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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강과 역사의 물길을 제자리로 돌리고 진리의 빛으로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밝힌 지극히 숭고한 죽음 앞에 서 있다. 경북 군위 지보사의 문수스님께서 4대강 반대를 외치며 온몸을 살라 소신공양을 하셨다.

 

문수스님은 군위 지보사에서 무문관(일명 조사선이라고 하며, 화두를 참구하는 선수행)을 수행하다가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옷과 유서에 쓰고서 5월 31일 오후 3시경 낙동강 둑방에서 온몸에 기름을 붓고 소신하였다.

 

문수스님은 4대강에 관한 문건과 정보를 접하면서 이 사업으로 죽어가는 수 억의 생명에 대해 동체대비의 자비심을 품고 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변 도반들에게 줄곧 반문해 오던 중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을 결행하였다. 소신공양은 깨달은 구도자가 자신의 온몸을 태워 자신은 절대 삼매에 들고 부처님께 공양을 하고 그 빛으로 중생을 널리 구제함을 의미한다.

 

과연 무엇이 세속의 나이로 이제 47세, 스님으로서 가장 화려한 수행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시기에 온몸을 불사르게 하였는가! 무엇이 승가대 학생회장 시절부터 불의와 타협을 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주지 스님 자리도 버리고 묵묵히 수행하기만 바랐던 한 스님이 불문을 뛰어나와 뼈와 살을 태우도록 하였는가.

 

스님의 꿈과 뜻은 유서에 집약되어 있다. <유마경>에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라고 하였다. 스님은 4대강 사업으로 물고기와 새와 짐승 등 수억의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홀로 수행하는 것이 나만의 평안함을 추구하는 것 같았다.

 

부자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감세로 날로 풍요로워지고 서민은 더욱 더 고통스럽고 가난한 삶을 살고, 용산에서 평택에서 선량한 서민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중생을 편안하게 할 때 비로소 나도 편안해진다는 진속불이(眞俗不二)의 진리를 되새겼다. 군사독재정권보다 더 야비하고 독선적인 정권을 맞아, 죽음으로만이 단 한 마리의 생명이라도 살리고 꽁꽁 닫힌 벽을 허물고 소통의 길을 열수 있음을 절감하였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4대 종단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국민 70% 이상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삽질을 강행하고 있다. 급기야 이런 독단과 야만이 스님의 죽음을 불렀고, 앞으로 더 큰 재앙과 저항을 부를 것이다. 스님은 인간과 생명이 공존하고 부자와 서민이 모두 행복한 세상, 부패가 없이 청렴한 대한민국을 원하였다. 베트남의 틱 누 탄 꽝(Thich Nu Quang) 스님도 1963년에 부정부패 척결과 학살 당한 가족의 배상과 신앙의 자유를 주장하며 소신하였다.

 

우리는 틱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거센 저항이 일고 결국 디엠정권이 무너진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죽음은 진리를 통해 부활하고, 정의로운 패배는 역사 속에서 승리로 잉태한다.

 

이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필요한 때다. 스님의 죽음이 진리의 빛으로 되살아나게 하려면, 우리가 그 꿈을 이어받아 실천해야 한다. 피를 흘릴 필요도, 감옥에 갇힐 염려도 없다. 투표소에 가서 진정 나라와 국민을 잘 살게 할 사람을 찍으면 된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No Vote! No Future!)

덧붙이는 글 | 이도흠 기자는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입니다.


태그:#4대강, #소신공양, #문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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