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던 사이, 영상 산업은 또 한 번의 일대 변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아바타>를 기점으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게 된 3D 열풍은 기실 그 이전부터 이를 예상하고 미리 준비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셈이지요.
그리고 이런 3D 콘텐츠의 대두는 거장 제임스 캐머런 한 사람만이 알고 있던 흐름은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2009년, <아바타> 외에도 3D로 만들어진 영화는 15편 이상 개봉됐으니까요. 다만 영화 <아바타>가 우리에게 준 충격이 너무 컸고,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가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기에 온갖 미디어가 3D 콘텐츠의 대두를 언급하며 그 시발점으로 아바타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다운 행성 판도라, 지구에 깃들어 살아가는 우리네와는 분명 다른 생김의 나비족, 그리고 역시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그들만의 삶의 방식. 아주 작은 3D 효과만이 곁들여졌을 뿐인데 영화 <아바타>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을 이런 이질적인 요소들을 관객들이 실존한다고 믿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작은 3D 효과.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데 필요했던 건 고작 이정도 뿐이었습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를 촬영하는 데 '이모션 캡쳐'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부분은 실존하지 않는 캐릭터를 실존하는 것처럼 만드는 데 사용한 기술일 뿐, 그것이 입체효과를 극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것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바타>의 3D 효과는 관람객들을 힘겹지 않게 하기 위해 최소한을 사용하는 데에서 그쳤을 뿐이지요.
우리는 여기에서 과거 이미 한 차례 이상 대두됐던 3D 열풍이 왜 사그라졌는지, 그리고 향후 3D 콘텐츠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3D의 구현 방식은 과거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대부분 '입체효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기대하는 스토리와 재미 등의 흥행 요소를 간과하는 결정적 오류를 범하고 맙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은 3D 콘텐츠가 시장에서 배척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입체효과를 가졌다 해도 콘텐츠 본연의 탄탄한 구조와 치밀한 연출, 관객들을 압도할 만한 스토리와 전개 등 작품성과 흥행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이 과거의 경험을 통해 확인된 셈이지요.
<아바타>는 바로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사실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입체 효과가 곁들여졌기에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리고 이를 경험한 이후의 작품들은 분명 이런 요소들을 훨씬 더 강화할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이미 새로운 3D 영화, 또는 과거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의 3D 버전 들이 속속 개봉할 예정에 있어 풍부하진 않다 하더라도 극장을 찾으면 언제든 한 편 이상의 3D 영화를 관람할 수는 있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극장을 찾는 유저들이라면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3D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는 작년 하순부터 이미 극장가에 예고편이 상영되던 바로 그 영화. 애니메이션 팬이면 반드시 관람해야 할 영화이기도 합니다. 또 <아바타>에 이어 3D 영화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빠르고 시원스런 화면 전개, 유쾌하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매력적인 이 작품은 급격한 화면의 이동이나, 액션 신에 더욱 그 효과가 크게 다가오는 3D 효과를 더욱 크게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아이들이 즐기는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영화.
영국의 작가 크레시다 코웰의 2003년 동명의 동화를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슈렉> <마다가스카> <쿵푸 펜더> 등을 통해 디즈니, 픽사에 이어 애니메이션 명가로 자리잡은 드림웍스의 야심작. 무려 1억 6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이 바루첼이 주인공인 바이킹 소년 히컵의 목소리를 연기합니다. 히컵의 아버지인 스토익은 제랄드 버틀러가, 크리스토퍼 민츠-플라세가 연기하며, 이밖에 조나 힐, 아메리카 페레라 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벌크(Berk)'섬에 사는 바이킹 족의 주요한 사명은 바로 드래곤과 싸우는 것. 족장의 아들이지만 나약하기만 한 10대 소년 히컵은 아버지에게 떠밀려 다른 10대들처럼 훈련을 받게 되는 데, 어느날 우연히 부상당한 어린 드래곤 '투쓰리스'와 마주치며 둘은 친구가 된다는 스토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소년과 말 그대로 이빨이 없는 드래곤, 무언가 '정상'의 범주에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느껴야 할 무언가도 함께 되묻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바타>처럼 '엄청난 대작'이라 평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주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만큼 스토리와 재미, 흥행 요소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과감히 관람을 결정해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
2. 기대해 볼 만한 3D 영화들
<아바타>에 이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3주 이상 국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3D 영화 열풍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고, 현재 이 바통을 <드래곤 길들이기>가 이어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물론 실제 촬영이 이루어져야 하는 영화의 경우 애초에 3D로 촬영한 것인지, 촬영 후 3D로 컨버팅한 것인지에 따르는 차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논란이 불거지는 예가 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바타>가 3D로 촬영한 대표적인 영화라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이탄> 등이 2D로 촬영한 후 3D로 변환한 대표적인 영화라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여러 편의 3D 영화가 개봉된 시점이기 때문에 대다수 유저들이 3D 화면이 주는 좀 더 생생한 효과를 경험하셨을 걸로 예상됩니다. 이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며, 별도의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유저분들께 보여드리기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인 컬러라이징 화면은 언제든 보여 드릴 수 있지만, 아직 극장이나 3D TV를 경험하지 못한 분들께 오히려 3D에 대한 나쁜 인상만 심을 수 있으니 차라리 보여드리지 않느니만 못해 보입니다. 결국 제대로 된 3D 화면은 극장이나 3D TV 등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시라고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것이 우리에게 얼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니까요.
그렇다면 올 극장가, 짜릿한 3D 효과와 함께 우리를 흥분시킬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지 살펴보기로 하지요.
월트 디즈니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날 홀연히 나타나 수많은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은 영화 <슈렉>. 그 마지막 이야기가 3D로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하지만, 초롱초롱 눈망울의 '장화 신은 고양이'가 저런 '비만 고양이'가 돼 있다니...
<슈렉>의 팬이라면 더더욱 놓칠 수 없는 마지막 편. 마이클 미첼이 밝히길, 슈렉 시리즈는 4편이 마지막이라 못박은 이상 차기작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아름다운(죽을래?) 피오나 공주와 결혼도 하고 아버지도 된 슈렉, 하지만 오거로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던 슈렉에게 럼플스킨이 나타나 제안을 하게 되고, 슈렉은 거래를 하게 됩니다. 이리하여 과거로 돌아가게 된 슈렉, 하지만 그곳 '겁나 먼(?) 왕국'에 그는 존재하지 않고, 덩키는 노역이나 하고 있는 신세. 빠져들 것 같던 눈망울은 온데 간데 없는 뚱뚱한 '비만 고양이'가 있는 과거. 더구나 이 나라는 럼플스킨이 통치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5월 21일(미국) 개봉 예정입니다. 국내에는 7월로 개봉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Fulltime IMAX DMR 3D로 상영될 예정인 슈렉 마지막 이야기, 거대한 화면과, 현실감 넘치는 입체 화면, 누구나 한 번 보면 푹 빠져들고 마는 재미있는 스토리의 슈렉 시리즈. 놓쳐선 안 되겠지요?
필름을 이용한 촬영보다 3D 효과를 가미하기 쉽기 때문일까요? 올해 3D로 개봉될 영화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유난히 애니메이션이 많은 느낌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픽사의 <토이 스토리>는 1995년 1편, 1999년 2편이 개봉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시리즈. 지금이야 놀라울 것 없는 그래픽이라 하겠지만, 당시 이를 접했던 유저들은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명확하게 차별화되는 새로운 화면, 그리고 애니메이션임에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즐거움에 온통 빠져들었던 기억이 새로울지도 모를 일입니다.
<토이스토리 3>는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며 함께 자라온 우리 세대들이 짧은 시간 고민하게 되는 바로 그 내용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고 성장하며 자연스레 관심도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어린 시절의 아늑한 기억이 묻어 있는 낡은 장난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되는 바로 그 시점 말이지요. 두자니 전혀 쓸모가 없고, 버리자니 장난감에 깃든 아련한 기억들이 사라지는 게 왠지 서글픈 그런 나이를 지나온 세대들에게는 그래서 더욱 공감이 될지도 모를 작품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이제 18살이 되어 대학에 가게 된 앤디, 이미 몇 년간이나 앤디와 놀아보지 못한 장난감들은 어떻게든 앤디의 관심을 끌어보려 하지만... 결국 앤디의 어머니에 의해 써니사이드 유치원에 기증 된 장난감들, 그 중 우디 만큼은 앤디에게도 되돌아가야 한다 우기며 유치원을 탈출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서랍 속의 낡은 물건을 발견하고 더이상 쓸모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나이. 한 때 소중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짧은 기억의 편린 한 조각을 머금은 채 더이상 내게 아무 가치를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낄 때가 또 있을까요? 그 추억들 때문에 차마 장난감을 버리지도, 누구에게 줘 버리지도 못하는 앤디와 같은 마음을 공유했던 유저들이라면 <토이 스토리 3>에 더 빠져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토이 스토리' 팬들에겐 더없이 반가울 톰 행크스와 팀 알렌이 변함 없이 우디와 버즈의 목소리를 맞고 있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아, 너무 오래 전이라 그 느낌만이 남아있을 뿐, 도대체 어떤 스토리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으신다구요? 5월5일부터 3D로 변환된 토이스토리 1, 2편을 한 편 가격에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토이스토리3>는 6월(미국)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국내에는 아마도 8월 5일 경에 개봉할 것으로 보이며, IMAX DMR 3D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2010년은 TV 분야에까지 3D가 일반적으로 보급되는 3D의 원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바타 등이 먼저 개봉하긴 했지만, 극장가 역시 적용이 비교적 쉬운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3D의 채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인상입니다. 애니메이션보다는 거대한 스케일의 라이브 액션 블록 버스터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아쉽지만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할 느낌. 할리우드도, 국내 영화계도 <아바타>와 <앨리스> <드래곤 길들이기> 등의 연이은 성공에 크게 고무되어 속속 새로운 3D 영화의 제작을 발표하고 있으므로 향후 라이브 액션 부분에서도 3D가 적용된 작품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1982년 개봉되어 특수효과 부분에서 혁명적인 작품이란 평을 받았던 <트론>의 후속작이 무려 28년만에 공개됩니다. 또 이 영화는 올해 주목 받고 있는 3D 영화 중 드물게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코믹콘 행사에서 예고편이 공개됐는데, 과거에도 대단한 평을 받았던 특수효과가 한층 더 발전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마이클 쉰과 올해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전편의 주인공인 제프 브리스도 다시 출연하며, 북미에서 12월 17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편에선 주인공 제프 브리스가 무려 20년 동안이나 갇히게 되는데, 이번 속편에선 27살 된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탈출시키기 위해 사이버 상으로 잠입하는 내용이라고 하는군요.
새 작품의 개봉 때마다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오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최신작도 3D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다만 이번 작품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이야기가 너무 길어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하게 되며, 한 편은 올 연말에, 다음은 내년에 개봉하게 된다는 군요. 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점차 성숙미를 더해가는 엠마 왓슨을 보는 것도 남성 팬들에겐 더 없는 즐거움이라는(퍽~~ 이런 변태~)...
프리벳가를 나온 해리는 호그와트의 머글 교수가 살해되고 마법부가 무너졌으며, 죽음을 먹는 자들이 마법부를 접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해리 일행은 R.A.B.를 물색한 끝에 그가 시리우스의 동생임을 알아내고 크리처에게 물어 마법부로 잠입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개봉 일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1월이 유력해 보입니다. 문제는 남은 이야기 절반을 보려면 내년 7월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는 정도? 성인들에게도 잊었던 상상력과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해리 포터 시리즈. 올 연말에는 또 한바탕 화끈한 해리 포터 열풍이 불겠군요.
이밖에 레지던트 이블, 라푼첼, The Gate, The Hole 등의 작품이 3D로 만들어지고 개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 해도 여러 편의 영화들이 3D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고, 이런 추세는 향후 거스를 수 없는 영화계의 명확한 흐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개봉 일자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대를 걸어 볼만한 한국 영화도 존재합니다. 작년 영화 <해운대>로 천만을 돌파했던 윤제균 감독이 촬영 중인 <제7광구>가 할리우드 진출까지를 포석에 두고 3D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아직 연내에 이 영화의 개봉이 가능할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3D로 제작되는 괴수 영화, 기대해 볼만 하겠지요? 또 <친구>와 <태풍>을 만든 곽경택 감독의 차기작도 3D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연평해전을 그린 이 영화는 가칭 <아름다운 우리>라는 제목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 영화계도 다가오는 3D 열풍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할리우드만큼 엄청난 제작비용과 물량을 투입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돈이 아니더라도 해낼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존재하겠지요. 충무로의 영화 중 천만을 훌쩍 넘긴 몇몇 영화들이 단지 많은 비용을 썼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한 건 아니었을 테니까요.
아무튼, 이제 3D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극장들 역시 발 빠르게 3D 상영이 가능한 상영관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경험하지 못하셨다면, 아니면 그 짜릿한 경험을 잊지 못하고 계신다면, 이제 다음 3D 영화를 선택해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