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미니 총선으로 치러지는 7·28재보선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에 출마한 최종원 민주당 후보, 그는 2년 전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2008 시민기자대회' 특강에서 정치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를 준다면 문화 예술 위원회에 가겠다"고 답했다.

 

보도에 의하면 최 후보가 재보선에 출마한 가장 큰 이유는 2005년부터 정선군에 건립을 준비해온 '예술인촌'을 되찾기 위함이라고 했다는데, 여생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살겠다며, 예술인촌 건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던 2년 전 강의 내용과 일치한다.

  

최 후보는 "장관 한마디로 와인바 집어넣고 사우나, 찜질방 집어넣는 쪽으로 갑자기 설계변경이 됐다"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답사를 다녀간 후 '예술촌'이 '테마파크'가 됐다고 비판했다는데, 그가 예술인촌에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최 후보는 2년 전 강의에서도 연기자가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계에 진출한 연예인들이 망가진 이유는 자기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억울하게 밀려난 예술 문화 단체장들이 해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무효 판결이 쏟아지는 진풍경을 지켜보았으니, 악역을 스스로 자임하며 좌파 몰이에 앞장섰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비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회를 준다면 문화 예술 위원회에 가겠다"는 2년 전 답변은 유인촌 장관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예술인 출신이면서 지지하는 정당과 대통령이 다르고, 추구하는 세상도 다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최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당선된다면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모욕한 유인촌 장관을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는데, 함께 연기자 생활을 할 때 유 장관이 돈 떼이고 돈 없다고 죽는소리를 해도 믿었을 정도로 신뢰를 보냈던 후배여서 분노심이 더욱 컸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수많은 촛불 인파를 보며 '청와대 뒷산에서 눈물을 흘렸다'며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했던 이 대통령의 그 후 언행이 최종원 후보 눈에도 표리부동하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2008 시민기자대회'에서 만났던 최종원

 

최종원 후보는 연극을 할 때부터 눈여겨봤던 배우였고, 1997년 대선 당시 TV에서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는 방송을 보고 더욱 관심이 갔던 배우여서 강의가 끝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기록해두었던 내용을 소개한다.  

 

- 오늘 특강을 한다고 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저와 동갑(1950년생)이더군요. 반가웠습니다.

"(웃으며) 그러시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시민기자들을 위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왔는데,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기자라고 하면 젊은이들을 상상했거든요. 고정관념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참 대단하십니다."

 

-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군사독재정권의 홍보행사에 동원되기도 했고, 술자리에 불려다녔던 피해자들인데요. 그러한 사실을 알만한 연예계 선배들이 한나라당에 입당해서 활동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의 정치적 성향까지 이렇다저렇다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21세기 문화전쟁의 시대에 자신의 논리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정치의 홍위병처럼 나서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 조금 전 강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셨는데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말을 너무 많이 바꿉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유인촌 장관은 고소영, 강부자 내각 소리를 들을 때도 믿었는데, 정권의 홍위병을 자처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습니다. 같이 연기할 때 돈 떼이고 돈 없다고 죽는소리를 해도 믿었거든요."

 

- 혹시 정치에 뜻은 없는지요.

"한국의 문화예술 발전과 가난하게 사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기회를 준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습니다. 돈 많은 사람이 권력을 차지하고 부를 누리기보다는 빌 게이츠처럼 갖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모든 사람이 균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거든요." 

 

- 97년 대선을 앞두고 어느 날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는 방송을 지켜본 후로 더욱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는데요. 혜택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는지요?

"혜택은요. 공안기관으로부터 혼만 났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연설을 한다고 했더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스폰서와 CF 촬영이 중단되더군요. 시간이 없어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지 못해 유감입니다." 

 

'예술인촌'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여생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살겠다며, 후배들이 마음 놓고 문화의 꽃을 피우도록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최종원 후보의 첫 도전이 승패를 떠나 예술처럼 멋지게 장식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최종원, #‘2008 시민기자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