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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4대강 공사가 벌어지는 경북 상주 낙동강 '오리섬' 공사현장.
 8일 오후 4대강 공사가 벌어지는 경북 상주 낙동강 '오리섬' 공사현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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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의 더운 여름날, 경남 창원 북면을 지나 급하게 차를 몰아 낙동강으로 향했다. 본포교를 지나 부곡으로 달리자 좌우편으로 하얗게 빛나던 모래들이 누런 흙탕물을 쏟으며 잘려나가고 있었다.

몇 년 전 강의 날 행사 때 강변 하얀 모래 위에서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걷던 곳이었는데, 강으로부터 올라온 나지막한 숨결은 오간데 없이 이제 잘려온 모래로 두텁게 채워져 가고 있었다. 임해진으로 향하는 절벽 위, 도로에 차를 세우고 낙동강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건너편 모래톱도 엄청난 상처투성이었다. 이제 저 모래톱이 사라질 시간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런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힘들었다. 가슴이 아프고 시리다. 창녕 노리 앞의 이 아름다운 모래톱은 이제 나의 상상속에서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엉성하기 짝이없는 정부의 '준설 통한 홍수방어 정책'

15일 오후 경남 창녕군 '4대강 사업' 함안보 공사 현장 낙동강 하류쪽에서 불도저와 굴삭기 등이 대규모 준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15일 오후 경남 창녕군 '4대강 사업' 함안보 공사 현장 낙동강 하류쪽에서 불도저와 굴삭기 등이 대규모 준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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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으로 입을 가장 큰 피해 중 하나는 '생태환경의 파괴'일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너무나도 많은 생명들의 서식처인 강변 습지들을 없애고 있다. 경상남도의 경우를 보면 사업구간인 낙동강 본류 구간에 있는 습지들이 대부분 피해를 입을 영역에 포함되는데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이 구간에 15개소의 습지가 분포하고 4개의 습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습지가 직·간접적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 이렇게 무분별한 대규모 준설을 해야만 하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에서는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준설을 통해 하천의 공간을 확보(room for river)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준설을 통한 홍수방어 정책에 대한 정부의 계획안을 공학적으로 평가해 보면 그 논리와 방법이 엉성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계획이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먼저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량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면서 낙동강의 설계홍수량을 15% 증가시켜놓았다. 그래놓고 이 홍수량이 흐를 경우에 낙동강의 홍수위가 이전 홍수위보다 약 2m 낮아지도록 준설을 계획했다. 이것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라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홍수나 가뭄을 가중시킬 것이라면서 강우특성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공학적 정량수치는 아예 제시되지도 않았다. 낙동강 준설계획인 4.4억m³는 낙동강 하구에서 안동에 이르는 300km에 폭 200m, 높이 7.3m로 강변에 쌓아둘 수 있는 양이다. 얼마나 엄청난 양인가? 이렇게 모래를 퍼내고도 생태계가 온전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정부의 치밀하지 못한 계획 덕에 생태계는 이렇게 엄청난 환란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합목적성' 잃은 채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

16일 오후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먹이를 찾던 백로들이 굴삭기 작업을 피해 날아오르고 있다.
 16일 오후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먹이를 찾던 백로들이 굴삭기 작업을 피해 날아오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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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채소밭 부근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16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채소밭 부근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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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부의 준설은 '치수'를 위한 정책일까?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제시한 규모가 치수의 대상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강을 많이 파서 홍수에 준비하면 할수록, 댐을 만들어 물을 많이 가두면 가둘수록 좋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고, 이로 인한 수질문제, 생태 서식지 파괴 등 너무나 많은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합목적성을 잃은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더 놀라운 것은 대통령도 거듭 아니라고 해왔던 '한반도대운하' 계획에서 제시된 준설 내용과 너무 흡사하게 준설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 사업이 운하와는 관계없다고 하지만 준설로 잘려나가는 영역이 너무나 비슷한 것은 이 사업이 운하 준비사업이라는 것에 대한 의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제출한 외국인 카지노 활성화 방안에는 "내수면 유람선의 선상 카지노 도입 검토",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한 선상 카지노 도입으로 새로운 관광 매력물로 개발" 등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개발 계획이 명시돼 있다고 한다. 대규모 준설의 목적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4대강 사업은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기차와 같다. 이미 40% 이상 진행된 댐 공사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이제 완성시키는 길밖에 없다고 재촉하는 정부의 목소리에 진실을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싶다. 4대강 사업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덧붙이는 글 | 박재현씨는 인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입니다.



태그:#낙동강,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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