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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 매년 12월 31일 밤부터 1월 1일 아침이면 첫 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관람객들로 발 디딜틈 없는 이곳에는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보려는 손님들로 일년 내내 북적인다.

 

간절곶은 바다와 송림, 천연잔디가 조화를 이뤄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안식처로도 자리매김해왔고, 관할 울주군은 간절곶 관광 명소 계획을 수년 전부터 수립해 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세트가 설치되면서 간절곶의 천연잔디가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어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천연잔디가 무분별 파헤쳐져

 

울산MBC는 첫 지역 제작드라마로 50부작 <욕망의 불꽃>을 기획하고 그 배경을 간절곶과 태화강으로 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가족사를 다룬 이 드라마는 10월 방송 예정으로 이순재와 이효춘, 유승호, 서우 등이 출연한다.

 

오픈세트가 들어설 곳은 간절곶공원인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산28번지 일원 5530㎡ 부지로, 세트는 연면적 648㎡ 지상 1층 1동 규모로 지어진다.

 

울주군과 울산MBC는 이같은 내용으로 지난 8월 30일 '간절곶 오픈세트 건립 협약식'을 진행했고, 울주군은 간절곶 내 부지를 제공하고 각종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인근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이하 한수원)가 오픈세트 건립비 3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울주군에는 신고리원전 1~4호기가 있고, 주변 부산 기장에 고리원자력 1~4호기, 인근 경주에 월성원자력 1~2호기가 있는 등 주변이 원전으로 싸여 있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울주군 주민들의 보상차원으로 각종 지원금을 내놓고 있는데, 이번 30억 원 지원도 그 일환이다.

 

문제는 얼마 전부터 드라마세트 건축이 시작됐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즐겨 애용하는 천연잔디밭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드라마를 통한 명소 홍보보다 본래 있는 자연그대로의 잔디가 더 좋다, 훼손하지 마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모래시계의 정동진처럼 한 지역의 명소가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곳 일부 주민들은 그보다는 자연 경관이 더 소중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울주군은 간절곶을 명소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04년 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하면서 이 일대에 잔디피크닉 광장과 산림욕장으로 만들기로 했었다. 하지만 울주군은 그 계획을 실천하지도 않은 채 드라마세트을 위해 스스로 허물어 버린 것이다.

 

한 주민은 "볕 좋은 날에는 잔디밭에 나가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곤 했는데 잔디가 깊게 파헤쳐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한번 훼손되면 복구하기 힘들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이 30억 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원전 때문에 주민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돈을 자연경관 훼손에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주군 관계자는 "드라마세트장에는 정원이 함께 들어서므로 잔디를 대체할 수 있다"며 "간절곶이 드라마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 지역발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사를 하기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 공원점용허가가 난 것"이라며 "잔디밭을 파는 부분은 사업자인 MBC가 하는 일이라 우리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태그:#간절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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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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