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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토산물에는 어떤 게 있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충청도 지도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충청도 지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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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방의 토산물에는 어떤 게 있을까? 조선시대 지리지에는 토산, 물산, 공물, 약재 등으로 분류되어 나타난다. 이들 물품은 공물이라는 이름으로 조정에 진상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처럼 한 지역을 대표하는 물건을 토산물이라 부른다. 토산물을 기록한 서적으로는 조선 전기의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조선 후기의 <여지도서> <대동지지> 등이 있다. 이들을 토대로 옥천의 토산물을 분류하면, 농산물과 임산물이 10종 광물이 2종이다.

농·임산물로는 옷칠, 대추, 안식향, 복령, 인삼, 꿀, 지치, 사향, 지황, 잣이 있다. 그리고 광물로는 무쇠(鐵)와 녹반이 있다. 그러나 현재 옥천의 토산물로 소개될 만한 것은 옷칠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은 이들 지리지가 토산물에 대한 검토와 확인을 거치지 않고 지방에서 올라온 공물안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 후기에 나온 <임원경제지> <규합총서> 등이 이들 지리지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 주고 있다. 이들 책에 따르면 옥천의 토산물로는 황금과 대추가 있다.

충북 향토문화 학술대회 논문집 <충북 토산물의 활용방안>에 따르면 현재 옥천의 토산물은 묘목과 옻나무다. 이중 옻을 이용한 제품의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지만 옻을 사업의 차원으로 격상시킨 것은 2005년이다. 그해 12월 6일 재정경제부는 옥천군을 옻산업 특구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묘목재배는 그 역사가 100년도 되지 않는다. 묘목재배의 개념이 형성된 것은 일제강점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 지역의 토산물이나 특산품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옻나무와 옻 이야기

옻나무 재배
 옻나무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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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는 열대지방에서 온대지방까지 분포하는 낙엽활엽교목이다. 그러므로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활엽수로 20m 정도까지 자란다. 전통적으로 옻나무는 옻칠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옻나무 수피에 상처를 내면 액체가 흘러나오는데 이것이 옻, 칠, 칠액으로 천연도료가 된다. 옻은 가구에 칠하면 방부와 방수기능을 할 뿐 아니라 아름다운 외관을 형성해 칠기문화의 기본재료가 되었다.

옻칠은 가구와 같은 생활용품, 칠기류로 대표되는 예술품 제작뿐 아니라 공업용 도료로도 널리 사용된다. 옻칠의 역사는 400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옻이 식용과 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지금도 옻순과 옻닭 등이 식용으로 이용되고, 옻나무가 한약재로 일부 사용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마른 옻이 어혈과 여인의 경맥불통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피로를 풀어주고 기생충을 죽이는 효과까지 있다고 적고 있다.

옻 추출
 옻 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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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옷의 주성분이 우루시올(urushiol)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루시올 성분은 산소와 결합해 도포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칠기재료로 사용된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우루시올 외에 MU2라는 성분이 있는데 항암, 위장보호, 노화방지 등 다양한 약리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옻은 현재 옻칠공예를 넘어 공업용 도료로까지 그 활용범위가 넓어졌다. 그리고 옻잎을 사료로 해서 옻 한우와 옻 사슴이 사육되고 있다. 또 옻나무를 활용한 버섯 재배도 연구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옻이 전자파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옻나무를 이용한 옥천의 토산물 제조 가능성

옥천군은 2000년대 들어 옻나무를 재배하여 산업화하는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것은 조선 전기부터 토산물로 여겨졌고, 조선총독부 자료에도 옥천이 옻산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옻나무 재배가 다시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2002년이다. 안남면 지역에 1만5000본의 옻나무를 심으면서 군 차원의 투자가 시작되었다.

2003년에는 옥천군과 배재대학교가 옻칠사업에 대한 공동연구를 시작했으며, 2005년에는 옥천군이 옻산업 특구로 지정되었다. 이때부터 옻나무 재배가 급격히 늘어 현재 40만본 정도의 옻나무가 옥천지역에 자라고 있다. 이들 옻나무 재배현황을 읍·면별로 분류하면 다음 표와 같다.

       읍·면       현존본수(본)        면적(㎡)        농가수
        합계         376,339       1,446,233       389
       옥천읍           18,227              49,522           16
       동이면           69,959             223,527          66
       안남면           79,173             266,085         102
       안내면           60,995             372,637          66
       청성면           71,360             224,967          60
       청산면           23,270              83,014           21
       이원면             2,910              13,326            8
       군서면             9,410              29,961          12
       군북면           41,035            183,194           38

참옻순
 참옻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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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은 2008년부터 참옻순 축제를 개최한다. 금년도에도 5월 15일-16일 양일간 옥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축제가 열렸다. 이때는 옻순 따기, 참옻순 맛보기, 옻생산품 전시 및 판매, 옻가공품 만들기 등 옻과 관련된 체험 및 전시 판매행사가 이루어진다. 현재 옥천군에는 옻과 관련된 업소와 사업체가 10여 곳 이상 된다.

옻식품업체인 (주)금강참옻은 옻나무의 독성을 제거한 옻추출물을 생산하고 있다. 영농법인인 (주)참옻들/옻샘식품은 옻소금, 옻티백, 옻된장, 옻고추장, 옻청국장, 옻초콜릿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철회축산은 옻배합사료를 먹인 한우를 기르고 있다. 문화공간 예곡은 참옻을 이용한 염색과 비누 제조, 옻칠기법을 활용한 한지 염색공예 사업을 벌이고 있다. 동학공예사는 옻칠을 활용한 유골함과 쌀독 등을 생산하고 있다.

참옻닭
 참옻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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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는 옻을 활용한 음식의 개발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참옻닭이다. 그 외에 참옷 영양돌솣밥, 옻국수, 옻전골 등이 개발되고 있다. 심지어는 옷메기탕, 옻장어구이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새로운 음식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테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옥천 사람들은 말한다.

옥천군은 이제 옻산업을 산업의 차원을 넘어 문화로까지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계획이기는 하지만 옻문화체험 마을을 만들고 옻칠 문화공간을 조성하려고 한다. 더 나가 옻박물관을 세우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이제 옻이 연구개발의 차원을 넘어 문화로까지 발전하는 일이 옥천에서 가능할 것 같다.

옥천군 이원면의 묘목 이야기

옥천군 이원면 묘목
 옥천군 이원면 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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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이원면은 전국 과수묘목의 60~70%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곳은 기후가 온화하고 토질이 좋아 양질의 묘목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교통이 좋아 접근성이 좋다. 현재 490호의 농가에서 연간 1300만 주의 묘목을 생산하고 있다. 묘목은 100여 종의 과수와 50여 종의 조경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들 묘목의 재배면적은 300ha이다.

이원면의 묘목생산은 1930년대 일본인 사토(佐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기 이원면에서 복숭아묘목을 접붙여 양묘사업을 했다. 남선종묘사와 거래하던 곽종혁씨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러한 기술을 배워 양묘사업의 확장에 기여했다. 이후 한을룡, 김복헌, 안헌귀씨에 의해 양묘사업이 감나무, 배나무, 사과나무 등으로 확대되었다. 또 한헌섭, 주재욱, 곽하재, 김초옥씨 등이 포도나무, 앵도, 잣나무 등으로 과묘의 영역을 좀 더 확대하였다.

1942년에 이미 이원면에서는 연간 50만 주의 묘목이 생산되었다. 이후 5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루어지던 묘목생산은 90년대 들어 전기를 마련한다. 1995년 이원면에 있던 30여 개 종묘상과 묘목농원을 중심으로 이원과수묘목협회가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는 묘목축제를 개최하여 이원묘목의 홍보와 판매라는 두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이원묘목 영농조합법인이 설립되었다. 현재 47개 농원이 조합에 가입해 있다. 2005년에는 옥천군이 묘목특구로 지정되어 묘목생산단지 조성과 묘목테마공원 조성이라는 좀 더 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원 묘목축제
 이원 묘목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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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이원면에서 판매되는 묘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가 유실수다. 과수목이라고도 하는데, 감, 대추, 매실, 머루, 모과,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두 번째로 화목(花木)으로 불리는 꽃나무가 있다. 목련, 라일락, 영산홍, 장미, 개나리, 배롱나무, 자귀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가 조경수다. 이들은 침엽수와 활엽수로 구분되는데, 소나무, 잣나무, 주목, 구상나무, 메타세콰이어, 이팝나무, 단풍나무 등이 있다. 넷째가 울타리나무다. 주목, 측백나무, 사철나무, 쥐똥나무, 담쟁이덩쿨 등이 있다. 다섯째가 특용 및 약용수다. 참죽나무, 엄나무, 참옻나무, 가시오가피나무, 두릅나무 등이 있다.

현재 이들 묘목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유실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삼천리 감, 청산 감, 희귀 백도, 구두루 국광이다. 삼천리 감은 열매가 크고 생산량이 많고, 청산 감은 저장성이 뛰어나다. 희귀 백도는 크고 풍미가 좋으며 색깔까지 좋다. 그리고 구두루 국광은 청색이 뛰어나고 맛이 좋다. 옥천군 이원면에서 생산되는 이들 묘목은 농가의 주요소득원일 뿐 아니라 옥천을 알리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옥천을 보는 세 가지 관점: 역사, 토산물, 인물] 두 번째 이야기 토산물 편이다. 현재 옥천의 토산물로는 옻나무와 묘목이 있다. 이들의 역사 그리고 현재 이들의 재배 활용 및 판매현황을 자세히 다뤘다.



태그:#옥천의 토산물, #지리지, #옻(칠), #옻나무, #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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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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