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세훈 후보야 조용히 이대로 선거를 치르고 싶겠지만, 열세인 한명숙 후보는 계속 판을 흔들면서 각을 세워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유권자가 찍고 싶은 선거가 돼야하는데."

 

제5기 민선 지방선거를 20일 앞둔 가운데, 여론조사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반MB정서에만 기대 선거를 치른다면 이번에도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국적으로 MB정부에 대한 견제론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여론이 몽땅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과 <조선일보>가 손잡고 촛불세력을 '집단따돌림'한 결과, 국민적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민주당에게는 전혀 불리한 국면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지율은 오름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간 격차는 많게는 20%포인트, 적게는 13.3%포인트까지 차이가 난다. '야당의 숨은 표' 논리를 적용해도 민주당에게 유리한 선거는 아닌 것이다.

 

심지어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이 과반을 넘어섰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오 후보가 자력으로 과반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것은 '무서운 숫자'임에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한명숙... 원 펀치가 없다?

 

수도권 3곳 가운데 야당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인천광역시도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인천 역시 만만한 선거가 아니라는 게다.

 

경기도지사 범야권 단일후보로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로 결정됐다. 김진표 민주당 후보는 유 후보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지원하게 된다. 예상 외로 경기도에서 유시민발 새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이대로 가면 재미없는 밋밋한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 수석애널리스트는 "동기가 부여되면 결집될 표들이 부유하고 있다"며 "야당들이 판을 흔들면서 유권자들이 찍고 싶은 선거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상곤 경기교육감 후보가 무상급식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만든 것처럼 한명숙 후보도 뭔가 '정책전선'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한명숙의 눈에 띄는 1가지가 없다는 게다. 정책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보았다. 무난한 것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야당이 '잘 관리해서 치러야 할 선거'가 아닌 것 같은데, 마치 민주당 후보는 여당후보처럼 움직이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만 놓고 본다면 ▲ 전 총리를 지냈다는 점 ▲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잘해냈다는 점 ▲ 정치검찰로부터 무죄판결 받은 점 이외에 특출나게 보여주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쟁점은 전혀 만들지 못하면서 후보단일화만 앞세운다고 해서 그것이 지지율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마다 스스로 자기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전선을 확장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3% 미만의 노회찬... 반전드라마가 필요하다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도 현재까지는 3% 미만으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무엇이든 독자적인 경쟁력으로 '반전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터닝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고 보았다.

 

둘이 합쳐봐야 하나도 못 이기는 수준이라면 연합정치 효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한 후보나 노 후보 모두 각자의 경쟁력으로 선거 막판까지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일을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에 바닥의 심판정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세력더러 반성하라고 하니, 그 촛불세력들은 6월 2일 '촛불 대신 투표용지를' 들고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여론조사전문가 김헌태 인하대 겸임교수는 "이번 선거 역시 유권자 지형은 야당에게 전혀 불리하지 않다"며 분석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와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도가 35%로 똑같다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율 25%에 친노 표 10%를 합친 숫자라는 게다. 민주당 후보들을 보면 25%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고 개중 친노 성향이 있는 후보들은 10%의 친노 표를 더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야당 후보들에게 인물 표가 작동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쏠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유권자들이 보기에,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는 각각 다른 이미지로 읽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국민과 이명박 대통령 사이에 크고 작은 전선이 생기지만 '영매'로서 야당의 역할이 별로 없는 점도 선거에서는 야당에게 유리한 게 아닌 것으로 보았다. 어떤 이슈든 국민이 대통령과 직접 싸우는 구도지 야당들이 국민을 대신해 싸워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야당에게 별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다. 그러니 이 표들이 부유하게 된다는 것.

 

김 교수는 "MB가 촛불을 핍박하면 지지율이 하락하고 친서민정책을 쓰면 다시 오르고 또 4대강으로 분탕질하면 내려가고 이런 식의 오락가락 여론흐름은 야당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끊임없이 국민과 전선을 치고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의 역동성을 못 만드는 것은 여전히 야당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정치에서 민주당은 투명인간과 다름없다"며 "국민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이번 선거에서도 무기력한 판세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경기도가 '야권연대의 꽃' 되나

 

김 교수는 또 지루한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가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경기도가 야권연대의 꽃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게다. 정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한 '5+4회의' 틀이 깨지면서 전면적인 선거연합은 물 건너갔지만 지역별로 경기도가 이번 선거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그는 민주당 지지율 25%+친노 지지율 10%, 이 35%에 중도 이미지를 가진 손학규 인물 표가 합쳐지고,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가세하는 구도가 된다면 서울과 달리 경기도가 '초박빙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손학규-심상정-유시민-김진표' 4인이 모두 나서 김문수 현 경기지사를 소폭 이기는 선거가 될 수 있다는 게다.

 

김 교수는 "수도권에서 야당이 모두 지는 선거가 될 수 있다"며 "범야권 단일후보 간판을 달고 뛰었는데도 선거에서 진다면 민주당의 알량한 기득권이 개혁진영 전체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일면서 '민주당 해체론'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의 승패 여부에 따라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정치적 혼돈을 겪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았다. 민주대연합으로도 망한다면 그 다음엔 어떤 깃발로 승리할 수 있을지를 두고 큰 틀에서의 정계개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태그:#경기도지사, #야권연대, #손학규, #유시민, #한명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