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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늘 하는 이야기 중 한 가지는 절벽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 나락이라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대강사업은 천성산을 가져간 논리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시행주체가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는 그들을 알고 있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최근 국토해양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박재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다시 법정 다툼을 벌이기로 하고 밝힌 심정이다. 지율 스님은 박 전 수석비서관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모욕 발언으로 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1억원)을 냈다가 1심에서 기각되었는데, 항소하기로 했다.

지율 스님.
 지율 스님.
ⓒ 초록의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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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은 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다. 경북 상주에 머물고 있는 지율 스님은 4일 저녁 항소장을 완료하고 홈페이지(초록의공명)에 올린 글을 통해 "뜨거운 라면 국물을 마시다가도 문득, 눈물이 핑 도는 날들이다"며 "주인집 할매가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저를 보고 덥지 않냐고 물어 와도 고개를 저으며 3일 동안 꼬박 자리보전하고 앉아서 항소장을 썼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나 홀로 소송'으로 진행

박 전 수석비서관은 2008년 7월 25일 제주도 서귀포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포럼에 참석해, 천성산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 내지 '설익은 민주화의 적폐', '이념을 둘러싼 집단 이기주의' 등이라고 발언했다.

또 그는 "특히 천성산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도롱뇽을 보호하기 위해 2조5161억원이나 소요됐다"거나 "차라리 말이 통해서 도롱뇽을 집단 이주시켜서 공사 후에 돌아오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발언했다.

박 전 수석비서관은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으로 인한 손실이 2조5161억원이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언론들이 '도롱뇽 소송=2조(2조5000억) 손실'이라고 보도했다가 정정보도문과 반론보도문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바로잡았다.

지율 스님은 2008년 10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해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9단독 정영훈 판사는 지난 7월 16일 기각 판결했다. 지율 스님은 지난 7월 말 우편으로 판결문을 받고 항소 준비를 해왔다.

지율 스님은 항소심은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환 장관이 고속철도 이사로 있을 때 2조 손실 발언 나와"

지율 스님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항소장을 통해 "1심 기각 판결문에 예시되어 있는 2조5000억이라는 수치가 2005년 4월 6일 대한상공회의소 소속 연구원이 산정한 금액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2003년 8월 13일 언론을 통해 연간 2조 손실의 발언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은 당시 고속철도시설공단 이사로 재직하던 정종환 현 국토해양부 장관이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당시 나온 건설교통부의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천성산 터널 반대 활동과 관련한 '2조5000억 손실'이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원의 발표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는데, 지율 스님은 항소장에서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지율 스님은 "천성산 2조5000억 손실이라는 등식은 현 정부의 정책인 4대강사업 토론회와 공청회, 한나라당 브리핑 자료, 정책포커스 등에 다양한 방법과 시각으로 인용되고 있다"며 "마치 1960년대의 고약이나 빨간약처럼 정부는 개발의 피고름이 흐르는 곳에 천성산 2조5000억 손실의 논리를 갖다 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율 스님은 "그만큼 천성산 손실문제를 가져간 논리가 국민들의 인식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증거이며 이로 인하여 피고가 겪고 있는 비난과 고충은 자료들이 증거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고 밝혔다.

천성산 터널 반대 운동을 벌이며 시달렸던 '비난'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지율 스님은 "그동안 조직적인 '안티'(안티지율)들과 언론의 비난에 시달렸지만 천성산 손실문제를 '대한민국 좌표의 걸림돌'이나 '설익은 민주주의의 적폐' 등 극명한 표현으로 보도 자료까지 배포한 사례는 없었다"며 "국가의 중대한 소임자로서 허위 자료를 배포하고 각처에 다니며 강연하는 사례야말로 민주주의의 적폐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운동은 자유민주주의의 꽃"

또 지율 스님은 "400배가 부풀려진 사실을 믿었다고 하는 이야기는 50원 가치의 물건을 2만원에 산 것과 같은 일이며, 만일 믿지 않았지만 이야기하고 다녔다면 50원을 주고 산 물건을 2만원에 샀다고 우기는 일과 같은 일로, 이와 같은 허위사실 유포가 이해 관계자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은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장 결론에서 지율 스님은 "천성산 문제 발발 당시 원고는 천성산 산내 사찰에서 산을 지키고 수호하는 산감 소임을 보고 있었다"며 "자신이 태어난 국토가 겪는 아픔과 함께하고 연민하는 일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종교인의 본분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시민운동은 자유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 지율 스님은 "정부가 시민운동을 민주주의의 적폐라고 명명하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낭떠러지로 몰아넣는 일은 한 개인의 명예훼손 범위를 떠나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이며 특히 그 피해가 개발 당사자가 아닌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문제일 경우 이 같은 대응 논리는 크게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그동안 원고와 도롱뇽 소송을 지지하고 기꺼이 참여하여 준 사람들이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법원의 판단이 지남철이 되어 이후 환경문제가 왜곡되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 없이 미래의 가치를 위해 올바른 자리에 놓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태그:#박재완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지율 스님, #천성산 터널, #4대강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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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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