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정호 호수 한가운데 피어 있는 노란꽃창포.
 신정호 호수 한가운데 피어 있는 노란꽃창포.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멀고도 긴 여행이었다. 서울 시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전철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도를 지나 충남까지 내려가는, 무려 120km가 넘는 장거리 전철 여행이었다. 서울시 길음역에서 아산시 온양온천역까지 가는 데만 걸린 시간이 3시간 30여 분, 그 사이 거쳐 간 역만 50개였다. 열차편이 자주 있는 게 아니라서 시간대를 잘못 맞추는 바람에 중간에 열차를 기다린 시간만 40여 분이 넘는다. 하여튼 내 인내심 하나는 국가대표급이다.

목적지까지 가닿는 동안 전철 안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조금 무리였다. 1시간여 책을 읽다가 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기차 바퀴가 철로 위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자장가 소리처럼 들렸다. 눈을 뜰 때마다 창밖으로 이제 막 모내기를 끝낸 푸르스름한 논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갔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졸음을 물리치기에는 너무 차분하다.

신정호 풍경. 호숫가 습지에 한가롭게 떠 있는 배.
 신정호 풍경. 호숫가 습지에 한가롭게 떠 있는 배.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그때만 해도 이 긴 여행에 누가 이렇게 느려터진 전철을 이용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온양온천역에 도착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한꺼번에 개찰구를 향하는 승객들로 역사 안이 시장처럼 붐볐다. 승객 중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지만, 그중에는 연인끼리 혹은 친구들끼리 한데 어울려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모습도 꽤 보인다.

다른 열차 편을 이용하려면
전철이 아니다 싶으면, 용산역에서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같은 열차를 이용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무궁화호 요금이 6500원, 새마을호 요금이 9600원,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자세한 열차 편은 코레일(http://www.korail.com/)에서 확인하면 된다.
길음역에서 온양온천역까지의 전철 요금이 2900원. 긴 시간을 버틸 재간만 있다면, 사실 호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이처럼 싸고 유용한 교통수단도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에 비하면 3배나 빠른 속도다. 내 경우 이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가는 데만 꼬박 한나절이 걸릴 것이다. 이런 저런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아산시 근처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자전거여행을 하는 데는 아무래도 열차가 필수다.

(왼쪽) 온양온천역 앞의 공용자전거 대여소. (오른쪽) 신정호 주차장 곁의 공용자전거 대여소.
 (왼쪽) 온양온천역 앞의 공용자전거 대여소. (오른쪽) 신정호 주차장 곁의 공용자전거 대여소.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무료 공용자전거 타고 신정호 국민관광지까지

역사 앞 광장으로 내려서는 계단 왼쪽에 아산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무료 대여소가 있다. 온몸을 초록색으로 도색을 한 자전거 50여 대가 반짝 반짝 빛을 내고 있다. 지난 17일 운영에 들어간 지, 이제 보름이 됐다.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관광객들 중에는 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이 자전거는 신분증을 가진 일반인이면 누구나 빌려 탈 수 있다.

이 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은 대여 시간이다. 대여 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다. 서울 지역 자전거 대여소 대부분이 하루 2,3시간으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에 비해, 사실상 시간에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셈이다. 하루 9시간이면, 자전거로 아산 시내를 다 돌아보고도 남는 시간이다. 대여소의 시설 안내문 옆에, 자전거를 타고 '국민관광지 신정호'까지 가는 길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지도가 좀 희미하다. 역사 오른쪽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그곳에서 지역 관광 안내지도를 구해서 보는 게 좋다.

온양온천역 뒷 길의 자전거도로.
 온양온천역 뒷 길의 자전거도로.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신정호 가는 길은 짧고 간단하다. 채 2km가 되지 않는다. 역 앞에서 좌회전한 다음, 온양대로를 타고 쭉 올라가다 네 번째 사거리에서 다시 한 번 더 좌회전하면 된다. 그 길에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가 있다.

그 길을 가다 보면 신정호 입구 건너편에 '신정호 국민관광지' 주차장이 나온다. 입구까지 다 내려가지 말고, 100여m 못 미친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도로로 들어서면 곧 이어 신정호 산책길로 들어설 수 있다.

여기에서 호숫가 산책길로 접어들기 전에, 계속 자전거를 타고 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산책로는 그야말로 산책을 하기 좋게 만들어진 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간다 해도 수시로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호수 안쪽으로는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그러니 이 지점에서 자전거여행을 할지 도보여행을 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 만약에 자전거를 세워두기로 결정했다면, 신정호 주차장 옆 자전거 대여소에 세워두는 게 좋다. 신정호 주차장에도 온양온천역 앞에서 본 것과 같은 자전거대여소가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아예 자전거를 반납할 수도 있다.

꽃창포 아름다운 호수, 걷기 좋은 호수 둘레 산책로

산책로를 달리는 자전거. 사람이 많을 땐 주의해야 한다.
 산책로를 달리는 자전거. 사람이 많을 땐 주의해야 한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신정호는 1926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아산 시민은 물론 아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아산시는 지난 4월 말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성웅 이순신 축제를 준비하면서 호수 주변을 대폭 새로 꾸몄다.

현재 이 축제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최일을 보름여 연기했다가, 이번에는 강화도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확산되는 걸 우려해 완전히 취소한 상태다. 이런 일은 축제 개최 4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란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호수는 말끔히 새 단장을 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호수 둘레에 산책로가 놓여 있다. 길은 꽤 넓은 편이다. 하지만 이 길은 산책로라서, 자전거를 탈 때는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 타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전거가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길은 꽤 넓은 편이다. 사람이 많다 싶을 땐,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산책로에서는 천천히 걸어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호수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그만큼 멈춰서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마침 둘레길 여기저기에 정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편안히 앉아서 천천히 쉬어갈 만하다.

신정호 호숫가 정자. 산책로 중간 중간에 정자와 긴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다.
 신정호 호숫가 정자. 산책로 중간 중간에 정자와 긴 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호수에 백로 수십 마리가 날아다닌다. 백로 여러 마리가 수면 위로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참 평화롭다. 그 곁에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게 미안할 정도다. 신정호에는 백로 외에도 왜가리, 원앙, 해오라기 같은 새들이 서식한다고 한다.

새들이 날아다니는 호숫가에 '수생식물단지'와 '연꽃단지'가 있다. 그 단지에 지금은 노란꽃창포와 보랏빛이 감도는 붓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다. 그곳에 연꽃이 피려면 한두 달 가량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파란 호수 위, 유난히 눈부신 노란 꽃창포 군락지로 하얗게 내려앉은 백로들이 마치 그림 같다.

물가 산책로에 손을 잡고 걸어 다니는 젊은 연인들이 여럿이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 휴양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온천욕을 즐기러 가고, 온천욕을 즐기기에 너무 더운 피를 가졌다 싶은 젊은이들은 주로 호숫가를 찾는 게 아닌가 싶다.

신정호는 어둠이 내리는 도시의 한 정류장,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지나가는 버스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곤 하는 연인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주변에 끼니를 때울 곳이 마땅치 않다. 간단한 간식 같은 것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외암리 민속마을 언덕에 자리잡은 수려한 느티나무. 그 아래 매달린 그네 한 쌍.
 외암리 민속마을 언덕에 자리잡은 수려한 느티나무. 그 아래 매달린 그네 한 쌍.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어려서 내가 살던 고향 마을을 닮은 외암리 민속마을

외암리 민속마을 가는 길 이정표
 외암리 민속마을 가는 길 이정표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신정호에서 외암리 민속마을까지 가는 길은 일반도로다. 이 길에는 자전거도로가 없다. 현재 일부 구간에서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를 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은 갓길이 없는 구간도 있고, 여느 시골길처럼 인도가 없는 곳도 있다는 점 알고 가는 게 좋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데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그만두는 게 좋다. 도로가 한가한 편이기 때문에 천천히 주의해서 달리면, 안전에 위협을 느낄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외암리 가는 길은, 신정호에서 출발할 경우 호수 남쪽 끝 지점에서 623번 지방도로를 올라탔다가 읍내사거리에서 우회전한 다음 39번 국도로 갈아타면 된다. 세부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좀 더 빠른 길로 질러갈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주로 큰 길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거리는 약 10km.

외암리 민속마을 풍경. 기와집 담에 지방선거 공보물이 붙어 있다.
 외암리 민속마을 풍경. 기와집 담에 지방선거 공보물이 붙어 있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외암삼거리에서 좀 더 달려가다 보면, 왼쪽으로 나지막한 언덕 위에 초가 몇 채가 단정하게 올라 서 있는 게 보인다. 그곳이 외암리 민속마을이다. 멀리서 보기엔 다소 초라해 보이는데, 입구로 들어서 가까이 다가가면 꽤 큰 마을임을 알 수 있다. 마을로 들어서려면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그 돌다리가 사람들을 과거로 되돌려 보내는 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이 100여 년의 격차를 두고 있다.

그 과거가 너무 멀어 보이지 않아서 좋다. 마을 언덕 위로 초가가 서 있고, 그 곁에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서 있는 풍경이 어려서 내가 살던 마을 풍경을 닮았다. 요즘엔 2,30년이 안 돼 새 건물을 지어 올리는 일이 다반사인데, 단지 흙으로 틀을 잡은 집과 투박한 돌로 쌓아올린 담이 100년 이상을 견뎠다는 게 경이롭다. 세월이 마을을 비껴간 것인지, 마을이 세월을 뛰어넘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외암리 민속마을 돌 담장. 손으로 쌓아올린 것치곤 꽤 단정한 모습이다.
 외암리 민속마을 돌 담장. 손으로 쌓아올린 것치곤 꽤 단정한 모습이다.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이곳은 여전히 사람이 주거하는 형태의 민속마을이어서 방문객들이 아무 곳이나 불쑥 불쑥 들어갈 수 없다. 대신 중간 중간에 식혜나 된장 등속을 파는 집들이 있다. 시원하고 달콤한 식혜도 마시고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눌 겸, 잠깐 들렀다 가는 것도 괜찮다. 마을 안쪽에 쉬어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게 조금 아쉽다. 마을을 가운데 두고, 그 주변으로 논이 꽤 너르게 둘러싸고 있다. 외암리 민속마을은 '충청지방의 전형적인 살림집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입장료 성인 2천 원.

외암리 민속마을의 한 초가집.
 외암리 민속마을의 한 초가집.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외암리 민속마을 돌담 위에 올라앉아 있는 한 쌍의 길고양이.
 외암리 민속마을 돌담 위에 올라앉아 있는 한 쌍의 길고양이.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자전거 이동 경로(노란석). 1) 온양온천역. 2) 신정호 국민관광지. 3) 외암리 민속마을.
 자전거 이동 경로(노란석). 1) 온양온천역. 2) 신정호 국민관광지. 3) 외암리 민속마을.
ⓒ 성낙선

관련사진보기



태그:#신정호, #외암리 민속마을, #온양온천역, #아산시, #자전거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