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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4일: 정운찬 국무총리, '세종시 수정계획' 공식발표.

2010년 1월 11일: 정부, '세종시 수정안' 발표.

2010년 3월 16일: 국무회의, '세종시 수정 법률안' 의결.

2010년 6월 29일: 국회, 정부가 제출한 '세종시 수정안' 부결.

 

허무하다. 8개월 작전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작전명 '세종시 수정안'은 온갖 공력을 동원해 밀어붙였으나 믿었던 국회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충청권 출신 총리를 임명해 총대를 매게 했지만 결국 작전계획은 폐기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MB정권이 독선과 오만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는데 과연 그게 쉽게 이뤄질지 의문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아직도 세종시 수정작전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에서 결국 부결되자 30일 보수신문들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신문들은 크게 반겼다. '당연한 결과', '사필귀정'으로 사태 결과를 일축하면서도 원안대로 추진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과거 정부 탓으로 둘러댔다. 논리가 참으로 군색하다.      

 

[충청권] "사필귀정…그런데 기업과 대학들 입주차질 '어떡하지?'"

 

정부가 처음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선 이후 10개월 만에 용도 폐기된 데 대해 충청권이 가장 고무된 분위기다. <대전일보>는 30일 사설에서 그동안의 우여곡절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었다. '10개월 만에 용도 폐기된 세종시 수정안'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세종시 부결의 의미는 이미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듯이 원안을 추진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라며 "이젠 모두 소모적 논쟁을 그치고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해 원안 추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준엄하게 지적했다.

 

반면 다른 일반기사에선 기업과 대학들의 입주 차질을 걱정하는 눈치다. '세종시 미래는 원안에 자족기능 보완 성공 열쇠', '대기업들, 투자 계획 전면 재검토'란 제목들의 기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세종시 수정안은 차기 대권주자들의 공약으로 다시 부활해 정쟁의 불씨가 될 것"이라며 "29일 삼성과 한화, 웅진 등에 따르면 세종시 수정안이 최종 부결됐기 때문에 수정안에 담겨 있던 세제혜택 등 각종 조건이 유명무실하게 됐다며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우려했다.

 

이날 <충청투데이>도 사설 '세종시 국회 본회의 표결이 남긴 교훈'에서 "세종시의 정체성을 살리자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며 "세종시의 법적 지위와 관할구역 등을 규정하는 세종특별자치시설치법도 서둘러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 이날 5면 '세종시 수정안 폐기, 충북 어떤 영향 미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충북은 충청권과 대통령 공약사항 이행이라는 세종시 원안 추진에 따른 새로운 대정부 투쟁 과제가 생겨 공조체제를 유지해가면서 실익을 찾아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면서 "세종시 원안 추진+α 등 향후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의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칫 지역의 핵심 현안 사업들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선5기 초기 도정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충북일보>는 '지자체들 "세종시 가려던 대기업 잡아라"'란 제목의 3면 머리기사에서 "지난 1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당시, 삼성과 한화, 롯데, 웅진 등 기업들이 총 4조3천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으나 세종시 수정안 발표 당시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약속했던 이들 기업들의 투자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충북이 세종시와 인접해 있는데다 부지확보 용이와 편리한 교통망 등을 갖추고 있는 만큼 도가 이들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남권] "대기업을 모셔라…더는 소모적 논쟁 없기를"

 

'세종시에 더 이상 대기업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친 기사가 눈에 띈다. 30일 <대구신문>의 "대기업을 모셔라"란 1면 머리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의도가 묻어났다. 기사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29일 세종시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삼성, SK, LG, 한화 등 대기업의 역내 유치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기사는 이어 "경북도 역시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따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도 원점부터 재검토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만큼 유치 대응전략과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3개 시·도(포항, 대구, 울산)와 유치 공조체계를 구축, 지역의 입지여건과 당위성을 중앙부처 및 정치권에 집중적으로 건의키로 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매일신문>은 29일 1면 톱기사에서 일찌감치 주문했다. '세종시 U턴 반사이익 잡아라'란 제목과 함께 그 아래 '삼성·SK·LG·한화 등 갈 곳 잃어…대구경북 유치 호재'를 부제목으로 뽑았다.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이 기사는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대기업을 대구·경북이 적극 나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가만히 앉아서 세종시 수정안 폐기에 따른 기업의 지역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반사 이익'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신문>은 이와는 달리 신중한 대책을 주문해 대조를 이뤘다. '세종시 수정안 폐기, 더는 소모적 논쟁 없기를'이란 제목의 30일 사설은 "세종시의 근본 목적은 '국토균형발전'이었다"며 "따라서 이 취지에 부합되도록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α'의 문제를 놓고 또다시 편 가르기를 해 국력 낭비를 가져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호남권] "원안대로 수도권 집중에서 지역균형발전으로 돌아가야"

 

호남 지역 언론들도 세종시 수정안 부결이 몰고 올 파장을 우려하며 대기업 유치와 관련해 향후 밑그림을 그려내느라 바빴다. 그 중 <광주일보>의 30일 3면 '세종시 수정안 부결 … 광주·전남 영향은' 이란 머리기사가 대표적이다.

 

기사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를 비롯한 무안기업도시, 지역 국가산단 및 일반 산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며 광주시와 전남도는 세종시가 기업과 투자의 블랙홀이 돼 지방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컸던 만큼 이번 수정안 부결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를 비롯 지역 산업단지에 대체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 부결이 전체 부지(731만5148㎡)의 4.9%인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36만178㎡) 분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기사는 "클러스터 용지가 기업과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만큼 세종시 기업 유치가 불투명해지면 오히려 기업 투자 수요가 살아나는 등 '반사 이익'을 보지 않겠냐"며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전남매일>은 이날 사설에서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열망 통한 세종시 수정안 폐기'란 제목의 사설은 "수정안의 부결은 사필귀정"이라며 "세종시가 수도권 집중을 막고 국토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춘 점을 감안하면 원안 추진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통했다고 본다. 정부와 정치권이 세종시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이유"라고 못 박았다.

 

<새전북신문>도 '지역균형발전'에 무게를 두고 논리를 전개했다. 신문은 이날 사설 '세종시 수정 폐기 넘어 지역균형발전으로'에서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은 수정안의 폐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민의가 드러난 만큼 지역 정책에 대한 기조도 수도권 집중에서 지역균형발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제주]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기업·혁신도시 탄력 받나?"

 

조마조마했던 강원지역도 원주 기업·혁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원도민일보>는 이날 '원주 기업·혁신도시 탄력 받나'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원주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에 대한 기업 투자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리드에서부터 부각시켰다.

 

기사는 이어 "특히 각종 세제지원 등이 집중되며 '블랙홀'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수정안이 폐기되면서 세종시로 몰렸던 기업투자 움직임이 다시 방향을 틀어 원주 등에 조성되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로 되돌아 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비중있게 다뤘다.

 

제주지역은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미미한 반응을 나타냈다. <한라일보>는 '세종시 수정안 국회 본회의서 부결'이란 제목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정된 지난해 9월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세종시 건설 수정계획은 10개월 만에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면서 "9부2처2청의 행정기관 이전을 골자로 한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이 추진될 전망"이라고 단순 사실만 보도했다.

 

[조중동] "포퓰리즘, 충청표 의식한 노무현 대선 공약 결과?"

 

서울에서 발행된 신문들은 크게 두 부류다. '세종시 수정안 폐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부가 갈등을 불러 일으킨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쪽과 '소모전 양상의 세종시 논란은 노무현 정부의 탓'이라는 상반된 논리가 대조를 이뤘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전날 국회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세종시 8년 논란, 대한민국은 무엇을 얻고 잃었나'란 제목의 사설은 "대권을 노리는 정치 포퓰리스트들이 선거에서 국민에게 던져줄 미끼가 될 무상의료, 무상교육, 연금지급시기 앞당기기 등 무수한 정치적 폭발물이 기다리고 있다"며 "선동적 정치가와 자기 이익 우선의 유권자가 여기서 함께 손을 잡으면 대한민국은 페론 유령에 50년 동안 끌려 다녔던, 아시아의 아르헨티나가 될지 모른다"는 논리를 펼쳤다.

 

더 가관인 대목은 그 다음에 있다.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가 2002년 9월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온 이후 8년 동안 선거 때마다 휘젓고 다녔던 세종시 문제는 이로써 일단락됐다"며 "2012년까지 세종시로 9부2처2청을 옮기도록 한 노무현 정부 안이 최종 확정된 것"이라고 애써 과거정부 탓으로 돌렸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 '세종시 수정안 반대 의원들 역사적 책임 무겁다'에서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는 다음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리실과 경제부처 등 9부 2처 2청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원안은 지역주의에 기대어 충청권 표를 노린 정략의 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서 출발해 법적, 정치적 우여곡절을 거쳐 행정부처 분할로 외피만 바꾼 것이 바로 원안이다."

 

<중앙일보>는 '포퓰리즘과 정략적 발상에 휘둘린 잘못된 결론'이라고 꼬집었다. '포퓰리즘과 불통 정치의 부끄러운 유산'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세종시는 애당초 정략적인 발상의 결과"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충청권 표를 의식해 대통령 선거에 내건 공약"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잇따라 인기영합적 공약이 대선 성공으로 이어짐으로써 포퓰리즘적 행태가 우리 정치를 지배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며 "세종시 원안 추진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정치권의 행태다. 앞으로도 국가대사가 이런 식으로 처리돼서는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 정치가 표만 구걸하러 다녀서는 천박한 정치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사설은 안타까워 했다.

 

[경향·한겨레] "독선·오만 사과하고 세종시 원안 추진 매진하라"

 

같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들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사설은 보수신문들과는 전혀 다르다. <경향>은 '세종시 갈등 사과하고 국정 방향 수정하라'에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 추진이 어렵다는 신호가 분명해졌을 때도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대통령의 생각을 따르는데 충실한 측근 의원들을 동원해 국회 본회의 표결이라는 최후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대통령을 질타했다.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사설은 "민심을 거역하고 맞서는 권력의 오만, 잘못된 국정 방향을 바로잡기는 커녕 앞장서 오도하는 집권당의 무책임과 무능을 역사는 똑똑히 기록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국정 방향을 바로잡고, 민심을 받드는 대통령으로 돌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도 이날 '독선·오만 사과하고 세종시 원안 추진에 매진하라'란 제목의 사설에서 "세종시 수정안 부결은 민심을 도외시한 정치적 무리수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확연히 보여준다"고 운을 뗀 뒤 "우선은 평지돌풍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해 국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라며 "아깝게 허송한 세월을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세종시 원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신발 끈을 조여매야 한다"고 역시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충고를 던졌다.

 

"'플러스 알파 불가' 따위를 들먹이며 수정안 부결에 앙갚음을 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는 지적과 함께 "이런 오만하고 치졸한 모습을 계속 보일 경우 더 큰 화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따끔한 경고의 메시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http://boddarinews.tistory.com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세종시 수정안, #지역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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