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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집단 돌연사 의혹을 언론에 알리고, 사망 노동자 유족들의 투쟁을 돕는 활동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된 정승기씨가 16일 원직복직을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삭발을 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한국타이어 해고 노동자 정승기(48)씨는 지난 3월 27일 회사로부터 징계면직(해고) 처분을 받았다. 회사 측이 밝힌 해고 사유는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언론에 회사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내용을 전달하거나 인터뷰하고, (사망 노동자 유가족을 돕는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했으며,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6월 25일 이 같은 한국타이어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하고 '원직복직'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타이어는 이에 불복,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정씨는 그동안 1인 시위를 통해 한국타이어에 '원직복직'을 촉구해 왔으며, 이날 회사 앞에서 삭발식과 함께 단식농성을 시작하게 된 것.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민변, 대전충남통일연대 등 대전충남지역 노동계와 정당,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정씨의 투쟁에 힘을 보탰다.

 

연대발언에 나선 엄연섭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장은 "최근 용광로에 빠져 숨진 한 노동자를 애도하는 추모열기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다"면서 "그러나 한국타이어에서는 1년 6개월 동안 15명의 노동자가 집단 사망했음에도, 유족을 돕고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를 오히려 해고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위원장도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죽음의 공장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노동자를 쫓아낸 게 바로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라면서 "이 땅에서 한국타이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인권후진국가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선창규 진보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외치고 있다"면서 "그가 진정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사돈기업에 대해서부터 실천해 보라"고 꼬집었다.

 

"산재 은폐한 책임자는 봐주고, 고발한 노동자는 해고하나"

 

정승기씨도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타이어는 2007년 특별근로감독을 받은 결과, 산재 은폐를 비롯한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가 적발되었다"면서 "이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해 사법부로부터 법인은 1000만 원의 벌금을, 임원진 5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는 산업재해를 은폐한 책임자나 사망사원의 유족을 뒷조사하라고 지시한 관리책임자, 회사 내에서 노동운동을 하지 말라며 정승기를 살해 위협한 자 등은 여전히 멀쩡히 회사에 다니게 하고 있다"며 "한국타이어가 진정으로 노동자 집단 사망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면 이들부터 징계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또 "만일 저 정승기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사망사례를 수집하여 언론에 제보하지 않았다면 특별근로감독도, 역학조사도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쯤 더 많은 노동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타이어가 지난 3년간 523억 원을 투자하여 작업 환경 개선에 나선 것이 바로 그동안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열악했었는가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가 산업재해 은폐 관련자는 징계하지 않고, 이를 언론에 제보한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파렴치한 일"이라며 "한국타이어가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권은 계속해서 위태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승기가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씨는 삭발 후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함께 자리한 각 단체 관계자들도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노동탄압 자행하는 한국타이어는 각성하라', '정승기는 정당했다 부당해고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정씨의 투쟁에 힘을 보탰고, 정씨의 원직복직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한편,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정씨는 언론에 인터뷰를 한 사실로 자신이 해고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해고사유 중 일부에 불과하며, 주요 해고사유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차례에 걸친 유죄판결, 그리고 근무시간 중 직무수행 거부, 근태불량, 허위사실을 기재한 유인물 배포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씨에 대해서는 법적인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로 초심인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재심신청 등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이 사건이 법원에서 확정된 후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한국타이어, #정승기, #해고노동자, #단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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