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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은 천을 보고 열심히 궁리한다. 몇 명은 자를 대고 재단한다. 몇 명은 한 곳에서 천을 자른다. 몇 명은 재봉틀을 돌린다. 왁자지껄 시끄럽다. 각자 맡은 일에 열중이다. 이것만 보면 마치 의류공장에서 의류 제작 하는가 싶다.

 

하지만, 아니다. 동아방송예술대학(http://www.dima.ac.kr/) 패션스타일리스트과 학생 20 여명이 '산타 자루'를 만드는 중이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하교를 하고 없는 저녁 7시. 이들은 왜 '산타 자루'를 만들고 있는 걸까.

 

'산타 자루', 이래서 만든다

 

처음 아이디어는 '안성동부무한돌봄네트워크팀'이었다. 그 팀에서 '올 해 추석을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독거노인 가정, 재가 장애인 가정,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등의 100개 가정에 선물을 전달하는 데 쓰이는 자루다. 자루 하나에 4000원이지만, 그 자루를 사서 이용하는 것보다 지역의 대학생들을 이용해 자루를 만들고자 했다.

 

궁리 끝에 팀에서 안성시 광고협회에 전화해서 폐현수막을 섭외했다. 수거하고 남은 현수막을 산타자루를 만드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그 산타자루를 오늘의 주인공 젊은이들이 만들기로 한 것. 

 

산타자루는 사실 이웃 가정에 배달할 때 쓰는 게 아니다. 산타자루를 안성에 있는 일죽중학교, 서운중학교, 명륜여중학교, 죽산초등학교 등 4개교에 걸어두기 위해서다. 걸어둔 그 주머니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집에서 화장지, 참지, 치약, 비누, 양말 등을 집어넣는다. 약 3일 정도 걸어두고 나서 수거한다. 가득 찬 물품을 모아서 이웃가정에 배달한다. 

 

이래저래 지역의 이웃을 위해 여러 사람이 마음을 보태고 있는 게다. 나눔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지.

 

동아방송예술대학 패션스타일리스트과는?

 

패션스타일스트과, 말 그대로 '코디'를 키우는 과다. 2006년도에 생긴 이 과를 통해 벌써 많은 스타일리스트들이 배출되었다. 이미 장근석, 씨엔블루, 은지원,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유명 연예인의 스타일리스트로 진출했다.

 

스타일리스트라고 옷만 배우는 게 아니다. 헤어와 화장까지. 옷도 스타일만 봐주는 것이 아니다.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재봉틀로 만들고, 봐주는 것까지. 그야말로 토털 패션리스트다.

 

그러다보니 이 과를 나온 학생들은 스타일리스트는 기본이고, 의류 업체와 디자인 업체로 진출한다. 왜냐하면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배우니까. 그런데다가 옷을 고르고 입히고 봐주는 것까지 하니까.

 

2009년 과 신입 지원율보다 2010년 지원율이 2배로 늘었다. 2006년부터 꾸준히 지원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인기 과라는 이야기다.

 

외모만 아니라 마음도 멋진 학생들

 

그런 이들, 외모만 멋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안성동부무한돌봄네트워크팀으로부터 산타자루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이 과의 담당 최원경 교수는 두 말 하지 않고 '오케이'를 했다.

 

그것보다 더 훈훈한 것은 그 뒤였다. 이 오더를 받은 최 교수가 과 학생들에게 자원봉사 공지를 했다. 20여명의 학생들이 자원을 했다. 무엇보다 이 과의 전 과대표 이승준씨가 앞장을 섰다. 안 그래도 지역에 봉사할 거리를 찾고 있었고, 기회가 서로 맞았던 것.

 

그래서 그런지 산타주머니를 만드는 날 저녁, 모든 일 진행의 전두지휘를 이승준씨가 했다. 적극적이다. 거기다가 최 교수의 지도가 빛났다. 스승과 제자가 힘을 합쳐 나눔을 실천하는 현장이었다.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아주 좋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 과의 전통이 되어 해마다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승준 씨의 당찬 소감이 오늘 자원 봉사하는 학생들 모두의 마음이리라.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6일 저녁 7시, 산타주머니를 만드는 현장에서 전 과대표 이승준 씨와 이루어졌다. 


태그:#동아방송예술대학, #패션스타일리스트과, #안성동부무한돌봄네트워크팀, #산타주머니,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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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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