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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회에 다닌다. 그래서 명동에 나갈 일이 있으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큼지막한 빨간글씨가 무섭게 새겨진 커다란 십자가를 들고 확성기가 터져라 전도하는 사람들을 눈여겨본다.

 

나는 그들의 이러한 포교 활동을 싫어한다. 그들의 예의없는 막무가내식의 태도때문이기도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일 기독교의 전파에 도리어 역효과가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잘못된 행태와 방향을 싫어하는 것과 별도로 나는 그들의 열정, 커다란 십자가를 매고 인파를 해치는 사명감, 자신들이 믿는 것에 대한 확신과 헌신을 부러워한다. 나는 과연 그러한 용기와 헌신을 가지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13일, 법원의 판결에도 궤변을 늘어놓으며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의원을 후원하는 콘서트가 열린다고 한다. 꽤 유명한 연예인들이 참여해서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이다.

 

이 소식을 접하며 조 의원의 전교조 명단공개, 이를 둘러싸고 그의 한나라당 동료의원들이 보여준 명단 공개 동참과 펀드조성 계획, 그리고 학계의 인사들이 참여한 조전혁 대책위의 출범 등을 생각했다. 그리고 조전혁 의원과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눈물겨운 동지애에 그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 냉소와 비웃음 이전에 배워야 할 점이 있음을 보게 된다.

 

조전혁 의원의 질러놓고 보는 '용기'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가 한국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며, 전교조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진정'으로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수능성적을 공개하는 등 그는 그의 신념에 대해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저지르고, 터뜨리고,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의 행동을 '또라이 같은 정치인의 뻔뻔한 행태'로만 냉소하고 넘기기엔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용기없음이 너무 커 보인다.

 

나는 참여정부의 가혹했던 운명이 이런 '조전혁 다움'의 부족함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가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정부 장관 불러다 놓고, 복지예산에 '0' 하나 더 붙이라고 과감하게 했어야 하는데"라며 자책했듯, 무언가 자신들의 가치과 신념을 현실화하는데 있어서 용기와 결단, 몸을 던지는 실천이 부족했던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분양원가 공개, 비정규직 문제 어느 것하나 또라이가 되어 해내고 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개혁과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 속에 '조전혁'이 없다는 것은 냉소이전에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조전혁 친구들의 눈물겨운 동지애와 연대

 

 

조전혁 의원이 당연하게 명단공개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법원으로 부터 판결받은 후, 한나라당의 동료의원들 뉴라이트계열의 학자들과 단체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함께 명단공개를 하겠다는 개념없는 행동을 서슴치 않기도 했고, 조전혁 의원이 무슨 탄압이라도 받는양 대책위원회가 꾸려졌으며, 그의 벌금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콘서트까지 열릴판이다. 그야말로 눈물겨운 동지애고 연대다.

 

노회찬 전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용기 있게 폭로하고도, 도둑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는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 그리고 지원이 있었겠지만, 나는 조전혁의 친구들이 보여주는것 만큼의 뜨거운 우애와 연대를 목격한 기억이 없다. 
 
소속된 정당에서 대책위를 꾸려 몸부림쳤을 뿐 개혁과 진보를 외치는 정치인들의 동지애, 그를 위한 콘서트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조전혁과 그의 친구들의 눈물겨운 연대를 그저 비웃고 넘어갈 수 있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또라이'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의 용기와 결단에 더해 그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공동체의 연대가 필요하다. 내가 볼 때 지금 진보와 개혁의 정치인 들에게서 그런 용기와 연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바로 1년 전 그런 외면과 방치 속에 노무현이 외롭게 스스로 자신을 던질 수 밖에 없지 않았는가.

 

잘못된 행동을 스스럼없이 벌이고도, 격려와 응원 속에 잘 살고 있는 사람들과 옳은 일을 하고도 홀로 내팽개쳐진 채 고독하게 싸워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우리는 냉소와 반성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나는 조전혁과 그의 친구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권오재의 블로그 '오재의 화원'(http://vacsoj.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조전혁, #진보개혁, #명단공개, #연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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