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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 농활이 시작되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열기위해 대다수 학생들이 어학시험, 공모전 준비 등의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을 때지만 땀방울의 가치를 알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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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이라는 것을 '농민학생연대활동'으로 여겨 대학생들이 시골 주민들을 모아놓고 농촌의 근대화를 역설하며 시국을 논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걸 상상한다면 그것은 옛날 이야기다.

학생들이 그곳에서 하는 일은 농사일을 돕고, 마을 주민들을 위한 도배, 안마, 지압 봉사와 노인들의 즐거움을 위한 작은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전부이다. 방학기간 동안 농촌으로 떠나는 대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노동의 의미를 알아가며 평범한 일상에서는 접하지 못할 값진 경험을 얻고 있다.

값진 땀방울의 대가로 얻는 행복과 나눔의 기쁨

농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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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전남 장성군 삼서면에서는 내리쬐는 폭염에도 주민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고통은 반으로 즐거움은 두 배로 만들어 주는 행복 전도사들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균관대학교 봉사활동 동아리 호우회 소속의 대학생들로 농촌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한 차례 장마가 지난 후여서 농촌 땅은 질펀하고 26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환경에서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의 얼굴은 금세 땀범벅이 되었다. 주로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풀베기와 소여물 주기, 고추 따기 등으로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었다.

도시 생활 속에 익숙한 대학생들이 하는 것이라 영 어설펐지만 일손이 아쉬운 농민들에게는 소중한 일꾼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일을 도왔다.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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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농활에 처음으로 참여한 조영찬(경영학과, 20)학생은 "난생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 너무 힘들고 지치지만 그에 비교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며 "음주가무로 날이 하얗게 새도록 술을 마시는 식상한 MT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농활은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농활은 농촌 일을 돕는 것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효활'이라 불리는 '효자노릇하기'도 대학생들의 몫이다. 학생들은 주민들을 위해 팩과 메니큐어를 준비했다. 또한 사전에 배운 스포츠 마사지로 안마를 해드리고 염색도 해드렸다. 마을의 대다수 어르신들이 염색을 받으러 이들을 찾아왔고 덕분에 준비해 온 염색약이 모자라 중간에 추가 구매를 해 올 정도였다.

염색을 해 주는 학생들의 얼굴에도 염색을 받으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염색을 받으시던 할머니 한분은 "자식들도 해주지 않는 것들을 대신 해주는 학생들이 꼭 내 자식들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와줬으면…"

무관심 속에서 우리가 모르는 농촌의 현실

농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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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을 취재하며 아무리 둘러봐도 봉사단을 제외한 젊은 청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린아이도 여섯 마을을 통틀어 단 3명이였다. 세 명의 아이들 중 두 명이 도시에서 생활하는 부모와 떨어서 조부모 밑에서 양육되는 아이들이였다. 젊은 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곳에 청장년층의 비율이 가장 낮은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장은진(행정학과, 23) 학생은 "여러 번 해온 농활이지만 매번 심해지는 농촌의 고령화를 느낀다"며 "이 때문에 더욱 어르신들의 일상이 고단해 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주민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밭을 매고 여물을 주고 하루 종일 농사일에 분주하고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내셨다. 번듯하게 지어진 마을회관도 일에 쫓겨 사는 이들에게는 의미 없는 건물일 뿐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농촌의 빈부격차는 도시만큼이나 심각했다. 축사와 과수원의 주인은 "만평의 과수원과 120마리의 소를 관리하고 있지만 사료 값이 너무 올라 소 한 마리 당 남는 수입은 3만원일 뿐이고 과수원에서 번 수입은 이곳을 마련하는데 들어간 원금을 갚는다"며 "땅 부자인 부농들은 노동력이 없어 땅을 묵히고 있지만 땅 없는 노인들은 귀퉁이 땅에 고추를 심고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며 심각한 빈부격차를 지적했다.

또한 "도시 사람들은 정부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농촌 사람들이며 우리가 알부자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의식 있는 학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해 농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사하는 학생들 역시 노인들의 애환에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농활! 추억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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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농활에 참여한 최고령자 최문호(신문방송학과, 28)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대학생활 4년을 통틀어 기쁨과 깨달음이 함께 있는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농활이 정치적인 무엇을 강요한다는 보편적인 생각들에 대해 "농활을 통한 주민들의 의식화는 시도하지도 않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오히려 이곳에서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간다"며 "강의실을 떠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도우며 노동의 의미를 배우고 농촌의 실정을 이해하는 것이 농활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농촌계몽활동','농민학생연대활동','농촌봉사활동'. 그것을 부르는 명칭에 너무 얽매여 농활을 꺼려하는 것은 농활을 통해 얻는 가치를 몰랐을 때나 하는 생각이다. 편협한 시각에 붙잡혀 있지 말고 일단 팔을 걷어붙이고 농촌으로 떠난다면 '농활', 그 이름 이상의 것을 체험하고 성숙해져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태그:#농활, #봉사활동,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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