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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현대인들은 '권리를 침해 받지 않고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의 공정한 도리'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은 근대 정치 철학에서 제기한 권리와 자유의 문제가 현대 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에 자유와 권리의 문제를 집중한 것은 중세시대 신에 예속되어 개인이 공공의 이익에 희생되는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쓴 하버드 정치철학 교수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자유와 권리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것은 잘못 되었다고 주장한다.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 - 첫째, 공리주의

 

마이클 샌델은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식을 고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 가지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현재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는 구제금융, 소득불평등, 소수집단우대정책, 병역, 동성혼 등과 엮는다.  

 

저자는 행복극대화의 문제부터 얘기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대표적인 공리주의자들의 입장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주장을 통해 모든 것이 다수의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정당함을 언급했다. 즉 개인의 권리와 자유의 문제는 다수의 행복에 따라 희생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공리주의는 정의를 규정함에 있어 치명적인 두 가지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정의와 권리를 원칙이 아닌 계산의 문제로 만든다는 점이고, 둘째는 인간 행위의 가치를 하나의 도량형으로 환산해 획일화하면서 그것들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었는데 정의롭지 않다고?

 

책의 2강에선 공리주의의 입장을 고찰한 이후 정의에 있어 자유와 권리의 문제를 지적한 자유지상주의, 롤스, 칸트의 정치 철학에 대해 서술한다.

 

먼저 자유지상주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저자는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의 수입과 관련된 예를 든다. 자유지상주의의 입장에서는 마이클 조던의 수입은 뛰어난 농구 실력을 가졌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에 따른 부의 축적은 다수의 행복을 위해 희생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공리주의를 '자유'의 논리로 반박한다. 그리고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칸트와 롤스는 단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서 정의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정의의 문제에 있어 개인의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의 무분별한 선택의 자유를 비판하며 공정한 출발을 하기 위한 보편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유와 권리문제를 지적한 근대 정치 철학의 한계 또한 지적한다.

 

"자유이론은 권리를 진지하게 다루고, 정의는 단순한 계산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에 기초한 이론들 사이에서도 '어떤' 권리가 공리주의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중시되어야 하는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근본 권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이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 이론들은 존중받을 권리를 가려내기 전에, 사람들의 기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적 삶에서 드러내는 취향과 욕구에 의문을 품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정의는 미덕 그리고 좋은 삶

 

공리주의와 자유와 권리를 주장한 근대 정치 철학자들을 비판하며 저자는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철학에 대해서 소개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의 문제에 있어 미덕과 좋은 삶에 대한 부분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정의는 목적론에 근거한다. 권리를 정의하려면 문제가 되는 사회적 행위 '텔로스(telos: 목적, 목표, 본질)를 이해해야 한다. 둘째는 정의는 영광을 안겨주는 것이다. 어떤 행위의 텔로스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거나 논한다는 것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 행위가 어떤 미덕에 영광의 포상을 안겨줄 것인가를 추론하거나 논의하는 것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철학에 주목하여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으레 생기게 마련인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그리고 정의는 영광과 미덕, 자부심과 인정에 관한 대립하는 여러 개념과 밀접히 연관된다. 정의는 올바른 분배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바른 가치 측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의란 공동선을 함께 추구하는 것

 

끝으로 저자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도덕과 영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공동선이 추구되는 새로운 정치 체제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정의로운 사회에는 강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기 위해 시민의 의식, 희생, 봉사 정신을 고양 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극복하고 불평등, 연대, 시민의 미덕을 추구하기 위한 현실 정책이 필요하며,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리커버 특별판)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의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와이즈베리(2014)


태그:#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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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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