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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차, 올해는 삼십 대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막연하게 뭔가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하긴 해야 겠다는 마음만 앞서다가, 4월 초부터 잠을 줄여가며 조금씩 무언가를 시작했다. 건강을 위한 투자, 글쓰기 수강생, 영어 수강생. 이런 나의 변화를 우리집에서는 '지구온난화 현상'이라 한다. '지구온난화 현상'이라 하면 '지구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해 지구의 지표온도가 과도하게 증가되어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루에 7.5km 건강을 위해 달리다

하루에 7.5km 건강을 위해 달리고 있는 산책로
 하루에 7.5km 건강을 위해 달리고 있는 산책로
ⓒ 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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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사십대는 체크 세대라 했다. 혈압도 체크하고 심장도 체크하고... 이제는 건강을 생각할 나이다. 뒷산을 10분만 올라가도 헉헉대는 부실한 체력이었다. 그러다 보니, 몸은 자꾸 아프고, 아프다 보니 운동하기 힘들었다. 운동을 안 하다 보니 피로는 누적되어 퇴근 후 집에 오면 쉬려고만 했다. 쉬는 주말에는 TV 리모콘과 절친이 되기도 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인내심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걷기 열풍에 합류해 볼까? 아니면, 조금씩 달려볼까?' 하며 고민했다. 그러다가 4월 초부터 1시간 정도 걷기에 투자했다. 가능하면 저녁은 오후 8시 이전에 먹고, 9시에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리하지는 않았다. 몇 주 정도 걷다가, 체력이 조금씩 좋아져 가볍게 뛰기도 했다. 요즘은 아침에도 부지런을 떨었다.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 빠른 새벽 6시에 일어나 2.5km를 천천히 뛰었다. 저녁에는 이틀에 한 번씩 5km를 달렸다. 소화가 잘되지 않아 가끔씩 아프던 배도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마이스쿨 글쓰기 강좌+ 영어 사이버 수강생

영화 <영어완전정복>의 한장면
 영화 <영어완전정복>의 한장면

오마이스쿨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생활/취재글 쓰기' 강좌가 광주에서 있다는 것을 남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5월 중순부터 매주 수요일 2시간 30분을 투자했다. 집에서 걸어 15분 거리인 자원봉사센터에서 강좌를 한다니 가깝기도 했다. "애들은 내가 책임질게. 열심히 공부해"라는 남편의 말에 막연한 호기심과 기웃거림으로 그렇게 수강생이 되었다.

막상 글쓰기 수강생이 되고 보니, 강사님이 내주는 숙제가 만만치가 않았다. 컴퓨터 앞에서 애꿎은 마우스만 누르곤 했다. 숙제를 내도 여러 번 수정하느라 힘들었다. '글은 쓰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라는 강사님의 설명에, 숙제는 꼬박꼬박 하려고 애썼다. 글쓰기 고민은 밤늦도록 계속되다가, 영시를 넘기기도 여러 날이었다.

교육 점수도 챙길 겸, 영어듣기 실력도 쌓을 겸. 영어 사이버 교육을 6월 초순부터 시작했다. 총 60강인데 한 강의당 20~30분씩 소요되었다. 직장과 야간대학을 병행했던 10년 전에 잠시 영어를 접했으나, 졸업과 동시에 책을 덮어 버렸다. 학습 진도를 따라가려면 적어도 하루 2강, 1시간 정도를 컴퓨터 앞에 앉아 투자해야 했다. 한 강의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듣기 시험은 강의시간에 딴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아줌마가 그리 돌면 살림과 육아는?

직장맘으로 산다는 건 힘들다. 그전에도 직장을 핑계로 살림을 좀 게을리했던 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살림은 나름대로 방어를 했다. 10살 아들, 8살 딸의 육아는 평소에도 절반 이상을 남편이 차지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하면서부터 육아는 오로지 남편의 몫이 되었다. 며칠 전 거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애들이 싸우다가 아빠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애들이 혼나고 있는데, 내가 혼나는 듯한 이 기분은 뭐람.' 조심스럽게 내 일을 대충 마무리 짓고, 조금 전에 세탁기에 돌려놓은 빨래를 말없이 건조대에 널었다.

지구의 온도가 과도하게 올라가는 7월 어느 날엔가는 컴퓨터 앞에서 도대체 뭘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기와 힘겨루기하고 있는 모습에 남편이 그런다. "그래, 이해하기로 한다." 그동안에 대충해 놓은 살림과 육아에 대한 방어를 하느라, 그가 고민했던 흔적과 앞으로의 배려가 묻어나는 말투다. 이해'한다'가 아니고, '하기로 한다'라고 하는 걸 보니...

사무실 출근했다가, 집에 와서 겨우 밥만 차려주고, 빨래 대충 돌리고, 청소는 어쩌다 생각나면 했다.

이렇게 3~4개월 동안 조금은 무리수를 두며 조금씩 무언가에 투자를 했다. 그 무언가가 하루 3~4시간에 달하기도 했다. 그 좋아하는 잠까지 줄여가며 새벽부터 일어나 30분 정도 운동을 했다. 저녁 1시간 운동하고, 컴퓨터에 앉아 글쓰기 2시간과 영어 듣기 1시간을 하느라, 하루가 너무 짧은 게 아닌가 할 정도였다. 다행히 영어 수강생과 글쓰기 수강생으로서의 역할은 7월에 끝났다. 운동은 건강을 생각해서 계속할 생각이다.

이런 나의 변화를 바라보며 애들 책임진다며 호언장담한 남편이었지만, 말 안 듣는 애들 숙제를 날마다 챙겨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지, 애들에게 그런다. "너희 엄마, 요즘 하는 것을 요약하면 뭐라하게?" 아빠의 물음에 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지구온난화 현상이야. 지구가 너무 뜨거워져서 곧 폭발할 것 같애" 한다.

'지구온난화 현상? 맞습니다, 맞고요.' 8월에도 무언가 하나를 또 시작하려다 보류했다. 휴가를 떠난다고 다들 분주한 8월의 햇살은 뜨겁다. 지구 폭발을 막으려면 열기를 식히기 위한 휴식기가 필요하다. 그러다가, 여름이 지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면 무언가를 또 시작하려고 기웃거리고 있지 않을까?


태그:#지구온난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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