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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남한강에서 모래 준설을 하고 있는 중장비들 하천 둔치의 농경지는
파헤쳐서 사라지고 있었다.
 여주 남한강에서 모래 준설을 하고 있는 중장비들 하천 둔치의 농경지는 파헤쳐서 사라지고 있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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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때문에 9년 만에 엥겔계수(총 생계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최고라고 한다. 농산물 가격의 폭등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흉작이라는 데 대체로 이의가 없다. 하지만 최근의 농산물값 폭등이 이상기후 탓 뿐일까?

얼마 전 내륙을 관통한 태풍 '곤파스'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을 원인으로 넣더라도 부족하다. 현재도 조용히(언론의 침묵) 진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으로 농경지가 없어진 것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봐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얼마만큼의 농경지가 없어졌을까.

정부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공유지인 하천둔치에서 짓는 농사를 전면 금지해 버렸다. 이로 인해 6197만㎡(1877만평,여의도 면적 약21배)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던 2만4000여명의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 한겨레 기사 중

고깃집에서도 상추를 더 먹으려면 고기를 추가 주문해야 한다며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한다. 실제로 시장에 나가보니 상추가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상추라고 내놓은 것도 시들어진 꼬투리 상추였는데 값이 품질에 비해 높아 보였다. 시금치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드문드문 보이는 배추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가격표와 물건을 번갈아 보면서 그냥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표와 물건을 번갈아 보면서 그냥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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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가면 1천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실제로 1천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콩나물이 유일할 정도다. 애호박, 오이, 고추, 무우 등의 기본가격은 2천원 이상이었다.

높아진 장바구니 물가에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과 상인들 사이에 거래하는 것도 좀처럼 볼 수가 없었고, 그나마 갖다 놓은 물건도 초라해 보일 정도로 그 양이 많지 않았다.

과일 가격 또한 그 편차가 매우 커 보였다. 먹음직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는 듯 높은 가격표를 달고 있었고,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아 보이는 것들도 평범한 가격이 아니었다. 그나마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기웃거려봤더니 살아있는 꽃게가 좀 작아 보이는 것은 한 마리에 1천원, 큰 것들도 1만원에 6~7마리씩으로 비싼 채소대신 꽃게를 담는 분위기다.

문제는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주방살림을 하는 내 기억으로는 높은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부터 쭉 이어져 왔다. 갈수록 농경지가 줄어드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서민들의 밥상고통은 늘어날 것이다.

쌀 재고물량이 넘치는 국내 상황을 가지고 식량이 남아 돈다고 안심하는 것은 오판이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율이 25%대라는 것은 매우 위태로운 식량안보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75%의 식량을 수입농산물로 대체하는 것이 지속가능 할 수는 없다. 그 징후들은 주변 국가들의 많은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쌀 수출국 필리핀은 농업말살정책 뒤에, 식량파동을 겪은 후 농업 부활에 사활을 걸었고, 선진강대국 중 유일하게 식량자급을 못하고 있는 일본은 국내외서 식량자급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러시아는 흉작 때문에 밀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자국의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선진강대국들의 식량자급율은 100%를 넘게 유지하는 정책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이유를 되새겨봐야 할 때이다.


태그:#물가폭등, #식량안보, #4대강, #엥겔계수, #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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