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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7. 28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15일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지역일꾼론을, 민주당 등 야당들은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장상, 민주노동당 이상규, 창조한국당 공성경, 국민참여당 천호선, 사회당 금민 후보 등 5명의 야권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은평을에서는 야권후보 단일화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재보선이 치러지는 전국 8곳 중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은평을 지역을 가봤다. [편집자말]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가 대조감리교회에서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가 대조감리교회에서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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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한나라당 후보] 90도 인사... 유세차도 없이 하루 40km 강행군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는 지역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지나가는 자동차를 향해서도, 오토바이를 향해서도 '90도 인사'는 어김이 없었다. 흰 티셔츠에 면바지, 운동화 차림의 이 후보 곁에는 그 흔한 유세차도, 대규모 수행원도 없었다. 이 후보의 명함을 들고 따르는 수행원 2명이 전부였다.

이 후보는 선거 로고송도 만들지 않았다. 확성기를 이용한 거리유세도 자제하기로 했다. 떠들썩한 선거운동은 시민들에게 피해만 준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골목골목을 직접 걸어서 시민들을 만나기로 했다.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40km 강행군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에도 이 후보는 오전 5시 구산동 자택을 나섰다. 그는 자전거로 지역구 곳곳을 누빈 후 구산역 사거리에서 출근인사를 했다. 이후 오전 10시부터는 대조동의 대조교회를 찾아 무료급식 봉사에 나섰다. 그는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카메라들 때문에 선거운동에 지장이 많다"고 손사래를 쳤다.

은평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다. 야당은 이 후보를 '정권의 실세', 'MB 아바타' , '대운하-4대강 전도사'로 몰아붙이며 정권심판론 공세를 퍼붓고 있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까지 터져 나왔다.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돼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또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2년여 만의 재출마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택시기사 박아무개씨는 "은평에서 (이 후보를) 3번이나 당선시켜줬는데 지역 발전을 위해 한 일은 없고 당에 가서 분란만 일으켰다"며 "그래서 떨어졌는데 다시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가 중앙당의 지원도 거부하고 나홀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의 불광동 선거사무실에는 '많이 뉘우쳤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후보는 전날 한나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로부터 선거 지원 제안이 쏟아졌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는 이날 급식봉사활동 중 기자들과 만나 "새 지도부에게 '날 살리려면 제발 한강을 건너오지 말아달라, 내가 한강을 넘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반성하는 자세로 조용하고 겸손한 선거 운동을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맞서 '지역일꾼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날 "41년을 살아온 은평은 부모이자 고향 같은 곳인데 선거 상황이 어렵다고 외면할 수는 없다"며 "이제는 여당 국회의원이 돼서 은혜를 갚겠다, 서민경제 정책을 피부에 와 닿도록 하는 게 이 정권에서 맡은 내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재보선이 치러지는 8곳 중 7곳은 야당 의원의 사퇴 등으로 선거가 치러지는데 정권심판이 말이 되느냐"며 "이번 선거는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는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혹독하게 심판 받았다"며 "이번 선거를 또 정권심판론으로 왜곡한다면 지지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료급식봉사 활동을 마친 그는 다시 운동화 끈을 묶었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데 매진한다며 이후 일정도 비공개 했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의 이재오, 또 초선 의원 때의 이재오의 삶, 이재오의 알몸을 모두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 이재오 "나 살리려면 한나라당 오지마"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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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장상 후보가 정세균 대표,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장상 후보가 정세균 대표,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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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 민주당 후보] 정권심판 호소에 부어오른 목, 한약 먹으며 버텨

장상 민주당 후보의 표정은 밝았다. 이날 오전 7시부터 불광역에서 출근 인사에 나선 장 후보에게 보여준 시민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폭발적이라는 자체 판단에서다. 자신감을 얻은 장 후보는 선거대책본부 출정식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민심은 결정났다, 4대강 공사 중단하라"
"은평을은 장상으로, 이명박 정권 심판하자"

이날 출정식은 '4대강 공사 저지 결의대회'를 겸해서 열렸다.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의 소리 없는 선거운동과 달리 이날 출정식에는 당내 의원들은 물론 정세균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손학규 상임고문 등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모두 총출동해 힘을 보탰다.

장 후보는 "이명박 정권은 부자와 영포라인 공직자, 삽질 대기업, 군부독재추종세력, 극우 호전세력에게는 위대한 정부"라며 "이 위대함을 지켜보지 말고 이번 선거에서 2번을 찍어 국민의 위대함을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장 후보는 또 "은평구 48만 명뿐 아니라 대한민국 4800만이 은평을 주시하고 있다"며 "국민이 주인임을 재확인시키고 역사의 방향을 바로 잡는 놀라운 사건을 은평에서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장 후보는 자투리 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음향장비 고장으로 출정식이 지연되자 곧바로 무대차에서 내려와 주변에 모여있는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또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손가락을 벌려 승리의 '브이'(V)자를 그려보이기도 했다.

당내 공천 과정에서 나온 잡음을 불식하려는 듯 당 지도부도 장 후보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민심을 무시하고 4대강 사업을 계속 밀어붙이고 국정쇄신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렇게 민심을 깡그리 무시하고 독주하는 이 정권을 재보선을 통해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헌법을 위반한 민간인 사찰도 확실히 심판해야 한다"며 "예전 사직동팀보다 더 심하다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국민 뜻 무시하고 4대강 공사를 몰아붙이는 이 정권을 국민이 용서하겠느냐"며 "은평에서 서민의 대변자 장상을 뽑아 대한민국 국민이 무서움을 다시 보여주자"고 말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이번 선거는 4대강 사업이 결판나는 선거"라며 "장상 후보가 승리해야, '4대강 전도사'가 패퇴해야, 정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되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재오 후보는 이름을 잘못 지은 것 같다"며 "한문으로 해석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또 잘못됐다가 되고 이재오 후보가 다시 오발탄을 쏜다고도 해석된다"며 장상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연녹색 점퍼와 등산바지, 흰 운동화 차림의 장 후보는 이날 유세 강행군을 벌였다. 중간중간 1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저녁 9시까지 불광지구대, 갈현동 일대, 대조시장 일대 및 연신내 일대를 돌며 거리유세에 나서기로 했다.

장 후보는 목을 보호하라며 친구가 보내준 한약을 마셔가며 유세를 이어갔다. 그는 목이 많이 부었지만 개의치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장 후보의 남편 박준서 교수(경인여대 총장, 전 연세대 부총장)의 외조도 큰 힘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장상 후보가 예비후보 등록을 한 이후 박 교수가 장 후보보다 명함을 더 많이 돌렸다"고 전했다.

장 후보는 이번 재보선의 핵심 변수가 될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장 후보는 이날 "승리를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져야한다"며 "나 혼자 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역사 바로잡는 사건 은평에서 일어난다, 야권단일화 돼야"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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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가 강기갑 대표, 이정희 의원과 함께 지역주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가 강기갑 대표, 이정희 의원과 함께 지역주민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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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민노당 후보] 야권 연대 주역의 '복지혁명'

"야권연대 할 거야 안 할거야, 안 하면 이재오가 된다니까."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의 손을 잡은 중년 남성이 간절한 목소리로 당부를 했다. 이 후보는 "꼭 단일화 이뤄내겠습니다"라며 밝게 웃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해 야권 연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상규 후보는 '야권연대의 주역'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이날 오후에 신임 대표로 확정)와 함께 한 연신내역 사거리 유세에서 "이번 재보선에서도 야권 단일화을 실현해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가지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 후보는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 1야당이라는 기득권을 가지고 버틴다면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또 '복지 혁명'과 지역 발전도 내세웠다. 이 후보는 특히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이재오 후보가 은평에서 3선이나 했지만 이 지역에서 나아진 게 뭐가 있느냐"며 "은평 주민들이 바라는 일자리 증가, 의료 및 교육 개선, 교통문제 해결을 꼭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4대강 전도사' 이재오 후보를 심판하고 4대강 공사에 들어가는 22조를 되찾아와야 한다"며 "이 예산으로 사회공공 일자리를 늘리고, 사교육비 없는 혁신학교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의원도 "이번 선거는 4대강 공사를 막는 선거, 새로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무상급식을 실현해 낸 민주노동당이 이번에는 의료보험증 하나면 병원비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천호선 후보가 이재정 대표, 이병완 상임고문, 유시민 전 장관, 이광철 전 의원과 함께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서울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천호선 후보가 이재정 대표, 이병완 상임고문, 유시민 전 장관, 이광철 전 의원과 함께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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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국민참여당 후보] 세대교체론... "민주당에도 회초리 들어야"

천호선 국민참여당 후보가 가는 곳에는 항상 열성 지지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천 후보는 물론 대조시장 부근 거리유세를 함께한 유시민 선거대책본부장, 이재정 당 대표 등에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들고 나와 사인 공세를 펼쳤다.

천 후보는 정권심판론과 함께 세대 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천 후보의 유세차량과 홍보 현수막에는 "은평을 대표할 새 인물로 키워주십시오", "정치도 은평도 세대교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천 후보는 "2년 전 총선에서 은평 주민들은 '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후보를 심판한 바 있는데 이 정권과 이 후보는 그 심판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번 경고를 보내지 않으면 면죄부를 주게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이재오 후보가 이 지역에서 40년을 살고 12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했을 뿐 지역 발전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게 없었다"고 공세를 취했다.

천 후보의 거리 유세에는 유시민 선대위원장과 이재정 대표는 물론, 이병완 광주 서구의회 의원(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철 최고위원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이 모두 자리를 함께 했다.

유시민 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을 겨냥했다. 그는 "민주당은 언제까지 제 1야당의 지위에 안주하면서 변해야한다는 요구를 외면할 것이냐"며 "주민이 원하지 않는 후보를 내놓고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해 찍어달라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제 야당도 경쟁을 해야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정 대표는 "장상 후보는 훌륭한 분이지만 학자로 돌아가야 한다"며 "청와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경험을 쌓은 40대의 천 후보가 은평의 개발과 발전에 필요한 후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공성경 창조한국당 후보는 "문국현의 약속을 이어가겠다"며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강국, 공교육 강화를 약속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또 금민 사회당 후보도 "진보대안 진짜 야당"을 캐치프레이즈로 "저를 국회로 보내준다면 전국민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태그:#재보선, #은평을, #이재오, #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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