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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초중고의 성미산 이전을 둘러싸고 홍익학원과 성미산 주민들이 100일 가까이 대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열린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2009년 진행된 학교용지 변경 과정에 대해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225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225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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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 번째 시정질문에 나선 성백진 의원(민주당, 중랑)은 "2009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등 오세훈 서울시장을 단상에 불러내 성미산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성 의원은 질문에 앞서 "성미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서울시 정책결정과정의 편향성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문제는 교사를 이전해야 하는 홍익학원이라는 이해당사자가 한 편에 있고, 홍익학원이 이전해 들어갈 대상지와 대상지 주민이 다른 한 편에 있는, 그래서 매우 섬세하고 균형 잡힌 시각과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홍익학원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에 비해, 이전 대상지에 대한 타당성과 이전 대상지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충분한 배려는 없었지만 성미산 문제는 원래 체육시설 용지로 어차피 훼손될 것이기에 학교용지로 변경을 했으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문에서 성 의원은 "2008년에 오 시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있었던 녹색서울시민위원회에서, 성미산은 보존가치가 높으니 학교부지로 허가해서는 안 되고 성미산 전체를 생태공원화 하라는 입장을 천명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오 시장은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성미산은 2009년에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산림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성 의원은 이어 "2003년 성미산 배수지 건설 당시 서울시에 의해 훼손된 산을 가꾸고 다듬어 온 주민들 입장에선, 산의 20%를 훼손하고 학교가 들어온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학교부지는 그저 산의 일부분이 아니라, 해당부지의 80%이상이 비오톱 1등급지고, 성미산에서도 입목본수, 그러니까 단위 당 서식하는 나무의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오 시장이 허가한 이 땅이 전체 비오톱 1등급지인 성미산에서도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런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오 시장의 대답에 성 의원은 "알고 있었는데도 서울시 도시기본계획과도 배치되고 시정기본방침과도 어긋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백진의원이 오세훈시장에게 성미산 문제에 대해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
 성백진의원이 오세훈시장에게 성미산 문제에 대해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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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질문에서 성 의원은 성미산의 학교 이전에 결정 과정에 대해 강도높게 따져 물었다.

성미산대책위원회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했던 문제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 대해 성 의원은 오 시장에게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을 보니 심의가 심히 부실했다. 2009년 8월 19일과 9월 2일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 위원으로 홍익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이해당사자로 볼 수 있는 홍익학원 소속 교수가 들어간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최근에 홍대 교수가 참여한 것을 알았다. 심의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가 참여한 것은 문제가 있다. 사전에 해당 부서에서 꼼꼼히 체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절차상에서는 문제는 있겠지만 법적인 하자는 없다. 이후에는 오해가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며 잘못을 순순히 시인했다.

이런 답변에 대해 성 의원은 "제가 지금 법적 하자를 물었습니까? 서울시의 최고정책결정자로서 이런 일이 정말 떳떳한지, 현재 분쟁상태에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유감을 표하실 뜻은 없는지?를 물어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이어진 질문에서 "또 이런 거짓말도 했다. 홍익학원 이전부지 근처에는 '초등학교가 없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금 이 문제가 홍익학원과 주민들 간의 갈등에 가장 첨예한 쟁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이나 학부모로서는 날벼락이다. 벌써 성서초등학교 아이들이 인근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고 있다. 오 시장은 사립초등학교와 공립초등학교가 담벼락 하나 맞대고 붙어 있는 경우를 이 경우 말고 보신 적 있느냐"고 질문을 받았다.

이러한 추궁에 오 시장은 "이런 예는 보지를 못했다. 신중치 못한 결정이었다"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홍익학원 이전부지와 딱 붙어서 공립초등학교인 성서초등학교가 있다.
 홍익학원 이전부지와 딱 붙어서 공립초등학교인 성서초등학교가 있다.
ⓒ 성미산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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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은 2009년 7월 9일 열린 서울시의회에서 이수정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홍익학원, 마포구청, 서울시청, 이전 대상지 주민들의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공론화할 것과 조정과정에서 조정이 어려우면 대체부지를 포함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8월 19일 긴급하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용도변경을 한 것은 뭔가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말한 성 의원은 또 "오 시장은 2008년 11월에 홍대 총장님 면담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홍익학원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여러 차례 면담 요청을 했다던데, 만난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오 시장은 "만난 적은 없지만 피한 적도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이에 성 의원은 "성미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홍익학원 공사를 막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당장 아이들의 교육권이나 환경권에 침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시장이 홍대 총장은 만나주고 성미산 주민들은 만나주지도 않고, 대안을 모색해보자 해놓고 자료도 주지 않고, 홍대 교수까지 끼워서 자기들끼리 통과시킨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충분히 있다. 서울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오 시장을 다그쳤다. 

마지막으로 성 의원은 "지난 8월 23일, 박홍섭 마포구청장이 성미산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는데, 서울시가 지금처럼 법적 하자가 없다고만 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실 의향은 없느냐"고 질문했고 오 시장은 담당부서를 통해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추가 질문에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다. 사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이 건은 이해당사자들이 분명히 있는 정책결정이다. 홍익학원은 기존학원을 옮겨야 하고 이전상지 주민들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고. 그래서 말인데, 서울시의 미결정부지 가운데 대체부지를 제안하실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아직까지 성미산 외에 대체부지를 검토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오 시장의 시정질문 답변에 대해 성미산 대책위원회는 "오 시장은 절차상의 하자는 인정하면서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한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앞으로 적극적 입장을 가지고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이날 임시회에 참석했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마포구청장이 제안한 다자간 협의체구성에 대해 적극적 참여 의사를 밝혔다. 또한 협의체 구성은 제안했던 박홍섭 구청장 역시 오세훈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의 의견에 환영 의사를 밝혔고, "담당 부서를 통해 협의체 구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향후 성미산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성미산, #서울시의회, #성백진, #곽노현,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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