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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맨 왼쪽)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갤럭시S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 국내 런칭 행사에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맨 왼쪽)과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갤럭시S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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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우리는 찬밥 신세 되는 건 아닌가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50만 명을 넘기면서 '스마트폰 대중화'에 성큼 다가섰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일찌감치 아이폰-안드로이드폰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윈도모바일, 심비안, 블랙베리 등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OS) 이용자들 소외 현상도 커지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안드로이드폰 천하

지난 21일 누적 가입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SK텔레콤에 KT 135만 명, LGU+ 18만 명을 합하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이미 350만 명이 넘는다. 이는 전체 휴대폰 사용자의 7% 수준으로 9월 아이폰4 출시를 감안하면 10% 수준인 500만 명 달성도 시간 문제다.

OS 별로는 삼성 갤럭시S, 팬택 시리우스, LG 옵티머스Q, 구글 넥서스원 등 구글 안드로이드 OS 탑재 스마트폰(아래 안드로이드폰)이 이달 초 130만 대를 넘겼고 애플 아이폰이 88만 대로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 '아이폰 대항마'로 내세워 70만 대를 판 옴니아2를 비롯해 LG 레일라폰, HTC HD2 등 MS 윈도모바일 OS폰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밖에 심비안 OS를 탑재한 노키아 익스프레스뮤직폰이 14만 대, RIM 블랙베리도 5만 대(볼드9700 2만 대 포함) 팔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선 여전히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노키아와, 한때 아이폰과 어깨를 겨뤘던 블랙베리가 국내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아래 앱) 개발 역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에 편중되고 있다. 일반 개발자들은 물론이고 포털 같은 IT업체나 정부와 금융기관들조차 다른 OS들까지 배려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단말기를 판매한 이통사와 제조사들조차 OS 업그레이드 등 사후 지원에 소극적이어서 타 OS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통신3사 스마트폰 주요 모델 판매량 현황

(8월 말 현재: 각 사 추산)

SK텔레콤KTLGU+
갤럭시S80만 대아이폰88만 대옵티머스Q6.5만 대
옴니아1/270만 대노키아 익뮤14만 대오즈옴니아6.4만 대
모토로이12만 대쇼옴니아/팝11만 대갤럭시U6천 대(21일)
시리우스12만 대이자르4만 대레일라폰7500대
블랙베리5만 대넥서스원3만 대  
전체200만 대전체135만 대전체 18만 대

8월말 현재 통신 3사 스마트폰 판매량을 보면 '윈도모바일폰'인 옴니아와 레일라폰,블랙베리,노키아 익스프레스뮤직폰을 제외하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들이 각사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블랙베리나 노키아용 앱은 왜 안 만들죠?"    

미 RIM사의 블랙베리는 애초 기업용으로 국내에 들어왔으나 이메일 연동 등 비즈니스 활용성이 뛰어나고 특유의 쿼티 자판 덕분에 개인용으로도 아이폰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반 휴대폰 판매장에서 블랙베리를 구하긴 쉽지 않다. '공짜 스마트폰'도 흔한 요즘 여전히 2년 약정을 해도 기기값이 40~60만 원에 이르다보니 부담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부터 1년 넘게 블랙베리(볼드9000)를 써온 손병철(40)씨는 지난 4월부터 다음 아고라에 SK텔레콤을 상대로 '부당처우 개선' 청원을 올려 1600명 서명을 받았다. 단말기 2년 약정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2배 이상(미 AT&T 24만 원 수준) 비싼 데다 BIS(블랙베리 인터넷 서비스) 요금 1만2천 원까지 매달 별도 부담하다보니 국내에서 '부자 폰'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아이폰보다 먼저 출시됐음에도 앱 지원은 뒷전이고 수리도 해외에서 이뤄지는 등 사후 지원이 열악하다고 한다.

IT업체에서 일한다는 손씨는 "비즈니스용으로 쓰기에 기기 자체는 아이폰보다 낫지만 기본 앱 외에 한글화된 앱이 부족하다"며 "SK텔레콤에서 지난해 블랙베리용 '네이트온' 앱을 만들기로 해놓고 아이폰용 앱을 먼저 내놓더니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심비안 OS를 쓰는 노키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불만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노키아 익스프레스뮤직폰을 3개월째 쓰고 있는 원호연(28)씨는 요즘 트위터를 통해 여기저기 심비안용 앱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는 게 일상이 됐다. 노키아폰은 KT의 보조금 지원 덕에 보급형으로 인기가 높지만, 심비안 앱 스토어인 '오비스토어'나 내비게이션 기능이 뛰어난 '오비맵' 등 핵심 서비스가 국내에선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인 원씨는 "심비안 OS는 파일 형태로 앱을 저장할 수 있고 안정성이 높아 만족하지만 한글 앱이 적어 사용자들 스스로 앱을 개발해서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KT에선 아이폰을 위해 '와이파이 위치 찾기' 등 다양한 서비스 앱을 만들면서도 심비안용은 '고객센터' 앱조차 10월에나 나온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2009년 출시된 주요 스마트폰들. 왼쪽부터 애플 아이폰, 삼성 T옴니아2, 블랙베리, 노키아 익스프레스뮤직.
 2009년 출시된 주요 스마트폰들. 왼쪽부터 애플 아이폰, 삼성 T옴니아2, 블랙베리, 노키아 익스프레스뮤직.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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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폰 나온 뒤 옴니아2는 '구닥다리' 신세 

70만이 넘는 삼성 옴니아2폰 사용자들 역시 이들 외산폰 처지와 다를 바 없다. 이용자 숫자 면에서는 아이폰에 크게 뒤지지 않지만 최근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폰에 집중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T옴니아2를 써온 조아무개(37)씨는 이달 초 유심(USIM)을 바꿔 아내 아이폰을 대신 쓰고 있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일하는 조씨는 "초기엔 SK텔레콤에서 OS 업그레이드 등 지원을 잘 받았지만 삼성이 안드로이드폰에 집중하면서 어느 순간 지원이 끊겨 구닥다리가 된 느낌"이라면서 "무엇보다 T스토어 등에 쓸 만한 앱이 적다보니 거의 안 들어가고 계속 쓰던 앱만 쓰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옴니아팝'에서 'T옴니아2'로 옮긴 충무로 조아무개씨 역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는 마찬가지다. 조씨는 "KT에 비해 T맵 등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앱들이 좋긴 하지만 윈도모바일 OS 자체에 오류가 많다 보니 하루에도 두세 번씩 다운돼 '리셋'해야 하는 등 불편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때문에 고장이 잦은 옴니아2 이용자들 가운데는 AS센터에서 돈을 더 내고 아예 다른 안드로이드폰으로 교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메모리 문제 때문에 AS센터를 찾기도 했다는 조씨는 "AS센터에 옴니아2를 들고 가니 마치 환불이나 교환을 바라고 온 사람처럼 경계했다"면서 "실제 이용자 카페에 잦은 고장 때문에 갤럭시S 같은 다른 모델로 교환받았다는 글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고 밝혔다.

노키아폰 사용자인 원호연씨는 "일반 기업들이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사용자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닌데 제조사나 이통사들까지 기본적인 앱 지원조차 미적거리고 방치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스마트폰, #아이폰, #블랙베리, #옴니아2, #갤럭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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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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