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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현장 사무실 인근에서 바라본 김포터미널 부근 경인운하 공사현장. 멀리 행주대교가 보인다.
▲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현장 사무실 인근에서 바라본 김포터미널 부근 경인운하 공사현장. 멀리 행주대교가 보인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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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정부와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변화의 바람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이번 선거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심판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한반도 대운하의 시발점이라 불렸던 '경인아라뱃길(이하 경인운하)' 사업과 '한강운하'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영길 인천시장, 김만수 부천시장, 유영록 김포시장, 최성 고양시장,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등 한강유역 주변 11명의 단체장 당선인들은 25일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예정부지에서 '운하사업 반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경인운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측으로부터 사업현황을 보고받았다. 그런 뒤 경인운하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추진했던 '한강 르네스상스' 사업, 경기도가 추진한 '강변 살자' 프로젝트 사업, '부천운하'에 대해서도 사업 중단을 촉구했으며 '재검증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자 '4대강 살리기'라는 사업으로 등장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경유역 당선자들 "4대강 사업, 대운하 변형에 불과"

한강유역 지자체 단체장 당선자들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오만과 독선으로 국정을 운영한 정부와 한나라당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정부는 공권력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짓밟고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철저히 부정했는데 그 전형적인 예가 4대강사업"이라며 "스스로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놓고, 슬그머니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절차와 논의를 무시한 채 국민세금 22조원을 강바닥에 쏟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으로 이름을 바꾼 경인운하 사업역시 운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이름이 바뀌었을 뿐 내용은 운하사업이라는 지적이다.  경인운하 사업은 착공식마저 공권력을 동원해 비밀리에 개최할 정도로 '대운하'의 '신호탄'이라 불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인운하 사업개요
❍ 위 치 : 인천시 서구 경서동(서해) ~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
❍ 총사업비 : 2조 2500억원
❍ 사업내용
- 주운수로 : 운하 18㎞(굴포천 14.2㎞ 포함, 폭 80m, 수심 6.3m)
- 터 미 널 : 인천터미널 245만㎡, 갑문2기 / 김포터미널 172만㎡, 갑문1기
▸ 배후단지 : 인천 116만㎡, 김포 88.6만㎡,
▸ 대상선박 : R/S선박 (4000톤급, 250TEU)
▸ 대상화물 : 23선석(인천터미널 12선석, 김포터미널 11선석)
인천터미널  컨테이너 자동차 철강 다목적 여객
12선석        3           1        1      5        2
▸ 물 동 량 : KDI 수요예측재조사(2008년 12월)
구 분                  컨테이너  자동차  철 강    모래       여객
연간(2030년 기준)  93만TEU   6만대   57만톤 1001만톤 63만명
- 횡단교량 : 13개소(아라뱃길 8개소, 기타 5개소)
- 경관도로 : 15.6㎞(방수로 시행 13.4㎞ 포함), 북측도로 5.41㎞
- 수변공간 : 수향 8경, 자전거ㆍ보행자 도로, 파크웨이 조성
❍ 사업기간 : 2009년 3월 ∼ 2011년 12월


경인운하사업은 인천 서해와 한강을 잇는 토목사업으로,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 경기도 부천시를 흐르는 굴포천의 폭을 넓히고 수로의 깊이를 더 깊게 한 뒤 김포구간을 굴착해 한강까지 연결하는 물길 사업이다.

경인운하사업은 1995년 민간자본투자 사업으로 지정됐으나 환경단체의 반발로 경제성 논란에 휩싸이며 지난 2003년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홍수방지를 위한 방수로공사만 진행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고, 2009년 3월 한국수자원공사가 맡아 착공 중이며 현재 공정률은 25% 정도를 보이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 타당성 관련 논란의 핵심은 사업성이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를 비롯한 한강유역 단체장 당선자들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타당성검토, 주민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는 시늉에 그쳤다. 특히 운하물동량이 심각하게 과장돼 있다. 또한 홍수예방을 위한 방수로 기능과 운하의 수질 등 환경문제는 아직도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검증위원회 구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인운하 사업현황 보고와 이어진 간담회에 참석한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임석민 교수도 물동량 예측의 오류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뒤 "18㎞의 경인운하에는 배가 다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경인운하의 물동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천항은 2020년까지 7조2000억원을 투자해 130개 부두를 건설할 예정이다. 2011년 인천항의 시설확보율은 105.6%(컨테이너 102.5%)로 과잉이다. 경인운하 인천터미널은 인천내항으로부터 불과 20km 거리에 있다. 또한 76km 아래의 평택항은 2011년까지 2조7500억원을 투자하여 52개 부두를 건설한다.

인천항역과 경인운하 인천터미널의 위치. 인천항만업계 조차 경인운하는 물류 시설로 이용가치가 없다는 게 상식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이미 인천항에는 신항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라 과잉중복 투자 논란도 일고 있다.
▲ 인천항 인천항역과 경인운하 인천터미널의 위치. 인천항만업계 조차 경인운하는 물류 시설로 이용가치가 없다는 게 상식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이미 인천항에는 신항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라 과잉중복 투자 논란도 일고 있다.
ⓒ 인천항만공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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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민 교수는 "운하는 철도나 자동차가 없던 19세기의 운송로였다. 저속운항, 하역작업(7단계)의 증가 등으로 비용이 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도 KDI는 경인운하 물동량을 2011년 컨테이너 30만TEU, 바다모래 633만톤, 철강재 50만톤, 여객 60만명 등으로 예측했다. KDI는 경인운하의 물동량이 모두 인천항과 평택항에서 옮겨 온다고 보았다. 컨테이너 및 모래의 72%는 인천항에서, 28%는 평택항에서 전이한다는 것인데 인천항과 평택항의 컨테이너 및 모래가 경인운하로 전이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9∼10km/h의 하해(R/S) 겸용선은 운하통과에 2시간, 갑문통과 30분, 인천 앞바다까지 2시간 총 4시간 30분이 추가된다. 시간과 비용을 다투는 물류시장에서 경인운하는 경쟁력이 전혀 없다. 또 도선료, 예선료로 300만∼500만원이 추가되고, 운하통과료도 지불해야 하는데 어떤 배가 경인운하를 이용하겠냐?"고 덧붙였다.

임 교수의 이 같은 지적은 인천 항만업계에선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인천항만업계에선 경인운하에 관심 없다. 이용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쪽(=인천 항만업계)에선 얘기할 가치를 못 느끼는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 경운기에 싣고 가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한강유역 단체장들의 뜻을 모아 반드시 운하사업을 중단시키고, 검증위원회 구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겠다. 대통령을 만나 사업의 부당성을 알릴 것"이라고 한 뒤 "특히, 방수로의 목적이었던 홍수예방의 위험성과 인천이 세 동강 나는 문제, 물동량 예측 부실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뜻모은 단체장들 "한강운하·부천운하도 안돼"

송영길 인천시장, 김만수 부천시장을 비롯한 한강유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은 25일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예정부지에서 사업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 한 뒤, 공동으로 수도권 운하사업에 대응키로 했다. 유영록 김포시장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한강유역 단체장 송영길 인천시장, 김만수 부천시장을 비롯한 한강유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은 25일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예정부지에서 사업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 한 뒤, 공동으로 수도권 운하사업에 대응키로 했다. 유영록 김포시장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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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와 더불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한강운하 사업과 부천시와 경기도가 추진했던 부천운하 사업도 도마 위에 올랐으며, 한강유역 단체장들은 이 사업 역시 대운하 사업의 연장선이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강 르네상스'라고 이름이 붙은 한강운하 사업역시 '생태계훼손'과 '경제성 없음'을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줄곧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5월 25일, 여의도를 국제무역항으로 지정하는 항만법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한강 르네상스는 결국 한강운하 사업임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등은 '한반도 대운하'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시는 현재 선박운항을 위해 '양화대교 철거와 재건설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또한 안양천, 중랑천 등 지천운하 역시 최소한의 소통과 협의조차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밤섬, 장항습지 등 천연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기존 교량의 안전성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강운하 사업개요
❍ 주운수로 : 김포 - 용산 15km, 폭 50m, 깊이 6.5m
❍ 터미널 : 여의도 터미널(2012년 완공), 용산국제터미널(2016년 완공)
❍ 운항 선박 : 길이 120m, 폭 20m, 높이 11.5m, 흘수 4.5m, 5,000톤 규모
❍ 일정 : 목표연도 2030년
❍ 담당부서 : 한강사업본부
❍ 목적 : 수도권 수상대중 교통시스템 도입, 레저 스포츠 활성화, 서해 도서 연안 관광테마선 운항, 국제선 취항, 해양도시 서울의 비전 완성

❍ 여의도 국제무역항
- 목적 : 한강-경인운하를 통해 '중국 등 동북아 국가의 주요 연안도시와 선박왕래가 가능해짐에 따라' 수상 관광ㆍ문화도시로 발전시킴
- 위치 : 여의도 한강공원 둔치 및 전면 수역
- 지정면적 : 370,790㎡(육상구역 3,540㎡, 해상구역 367,250㎡)
- 접안능력 : 1선석(140m) 총톤수 6,500톤급, 수심 -6.3m
민주당 조규영 서울시의회 당선자는 "오세훈 시장이 지금이라도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사업을 재검증해야 한다. 정부 또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존중해 4대강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한강운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이를 위한 논의 기구를 구성 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부천시장 김만수 당선자는 부천운하 계획폐지를 약속했다. 앞서 부천시는 경인운하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계양구 다남동 서울외곽순환도로 노오지JC에서부터 부평구와 부천시의 경계인 상동유수지까지 총 8㎞의 부천운하를 계획했었다.

부천운하의 기본계획(안)은 경인운하의 시발점인 굴포천 방수로 시점부터 오정물류단지까지를 1구간(약 5.3㎞, 폭 60~80m, 수심6.3m)으로, 오정물류단지에서 영상문화단지 북측과 인접한 상동유수지까지를 제2구간(약 2.7㎞, 폭 40~60m, 수심 5m 이하)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2월 부천을 방문, 홍건표 부천시장과 함께 부천운하 건설구간인 굴포천과 유람선 선착장이 들어설 상동영상문화단지 유수지를 둘러본 뒤 "부천은 천혜의 운하인 굴포천을 가지고 있다. 상동영상문화단지 유수지에 유람선 선착장을 만들면 많은 관광객들이 영상문화단지를 찾을 것이다"라며 부천운하 설계도면을 만들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또 "부천운하가 부천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다. 수상택시와 수상버스가 다니면 많은 관광객들이 상동영상문화단지를 찾아 식사도 하고 무형문화도 체험하면 좋을 것이다"라며 "굴포천은 지방하천으로 경기도가 관리하는 만큼 부천운하 건설을 경기도가 적극 지원하겠다. 현장을 둘러보니 수질도 아주 좋고 깊이만 좀 더 파면 운하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만수 부천시장 당선자는 "운하는 운하일 뿐 '르네상스'나 '강변살자'가 아니다. 부천운하는 물론 경인운하, 한강운하 등 이른바 대운하 사업의 전주곡이자 시발점이나 다름없는 수도권 운하사업들을 한강유역 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들의 힘을 모아 반드시 중단 시키겠다. 오늘 그 시작을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운하사업 중단 공동성명 발표에는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인을 비롯해 10명의 한강유역 기초단체장이 참석해 뜻을 같이했다. 서울에서는 성장현 용산구청장 당선인, 박홍섭 마포구청장 당선인,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당선인, 노현송 강서구청장 당선인 등이 참석했고, 경기도에서는 김만수 부천시장 당선인, 최성 고양시장 당선인, 유영록 김포시장 당선인이 참석했으며, 인천에서는 홍미영 부평구청장 당선인, 박형우 계양구청장 당선인, 전년성 서구청장 당선인이 참석했다. 또한 서울시의회와 인천시의회, 경기도의회 등 상당수 광역의원들도 참여해 운하사업 중단을 천명했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인운하, #4대강 사업, #한반도 대운하, #한강유역 단체장,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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