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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최종 : 17일 오후 7시]
 
팔당 농민 "소신공양이라도 하고 싶다"
 

 

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절 한 번.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서울 명동성당까지 얼마나 수없이 많이 반복했을까. 선두에서 삼보일배를 하는 유영훈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유 위원장의 뒤를 따르는 팔당 유기농 단지 농민 서덕현씨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함께 삼보일배에 동참한 50여 명의 시민들이 동시에 바짝 엎드려 절을 하자, 이들의 '몸자보'에 적힌 문구가 아스팔트 바닥을 수놓았다.
 
"생명의 강을 흐르게 하라!"
"팔당유기농지 보존!"
 
명동성당에서 조계사까지, 50여 명이 함께 '삼보일배'
 

 

팔당 유기농 단지 농민들이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남양주를 시작으로 걷고 또 절하면서 서울까지 오는 데 3일이 걸렸다. 17일은 오전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13시간을 걸었다.

 
농민들은 18일 오전까지도 집시법 때문에 1인 시위 형식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하지만 명동성당에서 조계사까지는 '집회허가'를 받아 50여명이 동시에 삼보일배에 참여했다.
 
50여 명의 삼보일배 행렬 뒤로는 또다른 시민 50여 명이 "이명박 대통령, 국민의 소리를 들으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걸었다. 또 일부는 "4대강사업 멈춰"라고 적힌 손팻말과 4대강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었다. 몇 몇 사람들은 "아름다운 강을 살립시다"라고 외치며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이날 삼보일배에는 팔당 유기농단지 농민들뿐만 아니라 유기농산물 소비자인 생활협동조합 회원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도 함께 했다. 지난 10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수원 경기도청 앞에서 삭발기도를 했던 최재철·조해인 신부도 동참했다.
 
양복차림으로 삼보일배에 참여한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생명전체를 테러하고 있고, 4대강 사업 때문에 어떤 생명체는 멸종할 수도 있는데 땀 좀 흘리면 어떤가"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정 대표는 "이 정도 노력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저 말고도 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영훈 상임위원장은 "6·2 지방선거에서 국민여러분께서 표로써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뜻을 굽히고 않는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마음 같아서는 소신공양이라도 하고 싶다"며 "길바닥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삼보일배로 청와대까지 가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의 소리를 듣고 4대강 삽질을 중단하라'고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삼보일배 동참자들은 오후 6시께 조계사에 도착했다. 유영훈 대표 등 팔당지역 농민들은 청와대까지 더 나아가려 했다. 하지만 경찰의 방패는 더 이상의 전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들의 삼보일배는 조계사에서 막혔다.
 
 
[1신 : 6월 18일 오후 2시50분]
 
농민들 땀이 아스팔트 위로 뚝뚝... "재앙이 두렵습니다"
 

 

"이제 팔당 농민들은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과 반환경적인 국토 파괴 행위를 좌시할 수 없기에 온몸으로 맞섭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온몸을 던져 이명박 정권의 전횡을 중단시키고 싶습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경기도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촉구하는 이들은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호소했다. '농지보존 친환경 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와 시민들은 지난 16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최종 목적지는 서울 청와대.

 

이들은 출발한 지 사흘 만에 서울에 입성했다. 그리고 18일 오전 9시부터는 동대문로터리부터 명동성당까지 다시 느리게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삼보일배는 1인 시위 형식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했다.

 

"가장 낮은 자세로 호소합니다, 제발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오"

 

이날 오후 4시 명동성당을 출발해 조계사까지 가는 길에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50여 명이 동참할 예정이다. 이들이 이 무더운 여름날 세 걸음 걷고 땅에 엎드리는 '고행'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엎드려 가장 낮은 곳의 민심을 보여주려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제발 국민의 소리를 들으십시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국민들은 6.2지방선거를 통해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여준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준엄한 경고를 내렸다"며 "하지만 이 대통령은 여전히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럽고 허탈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말 못하는 뭇 생명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고, 농민이 자살하고, 성직자가 소신공양을 했습니다. 얼마나 더 죽어야, 얼마나 더 파괴돼야 멈추겠습니까? 저희는 이 대통령 혼자만의 맹신과 판단 착오가 불러올 엄청난 재앙이 두렵습니다."

 

이어 이들은 "팔당은 2500만 수도권 시민의 소중한 식수원이고, 우리는 그동안 화학비료는 물론이고 농약 한 방울 사용하지 않는 고된 농사로 팔당의 유기농과 식수를 지켰다"며 4대강 사업 저지와 팔당 유기농지 보존 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동참과 관심을 호소했다.

 

"정부는 유기농지를 수용한 뒤 각종 맹독성 농약과 화학약품으로 관리되는 잔디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유기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팔당은 식수원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팔당 지역 농민들은 농토가 아닌 서울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말없이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엎드렸다. 농민들의 땀이 아스팔트 위로 뚝뚝 떨어졌다. 서울시민들은 갑작스런 농민들의 고행을 말없이 지켜봤다.

 

차를 이용하면 동대문에서 명동성당까지 10분이면 족하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삼보일배의 낮고도 느린 전진은 3시간을 훌쩍 넘겼다.

 

농민들의 삼보일배는 지난한 4대강 사업 저지 운동과 여러모로 닮았다. 팔당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의 고집 때문에 참 여러 사람이 고생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태그:#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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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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