들어올 돈은 모두 314조6000억 원으로 예상됐다. 올해보다 23조8000억 원(8.7%)이 늘어났다. 쓸 돈보다 들어올 돈이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5% 후반대에 달하고, 전반적으로 경기가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조 원 적자 예산이었던 것이 내년에는 5조 원 흑자 예산이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가채무는 올해 407조2000억 원(GDP대비 36.1%)에서 436조8000억 원(35.2%)이 된다. 절대 금액은 증가했지만, 비율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정부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5.7%)이 총수입 증가율(8.2%)보다 2.5%포인트 낮아지면서, 재정건전성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 사이에선 자칫 성장률이 정부 예상보다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수입이 줄어들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5%대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해서 정부의 지출과 수입 등을 짠 것 같은데, 성장률이 정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올해보다 24조 원에 가까운 돈을 거두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회에서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복지와 의료 등 서민관련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정부는 앞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수 있다"고 설명했다.

3대 핵심 친서민 예산은 전체 예산안의 단 1%?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새벽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서 식당에서 만난 상인 강계화씨에게 자신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손목시계를 선물하며 "이게 청와대 시계다. 이거 차고 미소금융 찾아가 보라"고 했다.
▲ 이명박, "이거 차고 미소금융 찾아가 보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새벽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서 식당에서 만난 상인 강계화씨에게 자신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손목시계를 선물하며 "이게 청와대 시계다. 이거 차고 미소금융 찾아가 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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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로 예산 항목을 좀더 들여다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친서민 예산이다. 정부는 '서민희망 8대 예산'이라는 주제로 보육과 아동안전, 교육문화, 주거의료,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다문화 가족 등을 꼽았다.

이들 분야에 모두 32조1000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올해 29조1000억 원보다 3조 원 늘어난 금액이다. 이들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강조한 3대 서민핵심과제에 3조7000억 원이 들어가 있다.

특히 만 5세이하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보육비를 모두 지원한다. 가장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월 소득 450만 원이하 가구가 해당된다. 전체 보육가구의 70%에 달하고, 해당하는 영유아만 92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 월 소득 600만 원 가정까지 보육비를 지원받는다.

연봉으로 따지면 5000만~7200만 원 가정의 영유아 보육비를 나라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대로만 될 경우 상당수 가정에서 보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보수 언론에선 이를 두고 '퍼주기식 포퓰리즘 지원'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또 전문계 고등학교 수업료도 모두 정부가 지원한다. 1년 동안 한 사람에게 평균 120만 원이다. 저소득 성적 우수장학금과 전문대 우수학생 국가장학금도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에 해당하는 학생이나 부모 입장에선 학비 부담을 덜수 있게 된다.

이처럼 일부 서민대책이 올해보다 진일보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부의 친서민 정책 예산은 여전히 빈약하다. 3대 핵심과제에 들어간 3조7000억 원은 전체 예산안 규모의 단 1%에 불과하다. 정부는 32조 원에 달하는 서민예산을 책정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내년에 이들 분야에 증가한 금액은 3조 원뿐이다.

게다가 3대 핵심과제로 꼽은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은 내년에 860억 원. 올해 594억에서 고작 266억 원 늘린 것에 불과하다. 정부 스스로 '핵심과제'로 올려 놓은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보육비 지원 역시 당초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대책으로 2012년부터 시행하려던 것을 1년 앞당긴 것이다.

결국 내년에 일부 새롭게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긴 하지만, 서민 예산이 크게 확충되거나, 친서민 예산으로 희망을 준다는 정부의 발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4대강 예산 지원은 늘리고, 정부 일자리 예산은 줄이고

9월 16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채소밭 부근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9월 16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채소밭 부근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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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과 교육 이외 서민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고용문제 등에 대해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이 별로 눈에 뜨지 않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청년 실업을 비롯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분쟁 등 영세자영업자 몰락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정부 대책은 여전히 구호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내년 일자리 분야 예산은 오히려 올해보다 848억 원 줄었다. 특히 직접 일자리 창출 사업 예산이 2조5163억 원으로 올해보다 2108억 원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이들 일자리 규모는 올해 58만 명 수준이던 것이 내년에 56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희망근로사업 등 단기적인 일자리다. 또 정부의 직업능력개발 훈련 예산과 고용장려금도 각각 283억 원, 584억 원이나 줄었다.

정부는 대신 취업이 어려운 계층에 대해 훈련과 함께 단기일자리, 취업 알선으로 이어지는 패키지 사업을 늘리기로 했다. 이 사업에 574억 원을 투입한다. 올해 289억 원보다는 크게 늘어났지만, 취약 계층 일자리 대책 지원금액 치고는 빈약한 수준이다.

한편 국회 예산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4대강 사업의 경우 올해보다 600억 원 늘어난 3조3000억 원이 들어간다. 정부 공기업인 수자원공사도 내년에 4대강 사업에 별도로 3조8000억 원을 투입한다. 4대강에만 내년에 사실상 국민 세금이 7조1000억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내년에 4대강 보와 준설 등 하천공사 주요 공정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최근 이명박대통령의 철도투자 지시에 따라, 내년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에 도로보다는 철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도로의 경우 올해보다 예산이 줄고, 철도는 늘었다. 전체적으로 SOC 투자는 올해보다 3.2% 줄어든 24조3072억 원이 배정됐다.

또 미래대비 분야의 핵심 8대 과제에 올해보다 2조9000억 원 늘어난 23조7000억 원이 들어간다. 자동차·조선 등 5대 핵심 선도기술에 955억 원, 세계 최고 10대 핵심소재 개발에 1000억 원, 신시장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900억 원 등을 배정했다.


태그:#2011 예산, #서민 예산, #4대강, #일자리, #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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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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