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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반대 15일째 금식기도회에 참여한 노준래 목사(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장)
 4대강 반대 15일째 금식기도회에 참여한 노준래 목사(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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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잠시 잦아들었다. 노상에 마련된 금식기도회장은 습기로 눅눅했다. 

16일, 4대강 중단을 촉구하는 대전충남목회자들의 금식기도회가 15일째를 맞았다. 목회자들은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대전 중구 문화동) 앞 노상에서 천막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24시간 릴레이 단식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금강보 공사가 한창인 충남공주에 있는 금강선원에서도 4대강 공사에 맞서 릴레이금식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서 첫 금식기도회를 시작한 지난 2일부터 한동안은 무더위가 이들을 괴롭혔다. 당시 취재를 위한 천막기도회장 방문도 기자에게 고역이었다. 1분도 되지 않아 등줄기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목회자들은 기도하듯 가부좌를 틀고 앉아 땀에 절은 옷을 이불삼아 밤을 지새웠다. 금식으로 인한 배고픔에 열대야까지 겹쳐 밤잠을 뒤척여야 했다. 축축한 무더위에도 많게는 3일 동안을 단식기도회에 참여한 목회자도 있었다.  

근래 바통을 이어받은 목회자들에게는 무더위가 비켜간 대신 태풍 뎬무가 비바람을 몰고 왔다. 허술한 천막 안으로 연신 빗줄기가 새들어왔지만 이들은 천막을 때리는 빗줄기 소리를 장단삼아 4대강을 막아달라고 기도했다.

노준래 목사(대전충남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장, 충남 아산 온천교회 담임목사)는 단식기도회장을 찾은 기자에게 연신 손사래를 쳤다.

"난 취재하지 마세요. 기껏 하루 단식기도회에 참여했는데 인터뷰는 무슨…. 나중에 다른 사람을 취재해주세요."

작은 실랑이 끝에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우선 오는 10월 서울에서 예정된 2박 3일 금식기도회 소식을 전했다.

"오는 10월 2일부터 2박 3일 동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에서 1000여 명이 목회자들이 금식기도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그 이전에 4대강 공사가 중단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이네요."

"'무더위'와 '비바람' 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무응답'  

4대강 중단촉구 대전충남 목회자 금식기도회장
 4대강 중단촉구 대전충남 목회자 금식기도회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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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목사는 공주 금강보 건설현장 부근에 마련된 금강선원에서 벌이고 있는 금식 기도회에 참여했었다.

"금강선원에서 금식 때는 너무 더워 고생했는데 오늘은 비가 내려 오히려 수월하네요. 할 만 합니다."

그런 그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무더위와 비바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문제에 대해 '대화에 응하겠다'고 하더니 아직까지 누구와도 대화하자는 얘기가 없어요. 밤낮없이 4대강 공사를 벌이면서 대화는 하지 않으니 이게 가장 답답할 뿐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자연과 생명을 개발업자의 이익에 밀려 파괴되니…. 이 순간에도 줄어갈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노 목사가 생각하는 4대강 사업 논란에 대한 해법도 '대화'였다. 대안으로 '시범사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사를 일단 중지하고 대화하자는 겁니다. 우려가 많으니 공사를 하더라도 시범적으로 한 두 곳만 해보고 문제가 없다면 확대해도 늦지 안잖아요. 한꺼번에 4대강을 파헤쳐 놓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습니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금식기도를 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아직도 응답이 없네요."

"정부 '대국민홍보', 진실은 빼고 일방적인 내용만 홍보"

그는 정부가 대화에 응하려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오죽했으면 100명의 시민사회원로들이 이 대통령 퇴진운동을 하겠다고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이 대통령과 정부에게 기대를 접지 않았다.

금식기도회장에 놓여 있는 십자가와 '강은 살아있다' 제목의 책
 금식기도회장에 놓여 있는 십자가와 '강은 살아있다' 제목의 책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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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님은 6·25 참전용사이고 국가유공자입니다. 저 또한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나라를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 중 한명입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평범한 시민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랄 뿐입니다"

4대강 반대 천막기도회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대부분은 '애쓰신다'고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빨갱이 목사 아니냐'고 항의하는 시민들도 가끔 있단다. 

노 목사는 시민들의 반응을 기자에게 소개하면서 시민들에게 역으로 이렇게 당부했다.

"정부가 하는 일에 시민들이 방관자가 아닌 주인으로 목소리를 내길 바랍니다. 후손을 생각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의사를 표출해 주십시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의견이 많은 데 대해 대국민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국민홍보라는 게 진실은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만 알리는 방식입니다. 시민들이 양심적 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위정자들의 잘못된 정책을 바꿀 수 있도록 발언해 주십시오."    

빗줄기가 다시 거세졌다. 천막 안 작은 탁자 위에는 십자가 및 성경과 함께 '강은 살아있다'는 제목의 책이 놓여 있었다.


태그:#금식기도회, #대전충남목회자,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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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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