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멀리 전망대가 보입니다. 북서울 꿈의 숲은 자연숲과 인공정원이 잘 가꾸어진 공간입니다.
 멀리 전망대가 보입니다. 북서울 꿈의 숲은 자연숲과 인공정원이 잘 가꾸어진 공간입니다.
ⓒ 정진영

관련사진보기


놀이공원 '드림랜드'가 있던 자리에 지난해 '북서울 꿈의 숲'이 열렸습니다. "작명 센스 한 번 참 거시기 하다"는 할아버지들의 대화를 들으며 우리 가족은 '북서울 꿈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름이야 어떻든, '북서울 꿈의 숲'은 자연숲과 인공 정원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어서, 한 시간쯤 걸을 만한 숲 길도 있고 앉아서 쉴 만한 공간도 잘 마련돼 있습니다. 서울 북부 지역을 한눈에 휘돌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고, 공연장이 있어서 시내 중심가나 서초동까지 가지 않아도 공연을 볼 수 있고, 카페도 여러 곳이 있어서 쉬어가기 좋은 편입니다. 

베트남 옷 아오자이는 시원하고 살이 타지 않아서 여름에 야외에서 입기 좋은 옷입니다.
 베트남 옷 아오자이는 시원하고 살이 타지 않아서 여름에 야외에서 입기 좋은 옷입니다.
ⓒ 정진영

관련사진보기


여름철이면 특히 '북서울 꿈의 숲'에서 오후부터 밤까지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네시쯤 들어가서 숲길을 걷고, 해가 질 무렵에 내려와 간단히 저녁을 먹습니다. 미리 도시락을 준비해 가도 좋고, 중식당과 카페테리아에서 먹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개장 초기 '라 포레스타'는 이탈리아 식당이 문을 열었던 곳이 몇 달 후 돈가스나 카레라이스처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바뀌었습니다.

해가 진 뒤에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조명이 켜진 연못가에서 밀린 수다를 떨어도 좋습니다. 원칙적으로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도 안심이 됩니다. 단, 규칙을 어기는 분들이 적잖키 때문에 잔디밭을 제외한 산책로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오후 6시 11분. 시민들이 저녁에도 찾아옵니다.
 오후 6시 11분. 시민들이 저녁에도 찾아옵니다.
ⓒ 정진영

관련사진보기


오후 6시경. 퇴근한 시민들이나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하나 둘 '북서울 꿈의 숲'으로 들어옵니다. 뚝섬에 있는 서울 숲은 강변북로와 가까워서 여러 지역에서 모이는 방문객들이 접근하기 쉬운데, '북서울 꿈의 숲'은 인근 지역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유모차가 있으면 어린아이와 산책하기가 수월할텐데요...
 유모차가 있으면 어린아이와 산책하기가 수월할텐데요...
ⓒ 정진영

관련사진보기


초저녁의 시원한 바람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북서울 꿈의 숲'에서 서둘러 나오려고 했습니다. 유모차와 휠체어 반납 시간을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와 업어달라고 떼를 피우는 어린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데 유모차와 휠체어가 꼭 필요했습니다.

휠체어를 밀어줄 사람과 유모차를 밀어줄 사람, 그리고 순식간에 어디로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호기심 많은 다섯 살짜리 아이를 뒤따라 다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 말고도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수월한 '단체 산책'. 하지만 산책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 있습니다.  환자와 아이들일수록 집안에서 갇혀 지낼 때보다 넓은 공간에 나와서 바람을 쐴 때 훨씬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같은 공간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 정진영

관련사진보기


북서울 꿈의 숲에서 휠체어 빌리기는 하늘 별따기?

쿠하가 태어나기 전, 친정집 에어컨은 일 년에 일 주일 정도 사용했습니다. 푹푹 찌는 팔월에도 친정아버지는 전기세 때문에 선풍기로 버티셨습니다. 손녀딸이 태어난 뒤로는 땀띠가 날까봐 여름 내내 에어컨을 틀어도 야단하지 않습니다만, 여름 밤 청계천을 산책하며 더위를 달래던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우리 가족은 더운 날이면 으레 집밖으로 나서곤 합니다.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두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친정어머니는 딸을 도와줄 여력이 없습니다. '북서울 꿈의 숲'으로 바람을 쐬러 간 날, 휠체어에 앉은 친정어머니는 당신이 짐이 된 것처럼 느끼셨나 봅니다. 당신이 따라나서지 않았다면 '저녁 늦게까지 연못에 조명이 들어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날도 더운데 불 앞에 서서 저녁밥을 짓지 않아도 될 텐데···'하고 말이죠.

미안해하시는 어머니의 부담도 덜어드리고, 더 놀고 싶어하는 쿠하와 까이유의 '소원'도 들어주고 싶어 밥 하기 귀찮은 아줌마는 숲 안의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원관리실에 휠체어를 몇 시간 더 빌려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밤이 되면 호수에 조명이 들어옵니다. 센서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이면 불이 켜집니다.
 밤이 되면 호수에 조명이 들어옵니다. 센서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이면 불이 켜집니다.
ⓒ 정진영

관련사진보기


공원 담당자는 7월과 8월에는 저녁 8시까지 휠체어 대여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유모차와 휠체어 대여소는 '방문자센터'에 있는데, 공원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24시간 개방되는 공원의 상황을 살피는 상황실도 방문자센터 안에 있습니다.

상황실 바로 옆에 휠체어 보관소가 있어서 상황실 직원에게 신분증을 맡기고 몇 시간 더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연장 대여가 안 된다고 운영원칙을 말하던 담당자가 몇 시간 더 휠체어를 사용하게 한 것은 서울시 다산콜센터 120번에 전화를 걸어 불편을 호소한 다음의 일 입니다.

굳이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여름철 대여 시간 연장을 안내하게 해 달라고 한 이유는, 몇 시간 더 휠체어를 빌려달라고 방문자센터에 부탁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여름철에 대여시간을 연장할 것이라면, 애초에 빌려줄 때 시간 안내를 하는 편이 빌리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몇 시간 더 쓰겠다고 부탁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는 제 모습을 보면서 친정어머니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서울 숲에 비해 '북서울 꿈의 숲'은 언덕 경사가 심해서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것도 힘이 듭니다. 하지만 잘 가꿔진 산책로와 숲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여름 저녁의 산책은 하루 종일 집안에 있던 어머니에게 좋은 시간이 됩니다.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 정진영

관련사진보기


개장 1년 만에 휠체어 5개 분실

사실 장애인이 공원으로 산책하러 오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가족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나오는 것입니다. 공원 측은 저녁 6시에 주인과 산책 나온 건강한 강아지를 부러운 시선으로 보며 발길을 돌리는 장애인이 없도록 미리 배려해야 합니다. 집안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모험인 사람들이 일반인과 다름없이 공원에서 시원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도록 하려면, 휠체어나 유모차 대여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혹시 이 기사를 보는 독자들 가운데 괜히 공원관리자를 번거롭게 하지 말고 집에서 휠체어를 가져가면 되지 않겠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용 승용차에는 트렁크에 가스통이 있어서 일반적인 크기의 휠체어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방문자센터에 문의하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개장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은 '북서울 꿈의 숲'에서 그동안 다섯 대의 휠체어를 분실했다고 합니다. 꼭 필요한 분들이 가져가셨을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빌려 써야 할 문건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은 곤란한 일입니다.

뒤에 오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해서 꼭 돌려주고 가시길 바랍니다. 최소한 분실할 우려때문에 휠체어 운영시간을 한정지을 수 밖에 없다는 공무원의 이유있는 변명이 사라져야 합니다.


태그:#북서울 꿈의 숲, #쿠하 , #산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