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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전교조 지키기를 위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5월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조합원들이 전교조 지키기를 위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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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검찰은 전교조 교사 183명과 전공노 공무원 89명 등 272명에 대해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들을 전원 파면 해임 등 중징계하겠다고 발표했고 곧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와 교과부는 이들이 정당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직 배제, 형사 처벌과 파면 해임 등 배제 징계가 당연하다며 판례도 이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판례 등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이들이 주장한 것처럼 교사나 공무원이 특정 정당 가입으로 형사 처벌 받은 사례나, 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법원 판례는 찾기 어려웠다. 또 정당 가입만으로 파면 해임 등 공직에서 배제하는 징계를 당한 판례도 찾기 어려웠다. 

단순 정당 가입으로 해임된 공무원 판례, 어디에?

교과부와 행안부는 2000년 4월 해임된 전 노동부 공무원 공아무개씨의 판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공씨의 판결문과 징계 사유 등을 종합한 결과, 그는 단순 정당 가입이 아닌 정당의 간부인 대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근무 중에 출장을 내고 공무와 상관없는 정치집회에 참석한 것 등이 징계 참작 사유로 인정되어 해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사례인 공무원 김아무개씨 역시 해임사유가 단순 정당 가입이 아니라 정당의 대의원에 출마해 당선된 후 근무 중 집회와 유인물 배포 등의 집단행동을 한 것이 징계 사유로 인정됐고, 이전 공무원 총파업에 참가해 정직 징계를 받은 것 등으로 해임됐다(김씨는 서울 강북구청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남은 음식물을 조리해 먹인 일명 '꿀꿀이죽'을 고발했고 때문에 보복 징계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관련해 해임된 것은 위의 두 가지 사례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두 건은 정당에 평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해임된 게 아니다. 정당 간부인 대의원 출마와 활동, 그리고 집단행동 등 다른 징계사유가 복합적으로 인정되어 해임된 것이다. 즉, 교과부와 행안부의 주장처럼 "공무원은 정당 가입만으로 해임"이라는 판례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사례1] 노동부 공무원 공씨 해임 사건

2005년 4월 노동부 공무원 공아무개씨가 정치활동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 이후 법원(서울행정법원 2005구합29280, 서울고등법원 2006누20794)도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처럼 공씨는 당원 가입으로 해임된 게 아니었다. 판결문은 공씨의 징계 사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원고가 2001. 12.경 ◯◯당에 가입하여 2002.1.부터 2004.12.까지 매월 10,000원씩의 당비를 납부하고, 2004.5 대의원선거에 입후보하여 당선됨으로써 국가공무원 제65조 제1항을 위반하였고, 과거 2002.11 근무시간 중 직무수행을 목적으로 출장결재를 받고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사실 등을 징계양정으로 참작하여 원고를 해임하였다."

단순 정당 가입이 아니라 "정당 가입과 대의원 출마 당선, 근무 중 허위 결재 후 정치집회 참가"로 적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징계 사유에 대한 판단도 살펴보자.

"원고가 ◯◯당의 당원 또는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여 매월 10,000원씩 당비 내지 후원금을 납부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의 가입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기타 정치단체의 가입에 해당하여 정치운동금지의무위반이라는 원고의 징계사유는 존재한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징계 양정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자.

"어느 공무원보다도 업무 집행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하게 요구된다 할 것임에도 ◯◯당의 당원 내지 후원회원으로 가입하여 대의원까지 출마하여 당선된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서 그 비위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 할 것이다. 출장 명령을 허위로 받아 근무시간에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징계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는 등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위 판단을 종합할 때, 단순 정당 가입이 아니라 정당 또는 후원회 가입, 대의원 출마, 허위 출장에 의한 근무지 이탈과 정치집회 참석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사례2] 서울 강북구청 김씨 해임 사건

2005년 서울 강북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명 '꿀꿀이죽'을 어린이들에게 급식으로 사용했다며 4명의 교사들이 양심선언을 했다. 이에 어린이집 원장은 교사들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또 강북구청장은 어린이집 학부모대책위원회에 도움을 줬다며 직원 3명을 직위해제했다. 이때 직위해제된 3명의 공무원 중 한 명이 바로 해임된 김아무개씨다.

김씨는 이 사건과 관련 근무시간 중 금품 모집, 기자회견 참가, 유인물 배포, 서울시 교육행사 방해 등 수차례 집단행동과 정당 가입, 대의원 출마 및 당선 후 활동 등이 징계 사유로 인정돼 해임당했다. 나머지 두 명은 정직 또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때문에 당시에도 꿀꿀이죽 사건 폭로에 대한 보복 징계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법원은 해임 징계가 정당하다며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모금행위, 유인물 배포 등 집단행위를 하였는 바, 이는 지방공무원으로서 중대한 비위 행위임과 동시에 그 자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라는 점, 원고가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특정 정당에 가입하고, 나아가 정당 대의원으로 선출된 후 적극적으로 정당 활동에까지 참여한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중대한 잘못이고 이 사건 해임 이전에도 공무원 총파업에 연루되어 정직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의 제반 상황을 종합"(서울행정법원 2006구합8815. 서울고등법원 2006누20664)

노동부 공씨와 마찬가지로 강북구청 김씨의 징계 역시 정당 가입만을 이유로 해임된 것이 아니라 근무 중 집단행위, 정당 가입, 대의원 출마 후 당선, 정당 총회 참석 등 활동 등이 징계 사유로 모두 인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 공무원 총파업 참가 등의 이유로 정직을 받은 것이 참작 사유로 인정돼 해임 징계를 받은 것이다.

교과부-행안부 '대의원 활동과 집단 행동 등' 의도적 누락시켰나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교사대학살 중단 전교조 지키기 전국지회장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참교육 지키겠습니다'가 적힌 손수건을 들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교사대학살 중단 전교조 지키기 전국지회장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참교육 지키겠습니다'가 적힌 손수건을 들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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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폭로된 교과부 대외비 문건 '민노당 가입 관련 교원 조치 방안'을 살펴보자. 이 문건은 유사사례로 "공◯◯씨는 ◯◯당 당원 또는 후원회원 가입으로 해임됨. 이에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이 확정. '공◯◯씨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제1항에서 정한 정당가입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기타 정치단체의 가입에 해당하여 정치운동금지의무 위반이므로 해임은 정당함'"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마치 법원이 당원이나 후원회원 가입만으로 해임이 정당하다고 결정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 행안부 역시 이와 똑같은 입장이다.

그런데 공씨와 김씨의 판결문에는 정당가입만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들의 판결문 내용을 요약하면 "정당이나 후원회 가입은 공무원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이들은 ▲ 정당 당원 또는 후원회원으로 가입 ▲ 간부인 대의원으로 출마 당선되어 활동 ▲ 또 근무 중 불법 집단행동과 공무원 총파업 참가 또는 근무 시간에 허위로 출장받아 정치집회에 참가한 것 등이 징계사유 또는 참작사유로 인정되어 해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결정이다.

정당 가입만으로 형사 처벌된 사례가 대한민국에 있나

검찰은 민주노동당에 돈을 낸 것으로 보이는 교사와 공무원 272명 전원을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의거해 교과부는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사나 교육사에서 정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형상 처벌을 받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판례집이나 대법원 판례 검색 사이트, 국회 법률정보 사이트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확인한 결과 공무원이나 교원이 정당에 가입했다는 것 때문에 기소돼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슷한 사유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형사 처벌, 특히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례는 전혀 없었다. 만약 그런 사례가 있다면 교과부나 행안부에서 공개해주길 바란다.

앞서 밝힌 노동부 공아무개씨나 서울 강북구청 김아무개씨도 징계사유의 일부로 인정되기는 했지만 노동부와 강북구청은 이들을 고발하지 않았고, 검찰 역시 기소하지 않았다. 당연히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아 형사 처벌 받은 적도 없다.

[사례3] 고성 공무원 김씨 벌금 80만 원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사례를 하나 짚어보자.

2004년 4월 경남 고성의 공무원이었던 김아무개씨는 ◯◯정당에 '당우'로 가입했다. 김씨는 공무원 총파업 투표 과정에서 경찰과 대립하던 도중 지갑을 분실했다. 그리고 지갑에서 정당 가입을 확인할 수 있는 '당우증'이 나왔다. 당우가 정식 당원이냐 하는 논란이 있었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를 불법 정치 활동으로 보고 입건해 수사했다.

결국 김씨는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창원지법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고, 부산고법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정당 가입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지만 정작 기소는 정당 가입에 따른 국가공무원법이나 정당법 위반은 빼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경찰이나 검찰은 정당 가입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하지 않았고 법원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을 선고했다. 그리고 이 공무원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이후에도 공직을 계속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2006년과 2007년에 전북과 전남, 대구 등에서 공무원의 정당 가입 관련 사건이 잇따라 터졌지만 이중 정식 기소돼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사례는 확인하기 힘들다. 또 1990년대 이전 민정당·공화당 시절 교장 교감이 당원 가입서나 선거 운동원 등록증을 들고 다니면서 교사들에게 받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아픈 역사이다. 물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형사 처벌 받지 않았다.

현실이 이런데도 검찰과 언론은 마치 정당에 가입한 것만으로 엄청난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래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특히, 현재 징계위기에 놓인 교사들 중에는 정당 가입조차도 안 했다는 경우도 있다. MB 정부의 교과부, 행안부, 검찰은 징계를 위한 징계 주장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태그:#전교조, #교과부, #정치활동,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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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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