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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성미산 연재기사의 마지막 종합판 기사로, 성미산이 현재 처한 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최근의 사진들을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 기자주
 

 

 

2010년 봄, 성미산이 또다시 위기에 처했다. 홍익대가 캠퍼스 안에 있는 초중고 학교들을 성미산 안에 옮기려고 한단다. 성미산의 남단, 즉 2003년 3·13대첩의 격전지였던 쓰레기장을 중심으로 산 전체의 1/4 을 개발하여 학교를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2003년 상수도사업본부의 배수지 건설 기도를 무산시키고 잠잠했던 성미산이 8년 만에 다시 위기에 빠진 것이다. 사실 그 8년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배수지가 건설되기만을 표정관리하며 기다리던 한양대는 배수지가 무산되자, 아파트 개발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소유한 산의 상당부분을 매각하였다(2006.8).

 

매수자는 역시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건설회사였다. 건설사는 매입 후, 비공식적으로 마을에 선을 대어 집요하게 협상을 해왔었다. 주민이 원하는 것을 들어 줄 테니 아파트 개발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었다. 어떻게 지킨 산인데 그것도 사기업의 아파트 장사와 손을 잡으라고? 씨알도 안 먹히자 이 건설회사는 성미산을 다시 매각하였다.

 

이때 홍익대학교재단이 나서 매입을 한 것이다(2006.11). 그런데 왜 홍익대는 전문 건설업자도 포기한 성미산 개발을 자신했던 것일까? 또한 이 거래에서 건설사는 단 3개월 만에 168억 원이라는 과다한 매매차익을 얻어, 비정상적인 거래로 의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동부지검에서 이 거래에 대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홍익 학원재단는 부동산업자인가?"

 

홍익대의 논리는 이렇다. 현재 초중고가 들어서 있는 홍익대 주변은 유흥가 천지라 어린 학생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학교 환경이란다. 또한 건물이 좁고 시설이 노후해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화장실이 부족해 대학교 건물까지 원정을 가서 급한 용무를 본다는 것이다. 원 세상에 70년대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 학교에서 있을법한 일이기나 한지, 어째 이유도 그처럼 궁색할까.

 

"엥? 우리 그런 일 없어요. 쉬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데 거기까지 가서 볼 일을 봐요?"

 

홍익여고에 다니는 우리 마을 아이가 웃긴다며 말한다. 학교 시설이 부족하고 낙후되었다면 보수하고 리모델링하면 된다. 그래도 안 되면 증축하면 된다. 하지만 자기 땅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거다. 오히려 초중고를 이전시키고 비는 땅을 달리 활용하고 싶은 거다.

 

 

이는 그동안 홍익대가 해온 행위를 보면 불 보듯 훤하다. 홍익대는 교문에 지어놓은 커다란 건물을 상업 시설에 임대해 주고 있다. 학교 시설이 좁다면서 학교 안에, 그것도 교문을 가든호텔 등의 기업형 요식업자에게 임대하여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교육환경을 생각한다는 그들의 말이 도무지 신뢰가 가질 않는다. 오로지 부동산 업자처럼 임대수익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자녀들의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공사라며 애궂은 초중고 학부모들까지 동원해서 서명을 받는다, 요란한 행사를 벌인다 하지만 결국 건물지어 임대 장사나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이런 의심이 과연 부당한 걸까?

 

지역 아이들의 등하굣길이 위험하다

 

좋다. 백번 양보해서 이전이 불가피하다 치자. 왜 하필 산인가? 이들은 단지 학교부지로써 싼 땅을 찾는 것뿐이다. 환경이 파괴되든 말든, 그 산에 깃들어 사는 마을주민들이야 어떻게 되든 싸고 넓은 땅을 찾을 뿐인 거다. 명색이 교육법인이란 데서 어쩜 그리 장사치 논리만 좇아가는가. 일단은 일반 토지에서 부지 후보를 물색해야 하지 않는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성미산은 단지 싸다고 부지로 정할 곳이 아니란 말이다. 홍익대가 땅장사꾼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 번 더 양보한다. 그래도 꼭 산을 헐고 학교를 지어야한다고 치자. 교육환경이라는 공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산이 주는 공익을 침해해야 한다고 하자. 그래도 거기에는 한도가 있다. 새로운 공익(학교이전)을 위해 기존의 공익(성미산 가치)가 훼손된다면 양자 공익간의 저울질이 필요한 법이다. 이른바 공익간 형량(公益間 衡量)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침해도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최소침해'라는 헌법상의 원칙이다.

 

홍익초·여중·여고 학생들이 새로 이전한 학교에서 얻게 되는 이익이 교육이라는 공익의 가치로 한 편에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서울의 서쪽 편에 맑은 공기와 삼림을 제공하는 산의 생태적 가치, 이미 이 마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통학권과 교육권, 성미산 남사면을 오르내리는 마을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권리, 남사면 일대를 중심으로 모여 사는 주민공동체의 삶과 생활의 보존이라는 다양한 공익적 가치들이 존재한다.

 

당장 홍익학원의 이전부지와 담장을 마주한 성서초등학교 1000여명의 학생들은 1년 6개월 동안을 공사장의 소음과 먼지, 안전위협 속에서 지내야 할 뿐 아니라, 학교가 이전하면 홍익학원 정문-주차장 출입구-원래 있던 학교진입로 3거리라는 3중의 통학로 위협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통학로 위험은 성서초교 뿐 아니라 경성중학교, 고등학교, 성산초등학교, 성미산학교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편도 1차선 도심 좁은 도로에는 지금보다 최소 30% 이상의 차량이 늘어나게 되고, 동네 아이들은 매일 이런 위험을 뚫고 학교를 오가야 한다.

 

성서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이 위험을 알고 학교 이전 반대에 나섰다. 오히려 성미산 지역의 입장에서는 교육환경이 더 나빠지는 것이다. 거기다가 성서초교 아이들이 몇 년째 꾸준하게 진행해서 교육청으로부터 상도 받은 생태프로그램의 학습장이 절단 나는 것이다. 결국 홍익학교의 이전으로 이 지역에서 얻어지는 공익이란 없다. 공익은 커녕 오히려 주변 학교 학생들의 통학권만 심대하게 침해받게 된다.

 

정부가 인정한 보존해야할 유산, 성미산

 

 

2009년 11월, 성미산이 아주 훌륭한 상을 탔다. 그것도 나라에서 주는 상이다. 한국내셔널 트러스터가 주관하는 '이 곳만은 꼭 지키자' 행사에서 성미산이 당당히 우리가 지켜야할 전국의 세 곳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다. 환경부장관 상은 인천 굴업도가, 국토해양부장관 상은 인천 송도갯벌이, 산림청장 상은 성미산이 수상하였다. 우리나라 천혜의 자연환경인 굴업도와 인천갯벌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히 값지고 기쁜 일이다. 도시공동체의 중심으로서 역할하고 있는 성미산이 가지는 도시 속 자연환경 보호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삼천리 금수강산의 산을 관장하는 산림청이 말이다.

 

성미산학교 아이들과 우리어린이집, 성미산어린이집 아이들이 성미산지킴이 문치웅과 함께 시상식에 갔다. 그동안 매일 올라 뛰어 놀던 산이 망가진다는 소리를 듣고는 '절대 안 된다'며 '산을 살려야한다'고 학교 안팎에 직접 만든 대자보도 붙이고, 모금 운동을 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에 성미산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도 쓰는 등 활동을 해와서인지 상을 받는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다. 자못 진지하다. 그래도 아이들인지라 상을 받으니 좋은가보다.

 

"이제 성미산 지켜지는 거예요?"

"진짜 그렇죠? 나라에서 상도 줬잖아요?"

 

'어어 그래…'하고 문치웅은 아이들 말간 얼굴 앞에서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단다.

 

성미산은 산림청만이 아니라 환경부에서도 그 가치를 익히 알고 있다. 2008년 홍익대가 학교시설 건립을 위한 도시계획시설 변경신청 절차를 진행할 때, 한강 유역 환경청이 승인 조건으로 학교시설 내 총 50% 이상의 녹지비율을 지킬 것을 명시하였다. 하지만 홍익대는 도시계획변경신청 때와 달리 그 조건을 무시하고 실시계획 인가신청을 하였다. 홍익대는 여전이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뭔가 석연찮은 사연이 있을 거다?"

 

그뿐이 아니다. 성미산은 비오톱 1등급지로서 개발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에도, 조례안 발효 일주일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냄으로써, 홍익대는 비오톱 1등급지의 마지막 개발자가 된 것이다. 그것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중요한 정책사안에 대한 인허가를 자제하라는 행안부의 지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교육청은 서둘러 건축승인을 낸 것이다.

 

이미 비오톱 1등급지의 개발을 제한하는 조례안이 입법예고된 상태에서 허가절차가 강행되어, 서울시와 교육청 측의 고의적인 직무유기가 의심된다. 그도 그럴 것이, 한편에서는 비오톱 1등급지 개발제한을 입법예고 하고, 동시에 이미 비오톱 1등급지인 성미산 개발허가 절차를 주도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이는 고의적으로 개발제한을 피하려고 절차를 무리하게 강행한 것으로밖에 달리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어르신께서도 한결같이, 분명 뭔가 석연찮은 사연이 있을 거라며 의심을 거두시질 않는다.

 

게다가 홍익대측은 '생태적인 명품학교'를 짓겠다며 열을 올린다. 참 우스운 일이다. 자연생태림을 허물고 짓는 학교를 생태 명품학교라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신축학교의 설계도를 보면 기가 딱 막힌다. 급경사로 가파른 등교길, 테니장 보다 약간 큰 정도인 협소한 운동장, 높은 옹벽으로 인한 교실의 상시적인 응달현상이 이미 지적되고 있다. 학교시설의 가장 기초적인 건축 요소만을 보더라도 제대로 된 학교라 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학교를 지으면서 학부모들에게는 생태적인 명품학교라니.

 

이 뿐만 아니다. 학교가 다 지어진 경우를 가정하여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학교 옆길 인도를 따라 6m가 넘는 거대한 옹벽이 들어서게 되어 무척 답답한 거리가 된다. 길을 건너서 보아도 학교 건물에 가려 성미산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성미산 정상에서도 마을이 내려다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학교건물은 산의 조망과 거리환경을 망치는 흉물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요즘엔 마을의 어르신들도 걱정이 많으시다.

 

"그 전에 나라에서 밀어붙인 것도 막아냈는데 설마 이걸 못 막을라구?"

 

 

 

성미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매일 오후 8시에 문화제를 연다. 주민은 물론 인근의 주민이나 단체들, 아티스트들이 재미나고 공연을 벌인다.

 

지난 8일엔 3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성미산에서 홍익대정문까지 퍼레이드를 했다. 그분들은 성미산 지킴이들에 대한 믿음이 크시다. 거의 전폭적이다. 서울시 의원들이 현황조사를 왔을 때도 어르신들의 도움이 컸다. 더우기 성미산 1차 위기 때 배수지 건설 찬성 측에 섰던 어르신들까지 이번엔 적극적으로 산을 지켜야한다고 나섰다.

 

"우리가 예전에 배수지 건설을 찬성했지만, 성미산 전체가 생태공원 된다는 기대를 가지고 포기했어. 그런데 뭐야? 사립학교가 들어온다고? 말도 안되지!"

 

"아니, 게다가 기부 채납은 하나도 안하고, 알짜 땅에다가는 지들 학교 이전하고, 학교 짓고 남는 짜투리 땅은 시에다 돈 받고 판다고? 아이고 이런 얌체 같은 장사꾼들이 있나?"

 

어르신들의 눈에는 홍대 측의 '꿩 먹고 알 먹으려는' 빤한 속셈이 훤히 들여다보이시는 거다.

 

성미산은 이제 그냥 산이 아니다

 

성미산은 이제 그냥 산이 아니다. 성미산마을의 수호신이다. 성미산마을의 역사 내내 희로애락을 함께한 동네 수호신이다. 물론 성미산의 생태적 가치도 훌륭하다. 이젠 서울시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 말고 자연 생태림으로 남아있는 산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서울시도 작은 산 살리기를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오세훈 시장은 취임사에서 동네뒷산 살리기를 주요한 정책과제로 천명하였다. 서울 서부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성미산은 그 자체로 휼륭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성미산은 이제 그것을 넘어선다. 성미산마을이 도시공동체의 모범으로 나라 안팎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날로 그 관심의 폭도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함께 도모하면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현대 도시생활의 대안으로 회자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000여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다녀간 바 있다. 성미산은 성미산마을의 상징이며, 성미산마을이 실현하는 공동체 가치의 핵심이다. 아니 그 자체다. 새로운 개발만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낡은 발상에서 벗어나, 이미 있는 자연과 사람과 생활을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인가를 인정해야 한다.

 

8년 전 성미산의 1차 위기 때, 우리가 성미산을 살리려고 달려들었더니 결국 성미산이 우릴 살려주었다. 성미산이 온 마을을 품고 우릴 지금까지 키워 주었던 것이다. 성미산은 우리 마을의 수호신이자 우리 마을의 일부다. 이제 우리가 다시 성미산을 지켜야 할 때다. 이 문장을 쓰는데 왜 이렇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까. 가슴이 저려오는 걸까. 정말 속상하고 슬프다. 당연한 것을 지키고 누리며 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세상에 살아야 하니 말이다. 다시 한 번 다짐한다, 그리고 큰소리로 외쳐 본다.

 

성미산아, 걱정 마, 우리가 또 지켜줄게!

성미산아, 걱정 마, 우리가 또 지켜줄게!

덧붙이는 글 | 어제 8월15일 밤 12시경 홍대측이 고용한 벌목인부 3명(송00 외 2명)이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칠흑 같은 밤에 산에 올라 엔진톱으로 나무를 벌목하였습니다. 한밤중 엔진톱의 굉음 소리에 놀란 인근 주민들이 달려가 말리자, 엔진톱을 휘둘러 한 주민이 발목의 아킬레스건이 상하는 중상을 입어 오늘 수술을 하였습니다. 성미산 주민들은 80여일 동안 매일매일 홍대측이 시공사로 선정한 쌍용건설과 산은건설의 인부들이 휘두르는 전기톱과, 낫을 맨몸으로 막으며 부상의 위험을 안고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연재기사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성미산 주민들은 전국에서 보내주시는 성원에 감사하며, 꼭 성미산을 지켜 생태공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9월초에는 연재기사가 포함된 성미산마을살이를 담은 본 기자의 책이 출간됩니다. 
성미산을 지키는 사람들(http://cafe.daum.net/sungmisan2010)에 들르셔서 인증샷을 부탁드립니다.


태그:#성미산, #성미산대책위, #홍익대, #마을공동체, #유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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