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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리의 푸른 솔은
1000년의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궁장이 엄숙하고 원기가 서린
이곳 태안땅 안면도
당신과 함께한 선조들께선
널리 편하게 쉬어가라 명명하셨습니다.
이치와 섭리를 거스른
이익과 편리의 추구는
노한 자연의 액운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목이 꺾이고 허리가 동강난
당신의 모습에 놀라고 상삼한 채
이제야 당신의 위대함과 고귀함 그리고
희생의 길을 가려 올리니
바라건데 더는 놀라지도 노하지도 마시고
길이 오래토록 안식하소서!
부디 이 땅에 오르내리면서
우리에게 안녕과 번영의 광영을
베풀어 주소서!
오늘, 이천십년 구월 십육일,
우리 모두는,
예를 다한 정결한 위안제를 밝게 올리오니
이에 푸른 기상으로 영원히 남으소서!

곧게 뻗은 소나무 사이로 뿌리째 뽑히거나 중간이 두 동강난 소나무들이 곳곳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안면도 자연휴양림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한 호소가 울려퍼진다.
안면송 위안제가 16일 안면도휴양림에서 열렸다.
 안면송 위안제가 16일 안면도휴양림에서 열렸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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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에도 장례식의 조문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난 2일 충남 태안군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에 의해 생을 마감한(?) 안면송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안면송 위안제'에서 울려 퍼진 조문이다.

위안제를 준비한 안면발전협의회 문정식 회장은 배경에 대해 "태풍 곤파스가 안면도유림내에 100년 이상 된 7500여 그루의 안면송을 훼손시켰다"며 "안면도의 역사이자 정신인 안면송의 수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상실감을 위로하고 자연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고자 행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안면송은 태안군의 소중한 자원이며 군민과 관광객 모두 안면송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있기에 이번 피해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며 "안면송은 다른 지역의 소나무와 달리 나무 줄기가 붉은색을 띠며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여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고 가치를 부여했다.

김세호 태안군수가 제례를 올리고 있다
 김세호 태안군수가 제례를 올리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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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제는 비나리와 김세호 군수 등의 제례와 박남규 군의원의 조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안면송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궁전건축과 선박제조용 목재로 사용되었으며, 18세기 말 수원 화성을 축조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또한 <만기요람>에 의하면 19세기 초 조선 정부에서 '황장봉산'으로 특별 관리하였는데, 그 면적이 전국 봉산의 26%에 해당될 정도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안면송 위안제 모습
 안면송 위안제 모습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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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태안반도의 안면도 소나무 숲은 1978년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 대상이며, 2005년에는 아시아태평양산림위원회에 의해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우수 산림 중 하나로 선정됐다. 현재 산림청에서는 안면도 일대 안면송 숲을 천연 보호림으로 지정하여 각별하게 관리하고 있다.

지난 2일 태안반도에 닥친 태풍 곤파스에 의해 자연 휴양림, 수목원을 비롯한 안면도 전역에서 7500여 그루 이상이  훼손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 안면송 처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문헌에 보면 조선 영조 12년에도 자연재해로 인하여 소나무 군락이 크게 훼손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도 위안제를 열어 위대한 자연에 위로와 경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면송 위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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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웅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곤파스, #안면송, #안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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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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