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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대전에서 경주로 향하던 운전대를 급히 대구로 돌렸다. 경주에 일정이 있고 피곤했지만 문수스님 49재 추모제는 꼭 참가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대구 동성로 입구에 들어서니 길거리는 발 디딜 곳 없이 청춘남녀로 꽉 차있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동성로 입구에 추모문화제 특설무대가 설치되었고, 4대강사업 반대 홍보부스와 시민참여 마당들이 길거리를 따라 즐비했다. 추모 문화제는 오후 6시에 시작인데 내가 이곳에 도착한 시각은 4시30분경이었다.

 

 

부스를 기웃기웃 하다가 생뚱맞게 노래하는 여학생을 발견했다. 저건 또 뭔가 싶어서 현장으로 달려가서 보니 길거리에 노래방 기계를 세워놓고 당돌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부스 명칭을 보니 "강이 있는 노래마당, 도전 50곡"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강을 주제 또는 소재로 하는 노래 50곡을 선정해 참가자들이 3곡 이상 무사히 부르면 기념품을 나눠주는 길거리 노래방이었다.

 

여학생 뒤에는 또다른 남학생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고, 남학생이 노래를 마치자 50대 초반의 아저씨 한 분이 노래를 불렀다. 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고, '아! 거리 캠페인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처럼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 길거리 노래방 도전 50곡에 참가해서 열창을 하고 있는 고재왕씨(23세). 아쉽게도 고재왕씨가 뽑은 강산애 노래는 그가 잘 모르는 곡이었다. 하지만 간주가 나올 때 즉석에서 4대강 반대 랩을 선보여서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고재왕씨는 전문랩퍼로 활동 중이다.
ⓒ 이상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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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마당이 모두 끝나고 노래방 진행을 맡은 '대구 여성의 전화' 관계자를 만나서 시민참여 및 호응도를 물어보았다. 17명 정도가 참여했고 처음 2명을 빼고는 길을 가던 시민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참가했단다. 청년층뿐 아니라 중학생부터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들도 함께 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구에서도 처음하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인데 시민들이 부끄럼 없이 참여해 주셔서 좋은 결과를 남기게 되었다고 했다.

 

노래방 진행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마당을, 멍석을 펼쳐주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시민운동이 시민들의 문화적 정서와 멀리 있어서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시민운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꼭 새겨들어야할 경험에서 나오는 충고였다.

 

길거리 노래방을 비롯해 4대강 사진전 등의 식전 행사가 끝나고 4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추모제 본행사가 진행됐다. 본행사에는 대구 동화사 스님을 비롯해 대구지역 기독교, 원불교, 천주교 종교지도자들이 함께 해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더욱 뜻 깊게 했다.


태그:#4대강, #문수스님, #대구, #동성로, #길거리 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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