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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대립해 왔던 경기도의회가 개원 첫날부터 파행 운영돼 견학 온 초등학생 어린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행태를 보였다.

 

도의회는 6일 오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안건은 손도 못 대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언성만 높인 채 마감됐다.

 

문제는 가장 나이가 많아 의장직무대행으로 회의 진행을 맡은 김진춘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 전 경기도교육감)이 의장과 부의장 선출도 않고 갑작스레 정회를 선언하면서 불거졌다.

 

의장과 부의장 선출도 못한 채 파행

 

정회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한나라당 금종례 의원(화성시)은 "(상임위원장 배분 원 구성과 관련된) 교섭 단체장의 협의 없이 진행되는 의장, 부의장 선출은 보류돼야 한다"면서 정회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김경호 의원(의정부)은 "의장직무대행의 권한과 의무는 의장을 선출하는 것이며, 원 구성은 대표 간에 해야할 일"이라면서 "의장을 뽑은 뒤 의장이 계속 회의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광주시)도 "본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정회를 요청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장을 뽑고 나서 정회 요청을 받을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고 정회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임시의장인 김 의원은 "교섭단체가 원활한 교섭이 없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원 구성을 위해 251회 임시회를 정회하고자 한다"면서 한나라당쪽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정회 선언과 함께 방망이를 두드린 뒤 의장석에서 내려갔다.

 

곧  민주당의 의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김진춘, 무슨 권한으로 정회를 해."

"아이들이 보고 있어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 나가자고" 하면서 본회의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초등학생 "어른들이 싸우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난데없이 의원들이 큰소리치며, 회의장이 어수선 해지자, 견학차 찾아왔던 김포 신풍초등학교 4학년생 60여 명과 인솔 교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 초등학생은 "학교에선 생각이 달라도 토론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른들이 싸우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으며, 다른 학생은 의회 분위기가 너무 무섭다고 털어놨다.

 

"너무 무서워요. 어른들이 무슨 이유로 싸우는지 모르겠어요."

 

학생들을 인솔한 교사도 "학생들에게 도민을 위해 일하는 지방자치 현장을 직접 보여주려 데려왔는데,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줘 안타깝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서로 '네 탓' 공방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의정의 패행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 넘겼다.

 

이승철 의원(도의회 한나라당 대변인, 수원시)은 "민주당이 승자독식의 각본을 가지고 교섭에 임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의장 1명, 부의장 1명만 먼저 선출하고 추후에 나머지 부의장 1명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고 하는 것은 민주당이 의사봉을 잡고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이기를 하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현삼 의원(도의회 민주당 대변인, 안산시)은 "임시의장인 한나라당 김 의원의 월권행위와 전횡에 분개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의장, 부의장 선출에 대한 안건만 상정해야 하는 임시의장의 권한을 뛰어 넘어 한나라당의 각본에 따라 정회를 선포한 것은 경기도민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질타했다.

 

도의회 소수파인 송영주(민주노동당)·류미경·이상성(국민참여당)·최재연(진보신당) 의원은 성명을 내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자리 싸움에 대한 비판과 함께 "김진춘 임시의장은 본인의 소임을 넘어서는 월권행위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도민의 기대를 한껏 받고 출발해야 될 경기도의회가 개원 첫 날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이 자리를 독식하며 나눠가지는 원 구성은 결국 도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데일리경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기도의회, #한나라당, #민두당, #파행,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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