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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서편제>(연출 이지나)는 '한국 뮤지컬'을 내걸고 사람들의 우려와 기대 가운데 지난 14일에 첫 공연을 올렸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대장금>과 <명성황후>, <영웅> 이후로 그 뒤를 이을 만한 대작이 나왔기 때문이리라.

그 날은 국악계의 유망주 이자람씨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크다. 이미 그녀는 <사천가>를 통해 판소리 공연의 새로운 시도를 한 인재다. 뮤지컬 <서편제> 역시도 그녀를 위한 자리, 그녀가 해야만 하는 그런 공연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뮤지컬 서편제의 포스터
▲ 공연포스터 뮤지컬 서편제의 포스터
ⓒ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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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사계절의 변화는 무대를 활용해 표현했다. 아버지(서범석, JK이동욱, 홍경수)와 동호(임태경, 김태훈), 송화(이자람, 차지연, 임은경)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소리의 길을 찾아 떠나는 장면은 무대가 돌아가면서 영상이 뒷받침해주니 새로운 시공간의 초월을 경험하게 된다.

뮤지컬에서는 동호와 송화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소리 공부가 중심축이 된다. 세 명의 인물은 자신에게 걸맞은 한을 그려낸다. 동호는 소리 때문에 자신의 엄마(이영미, 채유리)가 죽었다는 한을 뿜어낸다. 극의 중간마다 이미 죽은 엄마가 등장하며 한과 맞닿아있는 죽음을 표현한다. 아버지는 스승을 배반해 소리판에서 쫓겨났지만 진정한 서편제를 노래하고 싶은 이루지 못한 꿈을 품고 있다. 마지막으로 송화는 이루지 못한 동호와의 애틋한 감정과 소리 때문에 아버지가 눈을 멀게 한 상상하지 못할 한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동호는 소리를 포기한 대신 우리의 것이 아닌 세상의 노래로 자신의 한을 승화한다. 단가를 부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가슴에 묻은 송화는 동호를 피해 다니며 이리저리 떠돌이생활을 한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동호와 대면한 그 순간, 두 시간에 걸쳐 보여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버지가 송화에게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진정한 서편제의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그날 이자람은 온몸과 온힘으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객석까지 전달했다. 정말 송화가 된 것처럼 말이다.

공연장 문을 열고 나오면 가슴 뭉클한 어떤 감정을 하나 얻어낸 느낌이다. 외국 라이센스 공연이 넘쳐나는 지금 뮤지컬 <서편제>를 통해 한국뮤지컬의 현주소를 재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것에 대한 고민과 비전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1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08-5001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ot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편제, #뮤지컬, #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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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사람. 프로젝트 하루5문장쓰기 5,6기 진행자. 공동육아어린이집 2년차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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