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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21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배석자 없는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21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배석자 없는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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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이 21일 성사된 후 이날의 회동이 여권의 갈등 구도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임기 반환점(25일)을 앞둔 상황에서 두 사람의 화해는 정권의 안정적인 운영에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22일 정오 무렵 춘추관 출입기자들에게 양자의 오찬 회동이 약 1시간 반 동안 이뤄졌음을 알렸다. 두 사람의 회동에 배석자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청와대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짓는 모습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박 전 대표 측이 회동에 앞서 두 가지 조건을 얘기했고, 청와대는 모두 지켰다"고 말했다. 한 가지는 회동 전까지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이었고, 또 한 가지는 대화 내용을 박 전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양자회동 계획을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수석, 정무라인의 일부 비서관들만이 알 정도로 철통같은 보안 태세를 취했다. 이튿날 오후까지 대화 내용이 '청와대발 언론보도'로 새어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박 전 대표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게 청와대의 내부평가다.

박 전 대표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측근들이 '비교적 온건한' 브리핑을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두 분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경제문제를 포함한 국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당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언론 보도가 계속 나오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대화에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그러한 내용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비서실장' 역을 맡은 같은 당 이학재 의원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는 상당히 긍정적인 회동인 것 같다"고 전했다. 언론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박 전 대표와 직접 통화를 해 분위기를 살폈는데, 그의 어조와 뉘앙스로 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전 대표가 양자 회동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언론보도에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7년 대선 이후 두 사람은 지금까지 6차례 회동을 했는데, 이듬해 총선이 끝난 2008년 5월 10일의 회동은 '최악의 만남'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것은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될 일"이라고 대통령을 질타했고, "청와대가 (친박연대 수사와 관련해) 매일 검찰에 전화를 넣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는데 잘못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런 게 있겠냐?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가 모든 대화 내용을 언론에 직접 브리핑했는데, 청와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자기 입맛에 맞게 발표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짧게는 개각 인사청문회, 길게는 9월 정기국회 내다본 만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21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이 21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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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회동은 두 사람이 논의할 중심 의제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기에 더욱 파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짧게는 개각 인사청문회, 길게는 9월 정기국회를 내다본 만남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우선 이 대통령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인사청문 대상들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야당의 공세를 돌파하기 위해 박근혜계의 협조를 얻어낼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과의 만남에서 김태호 후보자의 총리 기용에 대해 장시간 설명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의 총리 발탁이 '박근혜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많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그와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언질을 줬을 것이라는 얘기다.

9월 정기국회 이후에는 국정감사와 4대강 예산 심의에서 여야의 대치가 예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폭넓은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얘기다.

두 사람이 개헌의 방향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로의 권력구조 개편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박 전 대표의 힘을 빼려는 포석"이라는 친박그룹의 의심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정현 의원의 브리핑에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두 사람이 최소한의 신뢰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친박 의원들의 계파모임 '여의포럼'이 모임의 해체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 엑스포 관람차 18일 중국으로 떠난 여의포럼 회원 17명은 방문기간 중 "귀국한 뒤 회원들이 모여 해체 여부를 논의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는데, "왜 우리가 (친이보다) 먼저 하느냐"는 종전의 기류가 달라진 셈이다.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26일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주목할 만하다.

이 후보자는 도곡동 땅이 이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한 국세청 간부 안원구씨의 축출에 관여하고 위장전입·논문 표절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리는 곳이 박 전 대표가 소속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다.

박 전 대표의 청문회 참석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양자 관계의) 청신호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태그:#박근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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