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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매일같이 조계사에 갑니다. 지난 민주화 운동 때 명동 성당이 민주화의 성지였다면 지금은 조계사였으면 좋겠다 싶지만 솔직히 그 느낌까지는 들지 않습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이라는 큰 사건이 있었음에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잘 모아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생각해 봅니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 모였던 그 열기가,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월드컵의 열기가, 문수스님의 영정 앞에서 차가움이 되니 안타깝습니다. 매일 조계사에서 열리는 '생명평화마당' 이번 주 첫 번째 마당을 이끄신 분은 법륜스님이셨습니다.

 

법륜스님은 즉문즉설로 유명하시지요. 14일 날에는 4대강 관련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겪는 어려움에 관해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문자 중 한분이 너무나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다름 아닌 MB만 보면 화가 난답니다. 법륜스님은 이 질문자에게 어떤 답을 주실까요?

 

"저는 요즈음에 조금 선거가 끝난 뒤라 달라지긴 했지만, 이명박 정권만 보면 화가 나서 텔레비전을 볼 수가 없어요. 기도를 하고 있는데, 미워하는 사람을 향해 절을 하면 풀어진다고 해서 했는데, 도저히 안돼서 하다가 말았어요. 내가 한다고 바꿔지는 것도 아니고요. 치과에 다니는데 원장님이 부자라서 그런지 이명박이 뭘 잘못 했나, 물으면 할 말이 없어요. 그러면 잘한 게 뭐있냐고 대들고 그래요. 제가 지금은 마이크를 들고 있어서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그러지 평소에는 욕하거든요. 남편도 MB를 싫어하면서도 저한테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 (40대 직장인 여성)

 

법륜스님

 

 

"어린아이가 잘못했을 때 잘못한 것을 깨우치지 않고, 할머니가 그냥 예뻐하면 버릇 나빠지듯, 무조건 잘했다하는 것도 잘못을 알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비유를 들면 아이가 10쯤 잘못했는데, 100쯤 화를 내면 아이가 억울해 하죠. 그러면 교육 효과가 없어요. 반성을 해야 하는데 반성이 안 되고 힘에 의해 억지로 동의를 했다 하더라도 반발로 저항을 하게 되요. 부모가 자식을 해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이가 생각하는 수준과 부모가 생각하는 수준의 차이가 있어서 아이가 억울해 하죠. 그래서 교육효과가 없어져요. 결과적으로 벌의 효과가 없고,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나빠지죠.

 

저도 제자들에게 말도 안된다하여 야단쳤는데, 아무 말이 없거든, 말 안하면 대부분 '니나 잘해라' 억울하다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어른들은 더 화가 나죠. 이것은 상대가 잘못을 깨우쳤던지, 부모가 과잉 반응을 했던지 둘 중 하나에요. 남편도 MB가 싫은데 아내가 욕하고 방방 뛰니까, 거부반응이 일어나서 동조가 덜 되죠. 내가 화를 내면 내 건강에도 안 좋고, (내 생각이) 확산도 안 된다. 그래서 자기 다스림이 따라야 한다.

 

우리도 북한 사람이 굶어죽어도 최근 남한 쌀 재고량이 50%가 넘었대요. 그래도 안 주잖아요. 그런걸 보면 안 맞는 것 같고,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데, 전쟁도 불사하겠다, 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이런 것을 진정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들이 진정시키는 현상이 선거에서 벌어졌다. 이런 것을 봐도 국가의 이익을 위하는 것 같지 않고, 4대강도, 세종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다. 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데 우리가 대화를 해야 한다.

 

그들은 수는 적을지 몰라도 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작은 힘을 결집시켜 투표하는 방식, 지금처럼 대화마당을 통해 얘기하는 방식, 문수 스님 문제에 대해서 옆에 사람한테 부드럽게 얘기하는 것, 너무 강조하지 않고 어떻게 접근해가는 것이 좋겠는지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4대강에 대해서 중간쯤 반대하는 사람은 찬성하도록, 찬성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찬성하도록,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그 사람(이명박 대통령)은 그 사람 나름대로 모래파면 돈 벌겠다, 둑 쌓아야겠다, 생각 했다. 그래서 사업하는 사람을 모으고 하는 노력을 한거다. 그런데 우리는 방심을 하고, 설마 하고 있다가 이렇게 됐다. 우리도 이명박 대통령만큼 노력하고 하면 해결될 수 있는데, 우리가 안했다. 그러니 상대를 미워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도 아이돌보고, 직장다니면서 시간을 배분하고, 제정도 배분하고, 역할 분담을 해서 공동의 목표에 힘을 모아야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 매일 못 오면 이틀에 한번, 이틀에 한번이 안 되면 사흘에 한번, 그것도 안되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이곳에 와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요일은 조해인 신부님이 오셔서 대화를 이끌어 가시고, 모레는 김홍신 작가님이 오셔서 대화를 이어가고, 새 교육감이 되신 곽노현 교육감도 오신다. 우리의 공동 관심사를 열어 나가자는 것이니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매일 조계사로 출근하는 제 몸은, 실은 피곤에 쩔어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수업을 땡땡이 치고 집회만 나갔지, 지금처럼 낮에는 돈벌고 밤늦게까지 에너지를 쏟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현장 소식을 알리기도 해야겠고, 가게 손님도 받아야겠고, 제 몸이 고단하다 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지극히 소시민이고 권력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찾아보니 우리를 대표해 4대강을 살리겠다고 앞장 서주시는 분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일이고, 또 알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생각만 보내면 닿지 않습니다. 마음만 보내는 것도 닿지 않습니다. 내 몸이 직접 현장에 와야 생각과 마음이 하나가 됩니다. 새로운 문명을, 새로운 가치를 열어가려면 기존 사회의 반발이 필수적으로 존재합니다. 그 진통 없이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없겠지요.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행동이 필요하고, 또 시간이 필요합니다. 누군가 대신 해줄 사람이 없습니다. 나부터, 나 한사람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오늘밤도 저는 조계사로 출근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계사, #법륜스님, #생명평화마당, #수경스님,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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