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산란철을 맞이하여 잉어들이 필사적으로 중랑천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지막한 시멘트턱도 올라가지 못하고 팔뚝만한 잉어들이 떼로 모여 있습니다.
▲ 한강에서 중랑천으로 올라가는 잉어들 산란철을 맞이하여 잉어들이 필사적으로 중랑천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지막한 시멘트턱도 올라가지 못하고 팔뚝만한 잉어들이 떼로 모여 있습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입장 표명을 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도저히 물러설 수 없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이들은 한강을 4대강의 모델이라고 한다. 한강처럼 만든다는데 뭔 말이 그렇게 많냐는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나가 4대강의 모델이라는 한강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다리 위에 서서 뭔가를 구경하고 있다. 자전거를 세우고 뭔가 보니 산란을 앞둔 잉어들이 필사적으로 한강에서 중랑천으로 올라가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한강이 중랑천보다는 깨끗한데 왜들 저럴까 싶었지만, 이내 정답은 나왔다. 한강은 수심이 깊어서 잉어들이 산란을 할 만한 수초가 없는 것이다. 잉어들의 몸부림은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한 시간여를 지켜봤지만 다섯 마리 정도만 성공했을 뿐이다. 불과 2m 정도의 완만한 거리요, 경사도 완만하다. 그런데 겨우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

시멘트바닥에는 녹조가 끼어있는데 상당히 미끄럽다. 물살이 세지도 않고, 물도 많지 않은데 녹조까지 끼어있으니 이보다 더 험한 곳을 거슬러 올라온 잉어도 이곳을 넘는 것은  차마 힘든 일이다. 한 시간 여 지켜보았으나 다섯 마리 정도만 중랑천으로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 시멘트 바닥에 낀 녹조 시멘트바닥에는 녹조가 끼어있는데 상당히 미끄럽다. 물살이 세지도 않고, 물도 많지 않은데 녹조까지 끼어있으니 이보다 더 험한 곳을 거슬러 올라온 잉어도 이곳을 넘는 것은 차마 힘든 일이다. 한 시간 여 지켜보았으나 다섯 마리 정도만 중랑천으로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이유는 간단했다. 물이 많든지 아니면 이 정도 물이라면 바닥이 깨끗하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시멘트 바닥에는 녹조가 끼어 있었다. 유속이 원만한 곳에 생기는 녹조, 유속이 느린 개울 같은 곳에서 녹조가 낀 바위를 밟아보신 분은 알 것이다. 십중팔구 미끄러져서 넘어진다. 잉어는 몸부림치고 올라오다가 이내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가까스로 물살을 치고 올라왔다가 다시 미끌어져 한강으로 내려가는 잉어. 수로를 제대로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4대강의 미래를 보는 듯 하다. 당장에는 살 수 있어도 알을 낳을 곳이 없는 한강, 그것이 4대강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 잉어들의 몸부림 가까스로 물살을 치고 올라왔다가 다시 미끌어져 한강으로 내려가는 잉어. 수로를 제대로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4대강의 미래를 보는 듯 하다. 당장에는 살 수 있어도 알을 낳을 곳이 없는 한강, 그것이 4대강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겨우겨우 올라왔다가 두어 번만 더 꼬리를 치면 올라갈 수 있는 거리인데 힘에 부쳤나 보다. 잠시 꼬리치기를 멈추자 주르륵 미끌어져 다시 한강으로 돌아간다. 이걸 수로라고 만들어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멘트에 녹조만 끼지 않았어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잉어가 무슨 연어도 아니고 산란철만 되면 낮은 물가의 수초를 찾아 한강에서 중랑천으로 올라가야 하는가?

한강이 개발되기 전, 모래톱과 버드나무가 우거졌던 그 한강에서 살던 잉어들도 산란을 위해 한강에서 중랑천으로 올라갔을까? 강태공들이 침을 꿀꺽 삼킬 만한 크기의 잉어들이었지만, 한강에 사는 잉어를 먹을 수는 있는 것일까? 양재천과 만나는 지점에서 낚시를 하던 강태공이 "냄새 나서 우리는 안 먹어요, 며칠 물에 담가뒀다가 내다 팔지"한다.

물이 나지막하니 수초들도 자랄만 하고, 잉어들이 알을 낳을 곳들도 있을듯 하다. 그러나 제법 나지막한 물살이 흐르는 중랑천이나 양재천 모두 비 온 뒤임에도 불구하고 하수 썪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수로 물이 나지막하니 수초들도 자랄만 하고, 잉어들이 알을 낳을 곳들도 있을듯 하다. 그러나 제법 나지막한 물살이 흐르는 중랑천이나 양재천 모두 비 온 뒤임에도 불구하고 하수 썪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잉어들이 필사적으로 올라간 곳이다. 중랑천으로 이 물길은 이어진다. 잔잔해서 맑은 하늘이 반영된 덕에 깨끗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니 한강에서는 나지 않는 하수 썪는 냄새가 난다. 그 사정은 양재천 쪽이나 탄천 쪽도 마찬가지였다. 잉어들은 상대적으로 한강보다 더 지저분해도 알을 낳을 곳은 거기밖에 없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이다. 몇 해 전 장마철에 중랑천에 잉어가 떼로 몰려들었던 이유를 알겠다. 그냥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강에는 알을 낳을 곳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과 강을 경계지어놓은 시멘트 구조물, 낡아서 다 부서져 버렸다. 발을 담그고 싶어도 담글 수 없고, 한강물에 손을 담글 수도 없다. 이곳은 이전에 모래사장과 버드나무가 무성하던 곳이다.
▲ 한강의 시멘트 구조물 사람과 강을 경계지어놓은 시멘트 구조물, 낡아서 다 부서져 버렸다. 발을 담그고 싶어도 담글 수 없고, 한강물에 손을 담글 수도 없다. 이곳은 이전에 모래사장과 버드나무가 무성하던 곳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한강의 시멘트들은 부서지고, 물 속에 잠긴 부분에는 녹조가 심하게 끼어 있었다. 관리 자체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허술하게 펜스도 없이 시멘트 구조물로 인간과 강을 경계지어 놓고는 '낚시금지'라는 현수막을 걸어두었다.

한강 둔치 곳곳에는 시멘트 계단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잡초만 무성하다. 강과 인간의 거리만큼이나 계단도 높다. 맨발로 걷고, 물살이 발을 간지럽히는 그런 강을 원한다. 그런 강이 살아있는 강이다.
▲ 한강 둔치의 계단 한강 둔치 곳곳에는 시멘트 계단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잡초만 무성하다. 강과 인간의 거리만큼이나 계단도 높다. 맨발로 걷고, 물살이 발을 간지럽히는 그런 강을 원한다. 그런 강이 살아있는 강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한강은 겹겹이 차단되어 있었다. 시멘트 계단은 이미 사람들이 오랫동안 다지니 않았다는 증거로 잡초들이 무성했다. 성내천으로 이어진 잠실 방면 한강둔치에서부터 양재천과 만나는 지점까지 계단들을 전부 살펴보았지만, 계단마다 잡초가 무성했다. 사람과 강이 어우러지지 못하는 현장을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배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많고, 세멘트 포장도 벗겨진 곳이 많아 흉물스럽다. 물론 강을 직각으로 막고 있는 시멘트는 더 그렇다. 배수가 안되어 시멘트가 고인 물에도 녹조가 끼어있었다. 여름철 해충의 보금자리주택으로는 기가 막힐 것 같다.
▲ 한강 둔치 배수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많고, 세멘트 포장도 벗겨진 곳이 많아 흉물스럽다. 물론 강을 직각으로 막고 있는 시멘트는 더 그렇다. 배수가 안되어 시멘트가 고인 물에도 녹조가 끼어있었다. 여름철 해충의 보금자리주택으로는 기가 막힐 것 같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그 뿐이 아니었다. 곳곳에 수평이 맞지 않아 빗물이 고여 있는 곳들도 많았다. 그곳은 늘 그랬는지 녹조가 끼어 있었다. 해충들의 보금자리, 그들을 위해서 너무도 친절한 4대강의 모델, 한강이다. 한강에 살던 그 많은 생명들을 다 몰아내고 모터보트와 유람선을 띄우고, 윈드 서핑과 수상 스키 같은 고급레저문화를 확대시킬 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동동 떠다니는 수동 물오리가 미안했던 것일까?

청계천처럼 이것저것 다 방생을 해서, '한강에서 즐기는 참치낚시'라는 슬로건으로 한강홍보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저렇게 물이 고이게 함으로 생물종 다양성을 꾀한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늘엔 조각구름, 강물에 유람선, 저 한강에 몸을 담그고 싶지도 않다. 혹자는 일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강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 다시 예전처럼 복구하는 것만이 한강을 살리는 일이다. 그 일은 한강을 이모양으로 만든 예산보다도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지금 4대강 사업의 미래가 여기있다.
▲ 한강 하늘엔 조각구름, 강물에 유람선, 저 한강에 몸을 담그고 싶지도 않다. 혹자는 일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한강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 다시 예전처럼 복구하는 것만이 한강을 살리는 일이다. 그 일은 한강을 이모양으로 만든 예산보다도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지금 4대강 사업의 미래가 여기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한강 물은 어떨까? 저 물에 몸을 담그고 손을 담그고 싶지 않다. 4대강 사업에 무조건 찬성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려고 꼬투리 잡으려고 아주 일부에 불과한 이런 사진을 담아서 사람들을 현혹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에게 한마디 하겠다. '가서 직접 봐라!'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살린다고 삽질하는 그 강에 가봐라.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아직 삽질이 시작되지 않은 곳이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직접 봐라!'.

잉어들은 1Km도 안되는 물고기인공산란장을 마다하고 필사적으로 중랑천으로 오르고 있다. 한강의 바닥이 죽어있다는 증거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수초가 없는 한강, 잉어같은 어종도 그런데 작은 물고기들이나 물살과 자갈이 자글거리는 곳에서 사는 어종들이 한강에 어찌 살까?
▲ 물고기 인공 산란장 잉어들은 1Km도 안되는 물고기인공산란장을 마다하고 필사적으로 중랑천으로 오르고 있다. 한강의 바닥이 죽어있다는 증거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수초가 없는 한강, 잉어같은 어종도 그런데 작은 물고기들이나 물살과 자갈이 자글거리는 곳에서 사는 어종들이 한강에 어찌 살까?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양재천과 만나는 부근에 물고기 인공 산란장이 있었다.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겠다. 한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와서 산란을 하는 곳인지, 서울시에서 참치알을 구해다가 민물고기로 바꾸는 실험을 하는 곳인지, 아니면 이런저런 민물고기 치어들을 사다 키워서 한강에 방류시키고 '돌아왔다!'하고 홍보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 정체가 확실하지는 않다.

추측하건데 한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이리로 와서 알을 낳으라고 배려한 것인 듯하다. 그런데, 잉어들은 이 곳을 마다하고 중랑천으로 올라간다. 이 인공산란장에서부터 중랑천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험하다. 앞에 사진에서 보여준 것은 그들이 이미 거슬러 올라왔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기가 싫다고 하수 썩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양재천으로 중랑천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 무슨 조화일까?

인공산란장 부근은 이렇게 자갈도 있고, 모래도 있다. 그들도 알긴 아나보다. 그렇게 깊은 한강에서는 산란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대를 이을 수 없는 강, 그 강이 살아있는 강인가? 한강이 4대강의 모델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4대강을 살리자는 것인가, 죽이자는 것인가? 당장 삽질을 멈춰라!
▲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인공산란장 부근은 이렇게 자갈도 있고, 모래도 있다. 그들도 알긴 아나보다. 그렇게 깊은 한강에서는 산란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대를 이을 수 없는 강, 그 강이 살아있는 강인가? 한강이 4대강의 모델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4대강을 살리자는 것인가, 죽이자는 것인가? 당장 삽질을 멈춰라!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물고기 인공 산란장 앞은 위의 사진 같았다. 그렇다면 이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포클레인으로 푹푹 퍼낸 한강, 시멘트에 갇혀 직선으로 흐르는 깊은 강에서는 물고기들이 산란을 할 수 없다는 기본적이고도 상식적인 내용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4대강 사업이 생명의 강을 만드는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왜일까? 뭔가에 눈이 먼 것이다. 그걸 잡으려고 양심을 팔고, 지식을 팔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어쩌나? 4대강 사업의 허구가 밝혀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강을 4대강의 모델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한강을 제대로 보았는가? 한번 천천히 걸어보라. 그리고 한강의 냄새를 코로 맡아보라. 그게 살아있는 강인지, 죽어가고 있는 강인지. 지금 시급한 것은 삽질이 아니라, 이렇게 죽어가는 한강을 복원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태그:#한강, #4대강사업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