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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나타나는 틀린 표기와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부정확한 내용 등은 독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 '만화 김대중'(모두 5권), 백무현 지음, 시대의창 수시로 나타나는 틀린 표기와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부정확한 내용 등은 독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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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은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양심'이고자 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1주기였다. 때를 같이 해 김대중 대통령을 기리는 책들도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김대중 자서전>(삼인)은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 2만 부가 매진됐고 쇄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김삼웅 선생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김대중 평전>(2권, 시대의창)을 같은 시기에 출간해 김대중 읽기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보다 좀 앞서 김대중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김대중>(백무현 글· 그림, 시대의창, 전5권)이라는 책이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출간된 바 있다. <만화 김대중>은 지난해 10월 1~3권이 먼저 나왔고 4~5권을 올해 4월에 마저 출간하면서 모두 5권으로 완간됐다.

<만화 김대중>은 최근 출간한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 내용을 만화로 옮겨놓은 것 같다. 내용은 물론 본문에 나오는 대화들도 똑같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백무현 화백이 관련 자료를 비교적 꼼꼼하게 검토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시로 나타나는 틀린 표기와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부정확한 내용 등은 독자들에게 의아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만화 박정희>와 <만화 전두환>을 펴낸 바 있고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한 백무현 화백은 현재 <서울신문> 시사만평을 맡고 있다.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저 옆에 제일상회 상도 말이여"라고 하는데 정작 길 건너편에 제일상회는 없고 '오성상회(五星商會)'가 보인다.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저 옆에 제일상회 상도 말이여"라고 하는데 정작 길 건너편에 제일상회는 없고 '오성상회(五星商會)'가 보인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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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화 김대중>은 1권~5권까지 맞춤법이 틀린 크고 작은 오류는 물론 출간 이전에 최종 검토와 교정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가를 의심하게 하는 부분도 있고 '왜곡' 수준의 오류를 범한 곳도 있다.

1권과 5권이 가장 심하고 특히 5권은 당장 틀린 내용을 바로 잡아 수정본을 출간하고 기존의 독자들에게는 리콜을 통해 보상해야 할 수준이다.

'노사모'를 일러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5권 187쪽)"이라고 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을 '봉화(5권 205쪽)'라고 하는 등의 오류가 나온다. 굳이 설명해야 할까 싶지만 노사모의 정확한 명칭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은 '봉하(마을)'이다.

'보도유예'를 의미하는 엠바고를 금수조치라고 설명해 놓았다.
 '보도유예'를 의미하는 엠바고를 금수조치라고 설명해 놓았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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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의 6·15남북공동선언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오류가 특히 심각하다. 제5권 145쪽에서는 "오늘 중대 발표가 뭡니까?"라고 묻자 정부 관계자가 "엠바고 붙은 거라…"며 말을 아끼는 장면이 나온다. 6·15남북정상회담 개최 성사를 알리는 것이 엠바고라는 뜻이다. 여기서 문제는 '엠바고'다.

전작권 엠바고나 개각 엠바고 등 '엠바고'라는 단어는 언론에서 종종 언급됐고 최근에는 "청와대와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엠바고 관행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미디어오늘')"는 보도까지 나온 바 있다. 기자나 방송 관계자가 아닌 국민들에게도 아주 낯선 단어는 아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엠바고(embago)란 한 나라가 특정 국가에 대해 직·간접 교역, 투자, 금융거래 등 경제 부문의 모든 거래를 중지하는 금수조치"라고 각주를 달아 설명하고 있다. 물론 엠바고에는 그런 뜻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엠바고란 '기자들을 상대로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일 또는 기자들 간의 합의에 따라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일'을 말한다. 줄여서 흔히 '보도유예'라고도 한다.

당연히 만화 속 본문의 각주 역시 이와 같은 내용이 담겨야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금수조치, 즉 수입금지조치라고 설명을 하고 말았다. 작가와 편집진이 제대로 확인하고 퇴고와 교정 등의 작업을 거쳤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엠바고(embago)"의 영어 철자도 embago가 아니라 embargo라고 써야 한다.

일간지에서 시사만평을 그리고 있는 작가가 이를 잘 몰랐다는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고 작가와 편집진이 제대로 확인하고 퇴고와 교정 등의 작업을 거쳤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밖에도 '봉림제라는 서당에서'라고 해야 할 것을 "봉림제라는 서당제에서"(1권 99쪽)라고 한 것이나 '뜨겁다'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해 "뜨거운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구었던 6월항쟁(4권 82쪽)"이라고 한 문장, '호헌구국선언'을 "호헌국국선언(1권 211쪽)"이라 하고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저 옆에 제일상회 상도 말이여(1권 138쪽)"라고 해놓고 정작 길 건너편에 제일상회는 없고 "오성상회(五星商會)"가 있는 장면 등은 독자 입장에서 보면 생뚱맞음을 넘어 '성의 없음'으로 느껴진다. 이것 말고도 조사나 단어가 틀린 부분은 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전하는 비서관이 "봉화"라고 말하고 있는 장면(왼쪽)을 포함한' 만화 김대중'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오류들.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전하는 비서관이 "봉화"라고 말하고 있는 장면(왼쪽)을 포함한' 만화 김대중'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오류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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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잘못들만 없었다면 <만화 김대중>은 충분히 내용을 제대로 갖춘 책으로서 손색이 없다.

지금이라도 작가와 출판사는 머리를 맞대고 앉아 문제점을 수정, 재출간하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제5권은 수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미 구입한 독자들에게 수정본으로 교환해 주는 방안까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세상 어느 독자가 수시로 오류가 튀어나오는 책을 기꺼이 사 볼 것이며 그러한 잘못에 책임지지 않는 작가와 출판사를 신뢰하겠는가.

이에 대해 <만화 김대중>을 펴낸 시대의창 출판사 측은 '엠바고' '봉화' '노사모'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오류에 대해 "제작 과정에서 (작가와 편집진이) 실수한 것이다. 다시 교정을 보고 다음 인쇄에 반영하겠다"면서 "잘못된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만화 김대중 완간 세트 - 전5권

백무현 글.그림, 시대의창(2010)


태그:#김대중, #백무현, #노무현,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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