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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한 달쯤 됐을 것이다. 나는 학교에서 혼자서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평소 같이 다니고 같이 놀던 친구들이 나를 멀리 했다. 나에게 친절하던 친구들도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들로부터 외톨이가 돼갔다.

 

친구들은 나를 보고 귓속말을 자주했다. 내 말도 안 들어 주었다. 차갑게 대하고 째려보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심한 말도 서슴없이 해댔다. 그런 일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교생활이 우울해졌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변해버린 친구들이 미웠다. 나는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외롭게 보내야 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우는 횟수도 늘어갔다. 엄마께 이야기하면 속상해 하시고 걱정하실 것 같아 말씀도 못 드리고 가슴 아프게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예절교육을 앞둔 시간이었다. 우리 반은 예절실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떠든 애들을 복도로 불러내셨고, 몇 명이 나가서 혼났다. 나는 특별히 떠들지 않았기 때문에 복도로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혼난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우리 반 애들은 양심도 없다"고 했다. 나와 다른 친구들은 미안했다. 조금이라도 떠들었다고 생각한 나는 친구와 함께 복도로 나가려고 했다. 우리도 조금은 떠들었다고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혼나기 위해서였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나와 친구를 보고 그 애들이 비아냥거렸다. "너희들 나오지 마! 너희들이 나오면 우리가 이상한 사람 되잖아. 그러니까 나오지 마! 그리고 이제 나와서 뭐하겠다고?"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와 친구는 점심시간에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친구들 무서워서 학교도 못 다니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사실 나와 친구는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평소 친했던 친구들이 나가서 혼났고, 내가 나가서 혼나면 다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나가려고 했는데….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온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엄마께서 그런 나를 보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 보셨다. 순간 나는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부터 흘려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학교에서 친구들과 불편했었던 이야기를 다 털어놓았다.

 

엄마께서는 속이 많이 상하신다고 했다. 하지만 "친구들끼리 일이니 서로 이야기를 해라. 그리고 오해가 있으면 풀고 친하게 지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학원에도 가지 않고, 다시 친구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갔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 오해가 풀리고 앞으로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계속 차갑게만 대했고 '따'를 시켰다. 나는 그렇게 대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지만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나를 끼워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보면서 귓속말을 해댔다. 나는 계속해서 혼자였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몇 번 더 있었다. 하지만 그 '패거리'들은 나뿐 아니라 친구들을 돌아가면서 '따'를 시키는 것 같았다.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면서 나를 '따' 시키는 친구들이 얄미웠다. 그런데도 나는 매번 그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사실 나의 언니도 '따' 경험이 있다고 했다. 언니는 나를 볼 때마다 "그냥 무시해"라고 했다. 언니는 "그 때는 많이 괴로웠는데 지나서 생각하니 시간만 낭비한 것 같다"며 "잠깐 허무하게 보내고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엄마께서도 "그냥 무시하고 다닐 수는 없겠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그냥 무시하고 그 애들이랑 어울리지 않기로 했다. 그 애들 눈치를 보다가는 시간을 너무 허무하게 보낼 것만 같았다. 내가 해야 할 일도 있는데 그것도 못하고 보내버릴 것 같았다. 괜히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무시하고 다녔다. 귓속말을 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애들한테 말을 붙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내 마음도 편해졌다. 학교 끝나면 친구들을 무시하고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는 결심했다. 다른 친구를 '따' 시키지 않겠다고. 다른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따'를 당하는 다른 친구가 있다면 따뜻하게 감싸주는 친구가 되고, 친구의 기쁨과 슬픔도 같이 나누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태그:#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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