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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종편 보도 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2차 공청회가 학계, 시민단체, 관련 사업자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방송통신팀장.
 '종편 보도 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2차 공청회가 학계, 시민단체, 관련 사업자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방송통신팀장.
ⓒ KIS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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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회용 : "요즘 지상파 수신 안 되는 곳 거의 없다. 작은 안테나 사서 달면 다 잘된다."
한석현 : "집 주변에 빌딩이 많아서…."
성회용 : "그럼 한 팀장에게 특별히 사람 보내 해결 방안 찾겠다."
한석현 : "이미 케이블 3년 약정해 놔서…."

무거운 주제에 짓눌렸던 공청회장이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집에서 지상파 방송 수신이 잘 안 돼 어쩔 수 없이 케이블TV를 보고 있다는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방송통신팀장 말에 '지상파방송 대표'인 성회용 SBS 정책팀장이 나름 '수습'하려다 벌어진 소동이었다. 하지만 그 앞뒤 맥락을 보면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사업자들 '게임의 법칙'에 '시청자 선택권'은 없다?

'종합편성채널(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2차 공청회가 지난 3일 오후 3시 경기도 과천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렸다. 전날 '당사자'인 준비 사업자 대표 11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차 공청회에 이어 이날은 '제3자'인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 관련 사업자 대표 등 9명이 참석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종편 사업자를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 몇 개나 뽑을지, 종편과 보도 채널을 같이 뽑을지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여기에 지상파, 케이블, 독립제작사 등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심사 항목 배점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KBS 시청료 인상 추진, '비대칭규제', 유료방송 수신료 인상 요구 등 종편 도입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시청자 선택권'은 사업자들 이해 관계에 묻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이날 '웃음바다'의 발단이 된 한석현 팀장 발언 역시 방송법 시행령에 규정한 '종편 의무재전송' 등 종편 사업자에게 주어진 특혜가 '시청자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취지였다.

한 팀장은 "지상파 방송 수신 안 되는 곳에선 어쩔 수 없이 유료방송을 봐야 한다"면서 "시청자 80% 이상이 유료 방송을 보는데 (모든 지역에서) 종편을 의무 송출하게 되면 보기 싫은 사람까지 보게 해 시청자 선택권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 팀장은 종편 준비사업자가 보수 언론 일색임을 들어 "종편으로 매체 다양성이 생기지도 않고 시청자 선택권 확보도 안 된다"면서 "종편도 지상파에 맞설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와 시민 참여형 사업자를 구분해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염려하는 것은 의무재전송만이 아니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종편이 오히려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게 할 수도 있다"면서 "KBS 시청료, 유료방송 요금 인상, 중간/간접 광고 허용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초성운 KISDI 방송전파정책연구실장 역시 "정부가 사업권을 주는 게 사업성 보장은 아닌데 사업자들은 돈까지 벌게 해달라 그런다"면서 "사업하는 건 사업자 몫이고 그거야말로 특혜 시비를 낳을 수 있다"며 사업자들의 각종 정부 지원책 요구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성회용 SBS 팀장도 "종편이 들어 오는 걸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광고, 편성 규제 등 종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면서 지상파 방송과 동등한 경쟁 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결국 중간광고, 간접광고, 국내·외주제작비율 등 지상파 방송에만 적용되는 '비대칭규제'를 함께 풀어달라는 요구였다.

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열린 '종편 보도 채널 사업자 선정 기본계획안' 1차 공청회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청중석에 앉아 준비 사업자 대표들의 의견 발표를 듣고 있다.
 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열린 '종편 보도 채널 사업자 선정 기본계획안' 1차 공청회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청중석에 앉아 준비 사업자 대표들의 의견 발표를 듣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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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의무 송출'이 소비자 선택권 제한 아니다?

김준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시민단체 주장에 유달리 단호한 어조로 맞받았다. 김 국장은 "의무재전송이 소비자 선택권을 과하게 제한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법은 지상파 수신율 확대도 있고 유료 방송 구성을 다양하게 해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 팀장이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방송법 처리 과정 관련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을 거론하면서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종편 사업자 선정 절차가 무효화될 수 있어 헌재 판결 이후 적법하게 진행되는 게 옳다"고 절차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국장은 "지난해 10월 헌재 판결은 개정 방송법 유효하다는 것이었고 정부가 유효한 방송법에 따라 이런 절차를 진행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헌재 권한쟁의심판은 방송법 효력과는 무관하고 설사 인용 결정이 내려져 방송법이 개정되더라도 지금까지 법 집행은 유효하다"면서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조중동 방송' 특혜 논란 자초한 방통위

사실 방통위 실무자 관점에서 종편 의무재전송이나 헌재 권한쟁의심판 등 시민단체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이번 공청회 성격에는 걸맞지 않다. 이미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종편 선정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그 시나리오에 따라 어떻게 사업자를 뽑을지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또 어떤 안이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저울질하기 바쁜 언론사들 보기에도 시청자들의 편익은 '관심밖'이다.

문제는 방통위가 조중동 등 언론사들 압박에 종편 사업자 선정을 올해 안으로 못 박고 서두르면서 정작 반대 진영이나 시청자 목소리에는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청회에 초대받지 못한 언론시민단체들은 정작 공청회가 열리는 동안 행사장 밖에서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방통위가 반대 여론을 피해 일부러 서울 도심에서 동떨어진 곳에 공청회 장소를 잡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관련기사: 종편 공청회 첫날 스타는 최시중 위원장)

미디어행동 회원들이 2일 오후 2시, 종편 공청회가 열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문 앞에서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의 불법성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행동 회원들이 2일 오후 2시, 종편 공청회가 열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문 앞에서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의 불법성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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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기본계획안에 담긴 정책목표 4가지 중 하나가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보'다. 기존 지상파 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조선> <중앙> <동아> <매경> <한경> 등 보수 색채 일색인 종편 사업자들이 방송의 다양성과 시청자 선택권을 보장하리라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틀 연속 '종편 탈락자 특혜 시비'를 낳은 '종편-보도채널 순차 선정안'에 대해 방통위가 적극 해명했음에도 여전히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 배경 역시 그만큼 방통위가 '조중동' 등 종편 준비 사업자들 입김에 휘둘려 왔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를 끝으로 공은 다시 방통위에게 넘어갔다. '연내 종편 사업자 선정'이란 대국민 약속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었는지, 일부 언론사를 위한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때다. 우선 종편 사업자 공모 일정을 헌재 결정 이후로 미루라는 방통위 안팎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그 첫 순서가 될 것이다. 


태그:#종편, #공청회, #방통위, #최시중,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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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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