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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코스 자전거만 쭉~~
▲ 자전거대열 한쪽 코스 자전거만 쭉~~
ⓒ 615제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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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시나요? 제주에서는 뜨겁다 못해 아스팔트가 불타는 이 여름에, 자전거를 타는 '미친' 행사가 있습니다. 제주를 동쪽과 서쪽으로 나눠서 타는데, 마지막날에 제주시내에서 합쳐집니다. 올해가 벌써 일곱 번째입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제주본부(6.15공동위 제주본부)가 주최한 '제7회 통일염원 자전거행진'입니다.

처음으로 도착한 곳에서 다함께
▲ 남원큰엉 처음으로 도착한 곳에서 다함께
ⓒ 615제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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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저는, 강더위가 한창이던 8월 14일과 15일 1박2일 동안, 제주의 동쪽해안을, 두 발로 페달을 밟으며 달렸습니다! 집에 앉아서 쉬어도 모자랄판에, 서른이 다되어가는 여자가~ 라는 말들이 들립니다.

아, 그런데 자전거 타는 것, 굉장히 매력적인 거 아시죠? 내 몸과 자전거가 합치되는 순간이 오거든요. 게다가 이 행사 한번 다녀오면 또 가게 된다는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허벅지가 꿀벅지가 되든말든, 얼굴이 까맣게 타든 말든, 온 몸이 녹초가 되어 다음날 월차를 내야된다고 해도 가게되는 그 것! 뭔지 궁금하시죠?

그럼 지금부터 자전거 타실 준비 되셨나요? 제주의 동쪽을 달릴 준비되셨나요? 그럼, 달려볼까요? 저만 따라오세요.

자전거타고 제주도반바퀴
 자전거타고 제주도반바퀴
ⓒ 615제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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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 통일을 달리다

8월 14일. 오전부터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며 내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자전거를 탈때는 날씨가 적당히 서늘해야 좋지요. 폭우만 쏟아지지 않는다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면 시원해서 더 좋지요. 볕이 뜨거우면 그만큼 그늘을 찾기 힘들어지고 아스팔트가 달궈지고 바람이 불지 않게 되지요. 그렇게되면 피부는 놀라 까맣게 시들어버릴 테고, 온몸의 땀은 옷을 적실 테지요.

그래서 안심하고 제주시 관덕정으로 향했습니다. 제주시에 사는 사람들은 모임장소인 서귀포고등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갑니다. 관덕정 앞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자니, 새로운 얼굴도 보고 작년에 봤던 얼굴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아, 나만 중독된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맨 오른쪽 자전거가 저의 애마입니다
▲ 나의 '애마' 맨 오른쪽 자전거가 저의 애마입니다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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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고등학교에 도착하면, 자신이 탈 자전거 '애마'를 고릅니다. 대부분 자전거 대리점에서 수리를 마친 상태여서 안전합니다. 다만 안장의 높이라든가, 자전거의 색상이라든가, 브레이크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자전거를 잘 골랐다면, 동쪽과 서쪽으로 나눠 길게 줄을 섭니다.

자전거수리는 내게 맡겨
 자전거수리는 내게 맡겨
ⓒ 615제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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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를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동쪽은 대부분 경사없이 무난한, 평평한 코스입니다. 어린아이들도, 자전거를 처음 배운 사람도(?) 탈수 있다는 환상의 코스이지요. 반면 서쪽 코스로 말하자면, 오르막 한번 내리막 한번, 또 오르막 한 번 , 또 오르~막~ 인 코스입니다. 저는 동쪽으로만 두 번째입니다. 서쪽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아시겠지요? 그리니 학교앞에 자전거를 쭉 세워놓고 서쪽코스로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봅니다. 저 사람들 제정신인가 하고 말이죠.

서귀포 시내에서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집니다. 우리가 지금 남과 북으로 갈라져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굳이 이렇게 나눠서 도는 이유도 느낌으로 아실 줄 압니다. 자전거로 제주도 한바퀴 돌아도 되는데, 저마다 자전거에 '한반도기'를 달고 동쪽과 서쪽으로 나눠서 달리는 겁니다. 그리곤 다음날에 제주시내에서 합쳐집니다. 그때의 감동은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감동보다야 덜하겠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셈입니다. 탄성이 절로 나오니까요.

# 무한체력의 소유자, 누구냐 넌?

이제 본격적으로 '애마'를 타고 달립니다. 무겁게 내려앉은 구름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힙니다. 처음부터 체력이 떨어지면 안 되는데, 힘을 내 페달을 밟아 달려봅니다. 안장을 너무 높였는지, 핸들을 잡은 손목이 찌릿찌릿하고 허리가 아파왔습니다. 서귀포 시내를 벗어나기도 전에 이렇게 뒤떨어질 수는 없었습니다. 참고 다른사람들과 대열을 맞추기위해 낑낑댑니다.

자전거로 제주도 동쪽코스 돌기
 자전거로 제주도 동쪽코스 돌기
ⓒ 615제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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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과 서쪽으로 약 30명정도가 자전거를 타는데, 거기에 안전요원과 주최 측까지 합하면 40명정도 됩니다. 너무 많으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이 정도의 규모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안전요원은 오토바이를 타고 건널목이나 교차로에서 차들을 막습니다.

신호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자전거가 한줄로 대열을 이루다보니 한번에 쭉 건너야 안전하기 때문에, 차들에게 미안하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차들의 반응은 대부분 차갑습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자전거의 안전에는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이번엔 경찰차도 함께 대동했는데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금만 양보해주면 큰일나나 봅니다.

자전거를 실은 트럭도 대열을 따라다닙니다. 혹시 자전거 상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수리도구들도 함께 실려있습니다. 트럭의 제일 중요한 역할은 중간에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는 사람을 태우는 일입니다. 간혹 더위 때문에, 간혹 자전거 고장으로, 간혹 다리에 쥐가나거나 몸상태가 나빠지면 트럭에 타야합니다. 자전거 완주도 물론 중요하지만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이죠.

안전을 위해 제일 애쓰는 분들 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종횡무진하는 무한체력의 소유자인 '대장'이 최고입니다. 대열은 무조건 형광봉을 들고 자전거를 오토바이처럼 굴리는 '대장'을 따라야 하는데, 어떨 땐 신호에 막힌 트럭보다 앞서고, 어떨 땐 오토바이보다 앞뒤를 오가며 자전거 대열의 안전에 힘을 씁니다. 올해 만난 안전요원은 작년에도 안전요원이었습니다. 역시나 최강 체력을 마음껏 발산해주셨습니다. 도대체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무한체력은 또 있습니다. 자전거 일주를 하면서 제일 무서운 녀석들인데, 바로 중학생들입니다. 고등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든데, 중학생들은 참 많습니다. 보기에는 키만 훌쩍 커서 약해보이는데, 아이들은 도통 따라잡을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제발 뒤에서 쫓아오라고 몇 번씩 구박을 줬는데도, 오르막길에서 뒤쳐져있는 나를 제치고 선두에 서 버립니다. 말릴 수 없는 저 무서운 건강함! 마냥 부럽기만 하지요.

헉, 누군가가 해수욕장으로 실려갔다.
 헉, 누군가가 해수욕장으로 실려갔다.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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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에서 허리줄다리기?
▲ 해수욕장에서 뭔짓이야 해수욕장에서 허리줄다리기?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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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지칠 줄을 모릅니다. 신이 주신 체력입니다. 표선해비치해변에서 물놀이, 다음날 함덕해수욕장에서 담수욕, 삼양해수욕장에서 마지막 물놀이까지, 끝까지 즐깁니다. 어른들은 물놀이 한번 제대로 못하고,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데 말입니다. 아니, 물놀이 끝나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야 하는거 당연한건데, 그러면 자전거 속도도 줄어들어야 되는데, 이해가 안됐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누구냐, 넌?"

# 자전거 도로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본격적으로, 동쪽 코스로 접어들었습니다. 서귀포 시내를 벗어나면 금방 시원해집니다. 같은 아스팔트라도 사방이 꽉꽉 막혀있는 시내의 아스팔트는 그만큼 더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차들은 또 얼마나 칭얼대는지요. 그러니 시내를 빠져나오자마자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가던 구름이 살짝 태양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서귀포시내에서부터 남원까지 가는 시간은 어색했던 '애마'와 정을 들이는 과정을 겪기도 합니다. 기아를 변속하는 방법도 터득해 나가면서 자전거와 내가 몸을 맞춰가는 시간이지요. 내리막길이 대부분인데다 남원 앞바다가 펼쳐진 코스는 저절로 페달을 밟게 만듭니다. 처음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자전거 타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코스였습니다.

아이스크림 하나면 더위가 날아가지요
▲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날리고 아이스크림 하나면 더위가 날아가지요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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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큰엉까지 정말 2시간만에 완주했습니다. 기가 차고, 코가 막히는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아이스크림이 배급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시간입니다.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먹다보면 처음봤던 얼굴들과 뜨겁게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고생하셨어요." 이름보다 안부를 먼저 묻습니다. 서로의 이름을 꼭 알아야 하나요? 그저 서로의 완주를 걱정해주고, 서로의 썬크림을 돌려바르고, 서로의 물을 나눠마시다보면, 그냥 한순간에 친해집니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언제나 아쉬운 건 다름 아닌 자전거도로입니다. 그거 아세요? 제주도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다는 거요! 근데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정작 자전거 도로로 안 가는 것도 아세요? 그래서 위험을 무릎쓰고 차도로 다녀야 한다는 것도요. 아니, 왜냐고요?

일단 자전거도로는 좁습니다. 그냥 구색만 자전거 도로지, 자전거 한 대 지나가기에도 좁은 지역이 대부분이지요. 게다가 중간중간 주차되어있는 차들은 어떻고요? 자전거도로에 우뭇가사리를 널어놓은 건 귀엽기나 하지요. 자전거 도로는 유명무실, 자동차 주차장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면서 자동차들은 자신의 차지인양 비켜줄 생각도 안 합니다.

괜찮아, 조금 늦어도
 괜찮아, 조금 늦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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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로는 문턱이 높습니다. 툭하면 솟아나있고, 툭하면 푹 꺼져있고, 툭하면 돌멩이가 바퀴에 채입니다. 실제로 전문적으로 싸이클을 타는 분들은 자전거 바퀴가 손상되기 때문에 자전거도로에서 타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전거 도로는 차도에서 날아오는 온갖 돌멩이와 쓰레기와 유리조각들이 많기 때문이죠.

자전거는 차도에서 더 속도가 납니다. 매끄럽게 다듬어져있는 아스팔트 도로는 자전거 바퀴도 부드럽게 만듭니다. 자동차 바퀴만 소중한 거 아니잖아요? 자전거 안전을 위해 구분을 지어놓고 있지만, 오히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그러니 제발 자전거 도로 잘 정비됐다고 생색 좀 내지 말았으면 합니다. 직접 자전거를 타봐야 그 불편함을 알 수 있는 거잖아요? 5분거리도 자동차로 움직이면서, 자전거 정책 펴지 말라는 얘깁니다.

# 숨이 턱턱~, 인공호흡이 필요해~~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반바퀴 돈다는 것은, 온 몸으로 제주를 느낀다는 얘기입니다. 내 몸 안의 것들이 마구마구 신호를 보냅니다. 여기선 바람의 방향에 따라 허리를 더 꺾어야해, 여기선 햇빛 때문에 고개를 더 숙여야해, 여기선 페달을 밟지 않아도 괜찮아, 속력을 올리지 말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라고! 자꾸자꾸 말을 걸어 옵니다. 머리로 꼼수를 부리려는 게 아니라, 저절로 몸이 터득하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 고개를 떨구고 있네요
 너무 힘들어, 고개를 떨구고 있네요
ⓒ 615제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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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지나가는 차들이 '무식하게' 빵빵거릴 때, 자전거 도로를 무례하게 점령하고 있는 차들을 만날 때, 함께 가던 동료가 힘들다고 트럭에 오를 때, 점심 때 나온 도시락이 형편없을 때, 자전거에서 내리고 싶어집니다. 내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 거야, 내 몸이 왜 이렇게 따라주지 않는 거야, 왜 이렇게 숨이 턱턱 막히는 거야, 이놈의 아스팔트는 누가 끓여 놓은거야! 순간 순간, 욕이 불쑥불쑥 나오기도 합니다.

 괜찮아... 힘들면 트럭에 타도
 괜찮아... 힘들면 트럭에 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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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도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 몸이 먼저 자전거의 매력에 중독돼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자전거와 내가 하나 되는 순간에 다다릅니다. 바람의 결에 내가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숨이 가빠지고 땀이 등허리를 타고 내려올 때, 허벅지와 엉덩이와 발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의 순간순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내리막길에서는 제주도의 매력과 자전거의 매력이 합치되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페달을 밟게 되지요. 그래서 자전거에서 내려올 수 없게 되는 겁니다.

# 하나되는 순간은 언제나 뭉클하다

첫날밤은 종달리에서 묵게 됐습니다. 다함께 모여 밥을 먹다가, 문득, 서로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어디서 일하는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그제야 알게됩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지요. 서로의 피부색을 비교해보고, 서로의 얼굴에 기미가 얼마나 더 발달했는지 안타까워하면서 이미 친해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나를 절대로 추월하지 말라고 했는데 끝까지 날 골탕먹인 중학생은 날 '이모'취급하기까지 합니다.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미안해요
▲ 즐거운 OX퀴즈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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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다같이 모여 OX퀴즈를 풀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 문제도 맞추지 못하고 패자부활전에만 세 번 출연했습니다. 제가 이래봬도 4지선다형 찍기에는 달인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만큼 통일에 무관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성을 해봅니다.  조를 나눠 조각조각 나눠진 그림에 색칠도 했습니다. 마지막날 다함께 모여 퍼즐을 맞추듯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림들이 다 따로 놀다보니, 하늘에 달도 떠있고 태양도 떠있는 사태가 벌어지긴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종달리에서 함덕- 삼양-화북을 쑥쑥 지나쳤습니다. 전날보다 태양이 더 밝게 웃고 있었고, 전날보다 아스팔트는 가열돼있었습니다. 썬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쓰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팔토시며 발토시며 가릴 수 있는 건 죄다 가렸습니다. 신기합니다. 그래도 탑니다. 얼굴만 아주 까맣게요.

헤어지지 못하고 사진을 찍었지요
▲ 마지막날 헤어지지 못하고 사진을 찍었지요
ⓒ 615제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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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애마'와 함께 달리고 달려, 드디어 제주시내에서 서쪽팀들과 상봉하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제주시 탑동에서 만나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서로 시간을 맞춰 같은 시간에 도착해 대열을 맞춰 탑동 광장안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경찰차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조심스럽게 탑동으로 들어가다보니 서쪽 대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들 까맣게 탔습니다. 저도 그럴 테지요. 동병상련을 느끼며, 동쪽 한명 서쪽 한명씩 대열을 맞춰 광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서쪽은 우리보다 더 힘들다는데~. 가슴에 물이 차오르더니, 눈까지 올라왔습니다. 땀이었겠지요. 왜 이 순간은 언제나 뭉클한 걸까요.

제7회 통일염원 자전거 대행진
▲ 통일염원 자전거 대행진 제7회 통일염원 자전거 대행진
ⓒ 김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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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탑동광장에 서쪽과 동쪽 대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여기 오기 전 우리는 제비뽑기를 했습니다. 전 8번을 뽑았는데, 서쪽의 8번과 짝이 되는 겁니다. 저는 처음 본 서쪽 8번 대원과 인사도 나누고, 악수도 하고, 껴안기도 하고, 율동도 함께 했습니다. 이산가족도 아닌데, 같은 번호를 뽑았다는 것만으로도 '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못내 아쉬워 서쪽과 동쪽 사진을 찍고,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내년에 또 자전거를 타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1박2일 내내 트럭에서 내려오지 않은 여학생도 있었고, 뒤처지지 않고 끝까지 자전거를 탄 51세의 아주머니도 계셨습니다. 서쪽에선 몸이 불편하신 분도 자전거를 타셨습니다.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도 30분이면 금방 배웁니다. 뭐, 못타면 어떻고 잘 타면 어떻습니까? 체력 따윈 문제되지 않습니다. 어떠세요? 제주도 반바퀴, 자전거로 달려 보시겠습니까?


태그:#제주도자전거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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