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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12월 개국한 경기방송 홈페이지. 심기필 경기방송 회장이 자신의 소유지분을 자신의 최측근이자 고위임원의 동생들 앞으로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이일고 있다.
 97년 12월 개국한 경기방송 홈페이지. 심기필 경기방송 회장이 자신의 소유지분을 자신의 최측근이자 고위임원의 동생들 앞으로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이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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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경기방송(FM 99.9)의 심기필(76) 회장이 '명의신탁'을 통해 자신의 소유지분을 위장분산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일고 있다. 지난 2003년 천지산업으로부터 경기방송을 인수한 재일교포 사업가 심기필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여성 고위 임원(김 아무개 부회장)의 가족들에게 30%가 조금 넘는 지분을 명의신탁해 왔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쪽은 "심 회장의 '명의신탁에 의한 주식분산'과 '일본국적 취득' 의혹 등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혀, 결과에 따라 오는 11월로 예정된 방송 재허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명의신탁을 통한 주식 위장분산'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 회장은 실제로 6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는 셈이어서 이는 '방송법 위반'에 해당한다. 심 회장이 경기방송을 인수할 당시 방송법은 대주주의 방송사 소유지분을 '30% 이하'(현재는 '40% 이하')로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법은 특수관계인들이 3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방송 고위 임원의 가족들이 총 31.04%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방송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기방송 측은 '명의신탁을 통한 주식 위장분산' 의혹과 관련 "소유지분문제는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자세한 해명을 피했고, 고위 임원 가족의 30% 지분 초과와 관련 "그것이 방송법 위반인 것을 몰랐고, 주식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서 현재는 30% 이하가 됐다"고 해명했다.

회장과 가장 가까운 고위임원의 동생들, 총 31.04% 소유

경기방송은 외환위기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1997년 12월 지상파 라디오방송사로 개국했다. 당시 지배주주는 정밀주조업을 하던 천지산업이었으나 천지산업이 2002년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상태를 겪으면서 일괄매각이 추진됐다.

이후 2003년 재일교포 사업가인 심기필 회장이 '경기필'(자본금 30억 원)이라는 법인을 세워 경기방송을 37억 원에 인수했다. 경기방송 인수에는 김태균 전 사장과 심 회장과 가까운 김아무개 현 부회장(여)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회장과 3명의 경기방송 임원들이 '경기필'의 지분을 각각 90%와 10%를 소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인수된 경기방송의 소유지분구조에 있었다. 심 회장이 지배주주인 경기필은 경기방송의 대주주로서 29.81%(15만500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특히 '두 명의 김씨'가 각각 22.70%(11만8000주)와 8.34%(4만335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의 취재결과, 총 지분 31.04%를 갖고 있는 '두 김씨'는 심 회장의 측근인 김아무개 현 경기방송 부회장의 '동생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3년 심 회장이 경기방송을 인수하기 위해 세운 '경기필'의 명목상(비등기) 이사였다. 이후 2009년부터는 경기방송의 비상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올해부터는 상근 부회장으로 재직중이다. 그는 심 회장이 주로 일본에서 지내기 때문에 주간·월간 업무보고를 받을 정도로 경기방송 안에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의 동생들인 '두 김씨'가 총 31.0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심 회장의 지분이라면 심 회장이 총 60.8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고 이는 '방송법 위반사항'에 해당한다. 경기방송을 인수할 당시 방송법은 '30% 이하', 작년에 개정된 현행 방송법조차도 '40% 이하'로 소유지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 전 제기된 '주식 위장분산 의혹'... 내부 간부도 "주식 위장분산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의혹은 이미 4년 전 경기방송 내부에서부터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지난 2006년 9월 경기방송 징계위원회 회의록를 보면, 현재 경기방송에 근무하고 있는 간부 C씨는 "저희 회사 대주주인 회장이 방송법을 어기고 50%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방송법에서는 대주주일지라도 30% 이상을 소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럼 50% 이상의 주식을 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친·인척 명의로 주식을 위장분산시켜놓았다는 의혹이다. 만약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엉뚱한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결산보고서를 보면 한눈에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것도 부인하면 해당기관에 계좌추적을 통해 간단히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50%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란 심 회장이 김 부회장의 동생들 명의로 자신의 지분을 '위장분산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기방송의 지분 22.7%를 소유한 김씨는 김 부회장의 여동생이고, 8.34%를 소유한 또다른 김씨는 김 부회장의 남동생이다. 게다가 현재 경기방송의 감사도 국제회계사인 김 부회장의 아들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의혹들과 관련, 방송통신위의 한 관계자는 "명의신탁에 의한 주식위장분산, 특수관계자들의 소유지분 초과 등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일부는 경찰과 국세청 등에서 조사하고 있어 그 결과를 받아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남동생과 여동생이 30%를 넘게 소유하고 있는 것은 경기방송을 인수할 당시 방송법상의 '소유지분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도 "남매관계는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2촌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하지만 현재 최종 확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법 위반'이라고 명시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성급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 9월에 열린 경기방송 징계위원회 회의록 중 일부. 당시 징계대상이었던 현직 간부는 "심 회장이 방송법을 어기고 50%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위장분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06년 9월에 열린 경기방송 징계위원회 회의록 중 일부. 당시 징계대상이었던 현직 간부는 "심 회장이 방송법을 어기고 50%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위장분산'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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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측 "특수관계인의 지분 30% 제한 몰랐다"

이러한 의혹들과 관련, 김 부회장은 "김종훈 경기방송 사장에게 물어보면 된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김종훈 경기방송 사장은 "저는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소유구조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소유구조는 심 회장과 김 부회장 외에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입국한 심 회장을 만나게 해 달라는 <오마이뉴스>의 요청에는 "심 회장이 한국어를 거의 못하고 아주 바쁘기 때문에 만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홍순달 보도국장 겸 이사는 "(제기된 의혹들은) 주주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주식을 팔고사는 일은 관여할 수 없다"며 "우리가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홍 국장은 경기방송 고위임원 가족들이 3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관련 "대주주만 30%를 넘지 않으면 되는 줄 알았지 (특수관계인인) 2대와 3대 주주의 지분을 합쳐 30%를 넘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실무자들이 몰랐다"고 해명했다.

홍 국장과 박대홍 전략기획부 부장직대는 "(2대와 3대 주주가) 주식으로 증여세를 내면서 기획재정부가 4% 정도의 지분을 갖게 됐고, (2대와 3대 주주는) 총 28% 정도 된다"며 '문제의 지분초과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직 고위간부는 "김 부회장의 남동생이 가지고 있던 주식 중 1만5900주를 증여세로 냈고('물납'), 이것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가 7번의 유찰 끝에 한 개인사업가에게 넘어갔다"며 "지난해 8-9월께 이루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문순(민주, 비례대표) 의원은 지난달 국회 상임위에서 "경기방송이 비리백화점처럼 되어 있다"며 "대주주가 일본인으로 되어 있어 (이는) 방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후 경기방송 노조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 회장이 일본 국적을 취득한 후에 한국 국적을 놓치지 않은 것 같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의 주장과 같은 문제제기가 경기방송 안팎에서도 나오고 있다. 어렸을 때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심 회장이 일본 여성과 결혼하면서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는 것.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경기방송을 인수·소유할 수 없다. 경기방송 인수할 당시 방송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방송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직 고위간부는 "심 회장이 일본 여성과 결혼하고 귀화한 뒤에 일본 국적을 얻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라며 "경기방송의 '문서절취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광역수사대에서 '심 회장은 외국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심 회장이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그의 주민등록번호가 '35××××-1000000'라는 점을 헤아릴 때 일단 그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의 뒷부분이 '1000000'인 경우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 살지 않는 교포라는 증거"라며 "심 회장이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뒷번호 첫 번째 숫자가 5로 시작하는 거류민증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 회장이 한국 국적과 일본 국적을 모두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쪽은 "심 회장의 일본 국적 취득 의혹도 확인중에 있다"고만 밝혔다.


태그:#경기방송, #심기필, #주식지분 위장분산 의혹, #김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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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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