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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방학에 저희 가족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좀처럼 흔하지 않은 내용의 이메일을 받은 것은 지난 6월이었다. 그것도 일주일에 3일씩 여름 방학 동안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중국계 미국인 두귀종씨의 이메일은 요즘 많이 유행하는 스팸메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개인교습을 부탁해 오는 일은 많이 있지만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가족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직지 홍보물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 직지 홍보물 책갈피를 들고 있는 두귀종 씨 가족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직지 홍보물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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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귀종씨 가족은 전에도 몇 년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일본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두귀종씨 가족의 수업 시간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이렇게 4개 국어를 들을 수 있다. 본 기자도 전에 일본어를 약간 배운 적이 있고 한자를 읽을 수 있으므로 한자어로 된 한국어 단어들은 한자로 보여주어 이해를 돕기도 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한국어를 공부해요

전윤정 씨가 모음 카드의 배열을 아이폰으로 찍어서 공부한다고 한다.
▲ 모음 카드의 배열을 찍은 아이폰 전윤정 씨가 모음 카드의 배열을 아이폰으로 찍어서 공부한다고 한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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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는 한글 자모를 가르칠 때 직접 만든 플래시 카드들을 사용하곤 하는데 두귀종씨의 부인인 전윤정씨가 갑자기 놓여진 모음카드들을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카드를 계속 가질 수 있도록 할 건데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카드들의 배열을 다 기억할 수 없어서 그렇게 사진으로 찍어 놓았다가 집에 가서 그 모양대로 배열하고 공부할 거라고 하는 것이었다.

두귀종씨의 가족들은 모두 최신 아이폰 4를 소장하고 있고, 두귀종씨는 아이패드까지 갖고 있으면서 각종 프로그램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 한 프로그램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로 간단한 문장들을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있었다.

공부하는 중 갑자기 두귀종씨의 아들인 지훈이가 자기 누나 민희에게 "싫어, 그만해!"라고 하였는데 처음에는 본 기자는 그것이 중국어나 일본어인 줄 알았다. 이제 겨우 한글 자모와 기본적인 인삿말 정도만 배운 터라 그것이 한국어처럼 들리는 일본어나 중국어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아이패드 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운 한국말이라는 것이었다. 직접 보여준 그 프로그램에는 그림과 더불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가 쓰여져 있었고, 그것을 클릭하니 모국어 화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두귀종씨 가족은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한국어를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 정규 학교에 다녀야 하는 학기 동안은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없지만 여름방학 때는 한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매년 어드로이트 칼리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ㅈ'와 'ㅊ'의 발음을 구분하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ㄸ'발음이 어렵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뚱뚱해요'나 '똑똑해요' 등의 단어를 좋아하며 '엄마, 아빠, 누나, 오빠' 등으로 서로를 부르는 귀여운 가족이며 본 기자의 자랑스러운 한국어 학생들이다.

덧붙이는 글 | 어드로이트 칼리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태그:#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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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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