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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1일) 부산에서 큰 누님 상(喪)을 치르고 돌아와 형님과 소주를 세 병이나 마셔서 그런지 아침 9시에야 눈을 떴다. 속이 편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를 풀려고 아침도 거르고 잠을 실컷 잤다.

 

아무래도 투표는 해야겠기에 오후 2시쯤 일어나 샤워를 하고 상추쌈으로 밥을 먹으니까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서재에 꽂힌 책들을 꺼내 보다가 오후 5시가 가까워지기에 투표소가 있는 면사무소로 향했다. 

 

6·2지방선거 군산시 나포면 제1투표소는 전체 유권자 2316명 중 1420명이 투표해서 오후 5시 현재 61.31%(부재자 제외)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에 발표한 전국 투표율보다 10%p 가까이 높았다.

 

노인층이 많은 농촌이어서 투표율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되는데, 투표를 마치고 나온 주민들은 면장과 각 마을 이장들이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투표소로 안내하는 등 적극적인 투표 참여 홍보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포면은 19세에서 39세까지가 25%(612명), 40세에서 59세까지가 35%(847명), 60세 이상이 40%(992명)로 나이 든 어른들이 많지만, 다른 농촌과 비교하면 대체로 고른 인구분포를 보인다.

 

한 면사무소 직원 김아무개씨는 아침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와서 투표소 종사자들에게 자랑하는 할머니도 계셨고, 팔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은 아들을 데리고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하는 열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모내기와 파종 등 농사일이 바쁜 시기라서 그런지 아침 일찍 투표하러 오는 어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청에서 파견 나왔다는 한 공무원은 오후 5시까지 지켜본 결과 나이든 어른이 70%, 젊은이가 30% 정도 다녀간 것 같다면서 젊은이들의 저조한 투표참여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시골이고 모내기 철이어서 경운기를 타고 오는 주민도 있었고, 투표소 종사자들과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는데,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려고 임시 주민등록증 발급을 기다리는 아저씨도 있었다.

 

투표를 하면서 아쉬운 점 하나를 발견했다. 도지사, 시장, 기초의원 후보들은 성향을 대충이라도 알겠는데, 도의원과 교육감 등은 선거 안내문과 공보 용지를 보고 알았기 때문에 누구를 선택할지 어려웠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여덟 명을 뽑는 동시지방선거 시기를 적절히 조절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마을 이발소 주인이 보는 6·2 지방선거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쯤에 마을 이발소에 들렀다. 이발소 주인(52)은 손님과 함께 YTN 뉴스속보를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수도권을 비롯한 대부분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하자 이발소 주인은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5월29일 고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을 중계하는 TV방송을 지켜보다 한 시민이 통곡하는 장면이 나오자 "더운 날 길에서 저렇게 슬프게 우는 것은 국민이 이명박한티 주는 경고"라고 했던 그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맞이해서 '노풍'이 불 것으로 알았는데 너무도 조용했다며 의아해했다.

 

그는 이번 6·2지방선거는 자기가 지지하는 한명숙, 유시민, 송영길 등이 출마한 서울·경기 지역 뉴스를 눈여겨봤다면서 "천안함이 침몰혔으니까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죽었어야 허는디, 오히려 '북풍'으로 잘 써먹었당게"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발소 주인 얘기를 듣고 있던 손님은 "민주당이 웃통을 벗고 맨땅에 헤딩을 허드라도 확실히 혀줘야 허는디 한나라당을 따러 댕기기만 헝게 누가 밀어주겄어"라며 "야당서 확실한 사람이 나와가꼬 이명박을 견제혀줘야 다음 선거에서 가부 간에 결판이 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발소 주인은 약간 흥분된 어조로 "우리나라는 이명박 대통령한티 뭐라고 할 게 없어유, 국민이 먼저 정신을 차려야 허니께유"라며 속상해 했다. 부패한 대통령, 부패한 정당을 계속 밀어주면 결국 나라가 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태그:#6·2 지방선거 , #이명박, #한나라당,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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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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