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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성심원 마을 이장선거에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대구지역 병원에서 1박2일의 외출을 허락받아 오신 구마리아 할머니.
▲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구 마리아 할머니 2007년 성심원 마을 이장선거에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대구지역 병원에서 1박2일의 외출을 허락받아 오신 구마리아 할머니.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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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년 전 경남 산청군 산청읍에 위치한 한센노인생활시설인 성심원에서 마을 이장선거가 있었다. 이날 마을 이장선거에는 대구에서 입원 중이던 고희를 바라보던 구 마리아 할머니도 가퇴원해 선거에 참여했다.

"마을 어른을 뽑는 귀중한 권리 행사를 하고 나니 너무 마음이 뿌듯하다. 투표를 하고 나니 몸이 한결 좋아진 것 같다"

굳이 입원 중인데 이렇게 투표에 참여한 까닭을 묻는 내게 올해 여든의 할머니는 너무도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2007년 7월 27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투표권을 가진 한센인 중 멀리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자녀들 집에 가 참여하지 못한 7명을 제외한 모두가 마을이장을 선출하는 투표에 했다.

그날의  마을 이장선거는 3년전 불과 2표 차이로 낙선한 김 시를로 후보와 그동안 반장만 내리 8년 동안 맡아 오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반장직을 사직한 황 베드로 할아버지 2명이 출마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시군구의원 선거처럼 텔레비전 토론회도 없고 선거 현수막도 없었다. 마을이장선거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선거인 명부도 작성하고 24일과 25일 양일간에 걸쳐 입후보 등록을 받아 마을 곳곳에 입후보자 공고를 붙이는 등 격식을 갖췄다.

하지만 지금의 6월2일 지방자치 선거처럼 어깨띠를 두르거나 가가호호 방문해 악수를 청하며 명함을 나누어주며 지지를 호소하지도 않았다.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 이장에 나선 두 후보는 마을 내 노인전문주택인 가정사 1동과 3동에 사는 오랜 이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랫동안 함께 더불어 살아온 탓에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내는 처지라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방문을 금지했다. 길거리와 전화로만 지지를 부탁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 결과 기호 2번의 김 시를로 후보가 유효 투표수 162표 가운데 77표를 얻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이내 당선자와 낙선자 서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내밀고 축하와 위로의 악수를 나누며 마을 발전에 노력하자고 서로 당부했다.

개표 결과가 나온뒤 당시 이장께서는 당선자와 낙선자, 선거관리 종사자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며 8월 1일 부터 3년의 임기가 시작되는 신임이장에게 마을의 발전을 당부하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여 주었다.

개표가 끝난 뒤 마을에는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성심원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마을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에~. 마을 동민 여러분 이번 마을 대표 선거에 기호 2번 김 시를로가 당선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6월2일 지방선거, 성심원 마을이장선거 처럼 낙선자도 당선자도 서로 격려와 축하의 악수를 건넬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모든 유권자는 선거에 꼭 참여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으면 좋겠다.
평소 정치인들을 안주거리로 누가 좋니 누가 나쁘니 하지만 정작 본인의 투표권은 행사했는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성심원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심원, #투표,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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