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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봄날이다. 바람도 선선하다.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혼자라도 좋고, 연인과 함께 떠나기에도 좋은 때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 좋겠다. 그러나 유명 관광지나 유적지는 조금 식상한 게 사실. 북적거리기까지 한다.

 

여기, 가족과 함께 한적한 분위기에서 오붓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다. 사람들이 아직은 많이 모르는 숨겨진 여행지, 전남산림자원연구소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는 임업 관련 시험·연구와 우량종묘 생산, 산림생태 연구 등을 하는 전남도 산하 사업소. 시간이 흐르면서 시험포와 생산포가 아름다운 숲으로 거듭났다. 압권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다.

 

연구소 정문에서 사무실로 가는 길에 줄지어 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인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곳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담양의 그것에 버금간다. 풍광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숲길의 길이가 500여m로 담양보다는 짧다. 하지만 폭이 좁아 더 정겹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에 은목서도 어우러져 멋스럽다.

 

메타세쿼이아 숲이 싱그럽다. 숲길도 호젓하다. 그 길을 따라 걷는다. 뉘엿뉘엿…. 혼자서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둘이서 밀어를 속삭이기에도 좋다. 셋이서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걸으면 더 좋다. 혼자 걷든, 둘이 걷든, 여럿이 함께 걷든 모두 작품사진의 배경이 된다. 사진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예비 신혼부부들의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다.

 

비가 내리거나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담양의 가로수 길에 비해 아직은 유명세를 타지 않아 북적거리지도 않는다. 맑은 공기 마시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숲길에 앉아 책을 봐도 좋다. 가족과 함께 도시락을 싸와서 오순도순 얘기 나누며 함께 먹어도 좋은 곳이다.

 

산림자원연구소에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외에도 다양한 희귀식물들을 볼 수 있다. 침엽수원과 활엽수원도 있다. 금송 등 학술적으로 가치 있으면서 보존해야 할 나무 500여종 1만4000여 그루를 볼 수 있다.

 

장미와 나리를 품종별로 관찰할 수 있는 장미원과 나리원도 조성돼 있다. 365㎡ 규모의 유리온실에선 희귀수종과 난대수종, 열대·아열대 식물 120여종 550여 본을 볼 수 있다. 나무마다 이름과 특징을 담은 안내판을 세워놓아 유용한 식물의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수목원이 따로 없다. '산림자원의 보물창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연구소 뒤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산에 산림욕장도 조성돼 있다. 차분히 산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등산로를 따라 산책하듯 오르면 나주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만들어져 있다. 가고 싶고, 걷고 싶은 전남산림자원연구소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는 전라남도 나주시 산포면 산제리에 자리하고 있다. 나주 남평 오거리에서 봉황 방면으로 전남농업기술원과 국립나주병원을 지나 왼편에 있다. 쉬는 날 없이 개방한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료도 없다.

 

가까운 곳에 가볼만한 곳도 많다. 나주시 다도면에 전통 한옥마을인 도래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풍산 홍씨 집성촌으로 그 집안의 오래된 가옥이 잘 보존돼 있다. 홍기창 가옥과 홍기용 가옥, 홍기헌 가옥 등은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옛 사대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통마을이다.

 

고찰 불회사도 좋다. 나주시 다도면 덕룡산 자락에 있는 불회사는 백제 침류왕 때 세워졌다. 마라난타가 우리나라에 불교를 전파하면서 처음 세운 절이 영광 불갑사다. 그래서 불갑사는 한자로 부처 불(佛), 첫 번째 갑(甲)을 쓴다. 불갑사 다음으로 지은 절이 이곳 불회사다.

 

대웅전에 종이로 만든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절 입구에 있는 익살스런 석장승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문화재다. 편백나무와 비자나무 숲길을 따라 절로 들어가는 길 왼편에 두 그루의 나무가 붙어있는 연리지도 있다. 이 연리지는 서로 부둥켜안고 잠자리를 하는 듯한 형상이다. 하여, 예부터 이 연리지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나주는 또 '천년 목사고을'로 알려져 있다. 이에 걸맞은 문화유적도 많이 남아있다.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돌로 쌓은 성인 남고문이 있다. 금성관은 조선시대 나주목의 객사로 사신과 관리들이 묵어가던 곳이다. 목사내아는 나주목사의 관저이면서 살림집이었다.

 

특히 나주목사내아는 관광객들의 체험 숙박시설로 개방돼 인기를 얻고 있다. 500살 된 벼락 맞은 팽나무도 있어 눈길을 끈다. 벼락을 맞은 나무는 벌어진 부분을 황토로 봉합하고, 가지를 쇠사슬로 묶어 지탱하는 수술을 받았다. 뿌리 깊은 나무의 깊은 생명력으로 기적처럼 살아났다.

 

예부터 벼락 맞은 나무는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령스런 기운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 나무에서 소원을 비는 관광객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나주시청 앞에 가면 고려 왕건과 장화왕후의 로맨스가 깃든 완사천이 있다. 토착 마한세력자의 무덤인 반남고분군과 복암리고분군도 나주에 있다.

 

나주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나주의 맛도 깊다. 나주는 홍어로 유명한 지방이다. 지금도 영산포에 가면 홍어거리가 있다. 홍어요리 명장이 운영하는 음식점도 있다. 홍어무침, 홍어전, 홍어튀김, 홍어삼합, 보리애국으로 이뤄진 홍어 코스 요리도 선보인다.

 

나주곰탕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목사내아 앞에 곰탕집이 즐비하다. 국물 맛이 담백하고 진하다.

 

 


태그:#전남산림자원연구소, #메타세쿼이아길, #불두화, #홍가시나무, #덤풀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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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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