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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금 소송과 관련, 법원이 같은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판결을 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 판결에 불복해 전부금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장호씨(51, 대전시 서구 월평동)는 최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억울한 옥살이 누명을 벗게 해달라'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씨는 시위 이유에 대해 "법원이 같은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판결을 하는 오심을 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데도 11년째 이를 바로잡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 1999년 4월 채무자인 서아무개씨(58)가 돈을 갚지 않는다며 '공정증서'(중도법무법인 1997년 제854호)를 근거로 채무자 서씨와 제3채무자 신아무개씨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채무자 서씨가 즉시 항고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씨가 신청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1999년 11월 5일 확정했다.

 

위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의 확정은 채무자(서씨)가 제3채무자(신아무개씨)에 대해 압류한 보증금반환채권을 압류채권자(이씨)에게 이전시키는 것으로, 전부명령이 확정될 경우 위 전부채권은 압류채권자인 이씨에게 이전되어 법률적으로 이미 집행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9년엔 '전부명령 확정', 2000년엔 '전부명령 불허'

 

민사집행법 제231조(전부명령의 효과)는 '전부명령이 확정된 경우에는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에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이전된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씨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서씨가 1999년 11월 5일 확정판결 이전에 제기한 청구이의 소가 확정판결 이후에도 각하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전지방법원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되었다는 법률관계를 누락하고 6개월이 지난 2000년 5월 2일 '전부명령신청에 의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며 이번에는 서씨의 손을 들어준 것. 즉 청구이의 소 재판부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 종료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다시 뒤집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검찰로 하여금 '사기 혐의'로 이씨를 구속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고, 결국 이씨는 사기 미수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씨는 "적법하게 집행법원으로부터 확정 받은 전부명령으로 모든 법적 분쟁이 끝났는데도 청구이의 소 재판부가 종료된 사안임을 알지 못하고 이를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며 "결국 법원의 오심이 억울한 옥살이로 이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이씨는 '청구이의 소송'에 대한 판결 자체가 잘못됐다며 당시 채무자인 서씨의 보증인(채무자 서씨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제3채무자) 신아무개씨를 대상으로 전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1심 재판부가 기각하자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오는 19일 2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같은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두 번의 판결을 내린 것도 의아스러운 일이지만 이씨의 재판과정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부지기수다. 

 

이씨는 지난 2001년 당시 운영하던 컴퓨터 학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공정증서를 근거로 이미 받은 학원매매대금을 이중으로 받아 챙기려 한 혐의(사기 미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에 대한 항고 재판부는 공정증서를 근거로 이씨의 손을 들어준 반면, 청구이의 소 재판부는 채무자인 서씨의 손을 들어줬다.  

 

'건물증축 사실 누락된 서류' 법원 제출... 검찰 "변조 단정 어렵다" 

 

2002년 6월 출소한 그는 법원에 제출된 서류가 위조된 사실을 밝혀냈다. 당초 소송과정에 제출된 건축물관리대장에 건물증축(컴퓨터 학원) 사실이 없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건물 증축 여부는 판결에 큰 영향을 끼친 주요 서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씨가 소송이 제기되기 이전인 1999년 발급받은 건축물관리대장에는 증축 내용이 기재가 돼 있었다. 건축물관리대장을 발급한 관할기관은 대전 중구청이다. 그런데 증축 사실이 있는 건물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대전 중구청의 서류가 변조된 것으로 판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검찰의 의뢰에 따른 문서감정 결과를 통해 "적어도 1회 이상 디지털(팩스나 복사기)을 사용해 몇 차례 복사한 것"이라며 "동일한 원부에 의해 생산된 문서로 볼 수 없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등본의 변조여부를 명확히 판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국과수의 감정의뢰결과 등에 따라 변조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이씨는 이어 건물 증축 사실이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위증한 건물주를 위증 혐의로 고발했고 대법원도 건물주에 대하여 위증을 인정했다(2004년 3월).

 

보존기한이 2013년 말인 재판서류가 통째로 사라져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한 이씨는 2006년 1월 사기 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다음날 열린 민사소송(청구이의) 공판에서는 재심청구가 기각됐다. 같은 사건을 놓고 민사와 형사 사건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이다. 특히 당시 재심민사재판부(판사 한상곤)는 '형사사건 결과를 보고 결론을 짓겠다'고 해놓고도 재심형사재판부의 판결 결과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또한 이씨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포기하지 않고 원점으로 돌아가 '전부금 소송'을 시작했지만 이 과정에서 재판기록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을 겪었다. 대전지방법원이 보존기한이 2013년 말까지로 돼 있는 이씨의 재판기록을 잃어버린 것.

 

이씨는 "이미 종료된 사안에 대한 정반대 판결과 관할 구청의 변조된 서류 발급, 법원의 재판기록 분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며 "2심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대전지방법원, #이장호 , #중복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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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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