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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4당 단일후보인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배우 문성근씨와 함께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야4당 단일후보인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배우 문성근씨와 함께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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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2번', 그리고 '한명숙'. 일곱 번째 '생명과 평화를 위한 서울마당'이 열린 광화문광장에는 이 세 가지 열쇳말이 넘실거렸다.

이날의 '서울마당'은 제 정당과 시민사회, 종교계가 지난 27일 발족한 '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상시국대회'로 꾸려졌다. 각계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전쟁 세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고 광장에 모인 2500여 명의 시민들은 연사를 향해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시국대회가 마무리될 때 즈음 광장에 도착했다. 한 후보의 등장에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앞에서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까지 들어찬 사람들은 '파도'가 돼 출렁였다. 사람들은 일제히 일어나 한 후보에게 향했다. 한 후보는 악수를 청하거나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인파 속에서 떠밀리듯 무대에 도착했다.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서 한 후보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좌파, 빨갱이, 퍼주기 별별 욕을 다 들으면서도 평화를 지켜왔는데 이 평화를 하루아침에 짓밟을 수 있나"고 정부를 성토했다. 그는 또 "지금 6·2 지방선거는 지금 실종됐다"며 '북풍'에 맞선 '연대'를 강조했다.

"신문을 보십시오. 방송을 보십시오. 대부분의 언론이 천안함 관련 일정 보도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선거개입이자 방해입니다. 이제 나흘 남은 선거기간 동안 우리 모두는 우리의 힘을, 열정을, 헌신을 백배 천배 발휘해서 속지 말고 반드시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합니다."

"4개국 공동조사 결과, 북한 공격 아니라면 대통령 '무한 책임'져야"

한명숙 후보는 이날 고 김대중 대통령이 생전 그에게 남긴 말을 전하며 '평화'와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한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얼마 전, '정말 꿈만 같다, 어떻게 집권한 지 1년 만에 이렇게 민주주의와 평화를 되돌릴 수 있느냐'고 했다"며 "이래서는 안된다, 46명의 꽃다운 청춘의 목숨을 선거에 이용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방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나라의 안보를 볼모로 불장난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제도 무너지고 있다"며 "경제는 민주주의가 꽃필 때 사는 것이다. 경제는 평화가 뒷받침될 때에만 살아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29일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거리유세가 펼쳐진 광화문 광장 인근 미대사관 앞에 경찰특공대가 세워놓은 장갑차가 보인다.
 29일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거리유세가 펼쳐진 광화문 광장 인근 미대사관 앞에 경찰특공대가 세워놓은 장갑차가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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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는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부 언론이 보도한 중국의 '남·북·미·중 4개국 천안함 사건 공동조사'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청와대는 이날 중국이 4개국 공동조사를 제안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가 북한의 검열단 파견 제의를 거부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며 "공동조사결과, 북한의 공격임이 명백히 밝혀진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직접 나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고 우리는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만약에 공동조사결과, 확정적인 증거 없이 선거 시작일인 5월 20일에 맞춰 북풍을 야기할 목적으로 (천안함 중간조사결과를)발표한 것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한명숙 후보의 '무한 책임'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이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 저와 함께 반드시 평화를 지켜내자, 저 멀리 달아나버린 민주주의의 손을 다시 잡자"는 한 후보의 말에 터질 듯한 박수로 응답했다.

'심판론'으로 달아오른 광장, "1번은 전쟁, 2번은 평화"

야4당 단일후보인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유세를 하자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야4당 단일후보인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유세를 하자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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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광장은 '심판론'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광장변엔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6월 2일 투표", "속지말자 여론조사 찍고보자 한명숙", "평화를 위해 투표를"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사람들이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촛불' 대신 손에 든 색색의 풍선에도 "1번 전쟁, 2번 평화", "6월 2일 투표로 민주주의를 지킵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은 광장에 모인 시민들로부터 천안함 침몰 진상 규명을 위한 정보공개청구에 필요한 서명을 받고 있었다. 최근 정부의 '민주노동당 후원금 납부 교사·교직원 대규모 징계'에 맞서 단식농성 중인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과 양성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광장의 시민들로부터 박수로 격려받았다.

심판을 위한 전제 조건은 역시 투표였다. 무대에 오른 연사들은 한결같이 "6월 2일 투표로 권력을 이기자"고 외쳤다.

"엄마가 뿔났다, 투표할래? 등록금 더 낼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고경석(61·태권도장 운영)씨는 "내가 좋아서 들고 있기 때문에 한없이 계속 들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젊은 대학생이 많이 투표를 하면 (세상이) 많이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이 문구를 보고 일부러 자청해 피켓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나보다 연세가 많은 분도 여기 많이 왔다"며 "나이가 많다고 해서 보수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5살 난 딸과 함께 광장을 찾은 김정희(39)씨는 경기도 안양에서 일부러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이미 남편과 함께 선관위 공보물을 보고 교육위원까지 누구를 뽑을지 정한 상태"라며 "무상급식, 4대강 반대에 초점을 두고 후보들을 봤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 몰아치고 있는 '북풍'에 대한 '역풍'도 싹트고 있었다. 김씨는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들이 뒤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긍정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들어 전에 볼 수 없던 군인을 실은 트럭이 많이 오가는 것을 본다"며 "그것을 보고 '정부가 급하긴 급하구나, 너무 오버하는 구나' 생각이 들면서 한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전날(28일) 열린 '서울마당'에도 참여했다는 강아무개(27·대학생)씨도 "TV에서 늘 같은 얘기(천안함 침몰)만 하니깐 나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 같다"며 "북풍, 타이밍이 최고였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잘났지만 지지 못해... '국민 무시하는 후보' 필요 없다"

29일 야4당 단일후보인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거리유세가 예정된 광화문 광장에 투표참여 독려를 위해 머리에 투표함을 뒤집어쓴 이도 보인다.
 29일 야4당 단일후보인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거리유세가 예정된 광화문 광장에 투표참여 독려를 위해 머리에 투표함을 뒤집어쓴 이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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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8.15 평화행동단'의 닉네임 '하늘누리'(40)씨는 "한명숙 후보 솔직히 말해 토론회에서 진짜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 국무총리까지 지내신 분이 왜 그렇게 토론을 못할까 싶었다"면서도 "겉보기엔 오세훈씨가 이긴 것 같지만 정말 이긴 것은 한명숙 후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이 수천, 수만 개의 시정을 직접 다 챙긴다고 했는데, 모든 것을 지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시장인가 싶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 2년 동안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대통령이 필요 없단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시민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오세훈 시장은 잘났지만 지지할 수 없다."

그는 또 "지난 토론회 때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참사에 대한 사과 의사를 물었을 때 오 시장은 끝까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며 "사람이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하지 않는 서울, 대한민국을 위해 한명숙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생명과 평화를 위한 서울마당'은 오는 30일 저녁 6시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태그:#한명숙, #천안함, #비상시국대회, #지방선거, #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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