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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이어 30년 만에 나온 '40대 총리'

 

8일 개각을 통해 드러난 이명박 대통령 3기 내각의 특징은 세대 교체와 친정체제 강화로 요약된다.

 

48세의 김태호 새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준을 통과하게 되면 1971년 김종필 총리(당시 45세)에 이어 최연소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40대 총리는 김종필 총리 이전에 48년 이범석 초대 국무총리(당시 48세), 53년 백두진 총리(당시 45세), 64년 정일권 총리(당시 47세) 등이 있었는데 모두 정부 수립 20년이 되기 전의 일이다.

 

작년 10월부터 내각을 이끌어온 정운찬 총리(64세)와 비교해도 16살이나 젊은 총리가 기용되는 셈이다. 청와대도 "50대와 60대가 주축이었던 국무회의에 40대의 젊음과 패기가 역동적으로 조화를 이룰 것"이라며 세대교체 효과를 강조했다.

 

이날 개각으로 총리와 16명의 국무위원 평균연령은 60.4세에서 58세로 떨어졌다. 당·정·청 수뇌부만 놓고 봐도 40대 총리가 임태희 대통령실장(54세)·안상수 한나라당 대표(64세)와 세대간 조화를 이루게 됐다.

 

중앙정부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도지사를 총리에 기용한 것도 안정을 중시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라고 할 수도 있다.

 

김 후보자가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통령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친박 인사로 분류된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김 후보자가 박근혜 전 대표가 당대표를 맡던 2004년에 경남지사 후보로 기용됐고, 2007년 경선 당시 한 행사장에서 "독일에는 메르켈이 있고 미국에는 힐러리가 있다. 한국에도 박근혜가 있지 않냐"고 얘기한 것이 '친박'의 근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2월 9일 충청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모든 것을 그냥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인 계산을 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말하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에 근접한 사람이 김 후보자였고, 8일 개각으로 실현됐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지사 시절에 이 대통령이 경남에 내려갔다가 차 옆자리에 태우고 1시간 가까이 얘기한 일도 있었다"며 두 사람의 친분을 강조했다.

 

재선의 도지사에게 총리직까지 맡긴 것을 놓고 2년 후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세론'이 지배하고 있는 여권의 대권주자 구도에 '김태호 대안론'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또한 김 후보자는 1월 28일 <중앙선데이> 인터뷰에서 "저는 (박 전 대표와) 가깝다고 본다"고 하면서도 "친박이나 친이 같은 개념이 깨지는 것이 한국 정치 발전의 출발"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계파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박 전 대표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냐"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왕의 남자' 이재오와 그의 입 진수희 공동 입성

 

40대 총리의 발탁을 제외하고는 국민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을 요인이 많지 않은 것도 이번 개각의 특징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7·28 재보선이 끝난 지 11일 만에 특임장관에 임명하고, 측근인사들을 주요 장관에 전진 배치한 것은 이번 개각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청와대와 여야, 정부부처의 가교 역할을 해오던 정무장관을 작년 10월 특임장관으로 부활시켰다. 온건보수 성향의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이 10개월 동안 초대장관을 맡았지만, 최대현안이었던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되며 교체설이 불거졌다.

 

특임장관은 뚜렷한 전담 분야가 없는 만큼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거의 모든 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자리다. 4선의 이재오 당선자는 특임장관까지 맡게 됨으로써 당·정·청 소통과 개헌, 선거구제 개편, 보수대연합, 남북관계, 4대강 사업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모든 이슈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힘을 얻게 됐다.

 

이 전 최고위원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측근 진수희 의원도 나란히 보건복지부 장관에 입각하게 됐고, 2007년 경선캠프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던 이주호 교육부 차관과 신재민 문화부 차관도 나란히 장관에 승진됐다. 이 전 최고위원이 2008년 총선에 낙선한 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재오계가 3기 '친위내각'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지난달 청와대를 떠난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도 한 달도 안 돼 고용노동부 장관에 중용됐다. 새로운 인물 대신 '써본 사람'에게 일을 계속 맡기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반영된 인사이지만 '회전문 인사' 시비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계에서는 10개월 만에 물러나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에 이어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이 농림장관에 기용됐다. 유 의원이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표와의 대화 채널 역할도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박근혜계에서는 "이재오 친위내각을 만들기 위한 구색 맞추기용 개각"이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물의를 빚었던 장관들이 계속 유임된 것에도 뒷말이 적지 않다.

 

경제 및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켰는데, 정치적인 막말과 리비아 사태의 책임을 져야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천안함 사건의 책임이 있는 김태영 국방부장관 등이 그들이다. 특히 2008년 2월 정부 출범과 함께 입각한 정종환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최장수 장관 타이틀을 유지하게 됐다. 각계의 반대여론 속에도 4대강 사업을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야 "견습인턴 총리 위에 특임총리 임명한 격"

 

야당의 반응들은 대체로 냉랭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견습 인턴 국무총리 위에 이재오 특임 총리를 임명한 격"이라며 "MB 친위부대를 전면에 내세워 국민을 무시한 역대 최악의 개각"이라고 비난했다.

 

'왕의 남자'에 이어 그의 대변인 격까지 입각시킨 마이웨이식 불통 개각이고, 안보무능·외교파탄의 책임을 물어 교체해야 할 책임자들을 잔류시킨 전형적인 책임회피형 개각이라는 게 전 대변인의 얘기다.

 

이회창 대표(75세)가 이끌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40대 총리의 기용에 민감한 반응을 드러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한마디로 어이 없는 '끼리끼리' 오만한 개각"이라며 "나이가 어리다고 젊고 패기 있는 총리가 아니라 생각과 인식이 젊고 참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이재오, #김태호, #개각, #진수희, #박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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