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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국사가 창건한 절집 은적사 입구.
 보조국사가 창건한 절집 은적사 입구.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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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연적으로 여유를 찾게 마련입니다. 사람에 치이고 세상에 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산사를 찾는 즐거움은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평화 찾기 위함일 것입니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에 위치한 '은(隱)적(寂)사'를 찾았습니다. 은적사는 산사 이름처럼 은밀히 가려 고요한 절입니다. 그렇지만 은적사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 39호로 고려 명종 25년(1195년) 보조국사에 의해 창건된 절집입니다.

이렇듯 유서 깊은 천년 고찰이지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절집이라 한적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선지 절집 주지 종효 스님이 건네는 차 한 잔이 한가롭게 느껴집니다.

고요하고 한적한 은적사.
 고요하고 한적한 은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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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적사 가는 길.
 은적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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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적사 주지 종효 스님이 차를 준비합니다.
 은적사 주지 종효 스님이 차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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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법고에서 4대강사업과 자명고를 떠올리다

우연히 범종 옆의 법고(法鼓)가 눈에 들어옵니다. 법고가 찢어져 있습니다. 절집의 법고는 늘 울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봅니다.

참고로 교법으로 중생의 번뇌를 없애는 불교의 사물은 범종, 법고, 운판, 목어를 가르킵니다.

"범종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지옥중생을 제도하는 성구이며, 법고는 모든 길짐승을 포함한 중생을 위한 성구요, 목어는 모든 물속에 사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성구이고, 운판은 모든 공중에 나는 중생들을 위한 성구입니다."

길짐승을 위해 울리는 법고가 찢어져 제 역할을 못하는 걸 보니, 부처님의 자비심이 미치지 못한 현실이 엿보입니다. 현재 불교계는 4대강 사업 반대에 매진 중이지요.

그래선지 은적사 법고의 찢어짐에서 낙랑에 있었다는 전설의 북, '자명고(自鳴鼓)' 설화가 떠오릅니다.

법고가 찢어진 게 보입니다.
 법고가 찢어진 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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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법고. 그래서 불교계가 노했을까?
 찢어진 법고. 그래서 불교계가 노했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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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법고의 나라의 비극을 잉태 메시지?

자명고 설화는 간단히 이렇습니다.

"고구려 대무신왕 아들 호동이 낙랑 태수 딸에게 외적이 침입하면 저절로 울리는 자명고를 찢게 하여 낙랑을 정복할 수 있었다."

자명고는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그만 찢어져 나라를 빼앗기게 되는 비극을 잉태한다는 거죠.

이를 자연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4대강 사업과 비교하면 어쩔까, 싶네요. 은적사 법고의 운명도 자연 파괴의 현실과 운명을 같이 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법을 전하는 북' 법고가 찢어져 교법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육지 중생들의 진노가 뻗친 게지요.

은적사는 보조국사가 창건한 절집이지만 가난한 절집이어서 법고를 고칠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또한 "문화재라 함부로 수리하거나 교체할 수도 없다"더군요.

돌담마저 여유롭습니다.
 돌담마저 여유롭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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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을 구제할 길은 무엇일까?
 중생을 구제할 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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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적사 경내.
 은적사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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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산사의 여유가 마음의 화까지 다스리게 할까?

은적사 법고를 먼저 원상 복귀해야 할까? 아니면 4대강 사업을 먼저 중단해야 할까? 지혜롭고 자비로우신 부처님은 그 정답을 알고 계시겠지요.

법고가 찢어진 절집은 여기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다더군요. 4대강 사업에 꼬라박는 예산으로 이런 문화재나 고침이 어떨지…. 그러면 행여 불교계의 화가 조금 사그라질까나?

'법을 전하는 북' 법고는 소 한 마리분의 통가죽으로 만들어집니다. 몸통은 나무로 만듭니다. 두드리는 면은 한 쪽은 수소, 다른 쪽은 암소 가죽을 대야 소리가 잘 난다네요.

어쨌든, 조용한 산사의 여유가 마음의 화까지 다스리게 할까 두고 볼 일입니다.

은적사 대웅전인 극락전. 극락은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을까?
 은적사 대웅전인 극락전. 극락은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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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은적사, #4대강사업, #자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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